[국감 後⑧]도통 근절 안되는 건설업계 '하청업체 갑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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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後⑧]도통 근절 안되는 건설업계 '하청업체 갑질' 논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8.08.27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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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2018년 국회 국정감사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국감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그리고 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타 공기업·기관과 민간업체 등을 대상으로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것을 뜻한다. 부정부패를 저지르거나 비리 의혹에 휩싸이는 등 사회적 논란을 야기한 기관·기업을 향해 의원들은 국민을 대신해 꾸짖고 시정을 요구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호된 회초리를 맞았음에도 그저 그때뿐인 기관·기업들이 적지 않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는 국감이 끝난 뒤 시정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다. <시사오늘>은 '국감 그 이후' 기획을 통해 이 같은 기관·기업들의 작태를 들춘다.

건설업계의 하청업체 갑질이 도통 근절되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해 갑질 논란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호된 질타를 받았음에도 올해 역시 하도급 불공정행위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한 비판이 있을 전망이다.

2017 정무위, 대림산업·GS건설 등 하청업체 갑질 도마 위 올라

▲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 뉴시스

지난해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대림산업이 하도급업체인 한수건설에게 공사대금 미지급, 부당특약 강요, 부당금품 요구 등 하도급 거래를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추가공사대금 미지급 382억 원, 물품구매강제 79억 원, 부당특약 강요 10억 원, 부당금품 6억 원 등 총 3360차례 하도급법을 위반했다. 일부 대림산업 임직원들은 하청업체에 외제차를 요구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대림산업 임직원들의 문자메시지를 공개되면서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하청업체의 부도 배경에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메시지에는 '대림은 오너의 뜻 한마디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지 의원은 "이 사건은 건설현장의 전형적인 하도급법 위반사례이자 갑질사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신속하고 공정한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김상조 위원장 체제의 공정위 조사가 이어지면서 대림산업의 이 같은 갑질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GS건설에 대한 질책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GS건설이 하도급업체 세종기업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6억 원을 부과 받은 사실을 거론했다.

박 의원은 "세종기업이 공사 전부터 워크아웃 기업이었는데 GS건설은 해당 기업과 계약을 맺었다. 그러면서도 하청업체가 재무적으로 어려운 것을 이유로 대금을 미지급한 건 심각한 부정행위"라고 말했다.

당시 정무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협력업체를 이용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앞으로 협력업체 대금 지급을 정당하게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경영자에게 준법 경영 의지가 있어도 실무 업무 중에 이런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성과를 우선시하는 직원 평가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진복 당시 정무위원장도 "GS건설은 국감 단골손님"이라고 재차 지적했다.

2018 건설업계, 여전히 갑질에 멍든 하청업체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업계 내 불법 하도급 근절 방안을 마련하고 실태조사에 나서는 등 하도급 불공정행위에 대한 칼을 빼들었고, 경영쇄신안 발표, 정도경영 강조 등 개별 건설사들의 자정 움직임도 이어졌다. 그러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국감에 출석해 재발 방지를 약속했던 GS건설은 지난 6월 하도급업체인 한기실업에게 공사비 130억 원을 지급하지 않아 또 다시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GS건설은 공정위가 직권조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방침을 밝힌 뒤에야, 한기실업에게 일부 대금을 보전해 주는 등 뒤늦은 수습에 나섰다.

현대건설도 갑질 의혹에 휩싸였다. 현대건설의 하청업체인 유일전기는 '소사~원시 복선전철' 전기공사에서 물가상승분인 29억 원 중 14억 원을 현대건설로부터 지급받지 못했다며 지난달 공정위에 제소했다. 현대건설 측은 공사 방식상 자신들이 유일전기의 원청이 아님을 이유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 KCC건설은 하도급업체에게 부당한 공사를 지시하고 공사대금을 미지급하는 등 의혹으로 해당 하도급업체와 법정공방을 펼치고 있다. 이수건설, 시티건설, 동원개발 등은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의무를 위반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등 제재를 받았다. 우방산업, SM상선, 화산건설 등도 이와 비슷한 혐의를 받아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공정위에 고발 요청했다.

원청의 갑질이 하청업체 임직원의 자살로 이어진 사례도 올해 발생했다. 서해종합건설의 한 하도급업체 직원 A씨는 서해종합건설이 수억 원대의 공사대금을 미지급했으며, 조달청이 제공한 관급자재를 몰래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해종합건설 임직원들이 자신에게 뒷돈을 요구했다고 했다.

이후 사정당국이 수사에 나섰지만 관급자재 횡령 문제가 무혐의로 결론이 나는 등 A씨가 제기한 의혹 대부분이 불기소 처분됐다. A씨는 "이길 수가 없다. 열심히 일한 대가가 이렇다. 대기업 권력 갑질, 적폐청산, 다 필요 없는 단어고 사치다. 다음에는 이렇게 바보, 멍청이 같이 살고 싶지 않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와 함께 지난달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재 서해종합건설은 협력회사 자격취소 사항에 '회사에 대한 비방 시 협력사 등록 자격을 상실한다'는 내용을 명시해 또 다른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하청업체 갑질 횡포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포스코건설은 CSP브라질제철소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지와 국내 하도급업체 노동자 임금 체불, 보상금 문제 등이 발생해 현재 여러 업체들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 올해에도 건설업계 내 하청업체 갑질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공사대금 미지급, 뒷돈 요구 등 횡포도 가지각색이다 ⓒ pixabay

이와 관련, 국회 정무위의 한 관계자는 "산업계에 전반에 걸쳐 갑질 사례를 살펴보고 있는데, 건설업계는 업종 특성상 갑질 사례가 많다. 특히 롯데건설은 언론보도를 통해 갑질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공정위 쪽과 사전 공모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국감 지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를 예방하고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입법화하기 위해 정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등과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상황도 좋지 않고, 국감 갑질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은 상황인 만큼, 기업인을 증인으로 불러내는 건 가급적 지양하고 있다. 되도록 직접적인 관계자들을 불러 얘기를 들어볼 방침"이라면서도 "다만, 그 사안이 중대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우에는 사장급, 부사장급도 언제든지 증인 명단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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