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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後①]갑질기업에 특혜 제공하는 '동반성장지수'
매년 반복되는 평가체계 의문, 정무위·산업통상위 국정감사 단골메뉴
2018년 07월 31일 15:59:53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2018년 국회 국정감사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국감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그리고 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타 공기업·기관과 민간업체 등을 대상으로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것을 뜻한다. 부정부패를 저지르거나 비리 의혹에 휩싸이는 등 사회적 논란을 야기한 기관·기업을 향해 의원들은 국민을 대신해 꾸짖고 시정을 요구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호된 회초리를 맞았음에도 그저 그때뿐인 기관·기업들이 적지 않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는 국감이 끝난 뒤 시정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다. <시사오늘>은 '국감 그 이후' 기획을 통해 이 같은 기관·기업들의 작태를 들춘다.

   
▲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민병두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정무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뉴시스

동반성장지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촉진을 목표로 대기업의 동반성장 수준을 평가해 최우수, 우수, 양호, 보통, 미흡 등으로 계량화한 지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동반성장위원회가 각자의 기준으로 50%씩 점수를 매긴 뒤 이를 합산, 매년 1회 정기적으로 공표하고 있다. 최우수, 우수 등급에 선정된 기업에게는 정부 차원의 각종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문제는 매년 동반성장지수가 공개될 때마다 공정위와 동반위의 평가체계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몇몇 갑질기업이 최우수 또는 우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공정위·동반위는 평가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올해에도 이 같은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2017년 이학영, '갑질 횡포' 삼성ENG·삼성SDS가 동반성장지수 우수?
조배숙 "동반성장지수 평가 자료에 대한 전면공개·기준 재정비 필요"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지난해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공정위·동반위로부터 동반성장지수 '우수' 등급을 받은 삼성엔지니어링, 삼성SDS가 거래업체에 갑질을 일삼았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당시 정무위 간사였던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한 보안전문업체와 구두계약을 체결한 뒤 인력 현장 투입을 요청했다. 그러나 실계약은 삼성SDS 등 다른 거래업체와 체결토록 강요, 하도급법 적용을 회피했다.

아울러, 일부 현장에만 해당 보안전문업체의 보안기술을 적용하는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다른 현장에까지 이를 무단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업체에 재하청을 강요하고, 기술유용 등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셈이다.

이 의원은 "수많은 불공정행위에도 삼성엔지니어링, 삼성SDS가 모두 동반성장지수 우수 등급을 받았다. 공정위와 동반위의 평가가 형식적이라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상임위에서는 평가체계를 정비하고, 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동반성장지수가 신뢰를 잃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은 "동반성장이 시대적 과제이고,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라고 한다면 그 실효성 확보를 위해 동반성장지수 평가 자료에 대한 전면공개 등 지침·기준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8 동반성장지수, 갑질 의혹 업체들에 최우수 등급

정치권에서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되자 공정위, 동반위는 설문항목 개편, 공표 방식 개선, 동반성장 관련 법규 위반 기업 대상에 대한 엄중한 평가 등을 통해 동반성장지수 평가의 효과성과 수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평가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올해에도 이전과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는 실정이다.

공정위와 동반위는 지난 6월 '2017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결과'를 발표하고 최우수 28개 사(社), 우수 62개 사, 양호 61개 사, 보통 15개 사, 미흡 15개 사 등 공표 대상 181개 기업의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 2017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결과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네이버, 대상, 두산중공업, 만도,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전자, 삼성에스디에스(SDS), 유한킴벌리, 코웨이, 포스코, 현대다이모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자동차, 씨제이(CJ)제일제당, 케이씨씨(KCC), 케이티(KT), 엘지(LG)디스플레이, 엘지(LG)생활건강, 엘지(LG)유플러스, 엘지(LG)이노텍, 엘지(LG)화학, 엘지씨엔에스(LG CNS), 에스케이(SK)건설, 에스케이(SK)종합화학, 에스케이(SK)주식회사, 에스케이(SK)텔레콤 등이 '최우수' 등급으로 선정됐다 ⓒ 시사오늘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또 다시 동반성장지수 평가체계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우수 등급에 선정된 LG유플러스는 최근 하청업체 갑질에 대한 비판을 듣고 있는 업체다. 지난 3월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기업서비스와 유무선망 유지를 맡는 협력사들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를 40% 삭감했다. 그 영향으로 협력사들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전체 인력의 절반 가량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에 착수해야 했다.

추 의원은 "LG유플러스가 하청업체를 구조조정하기 위해 업무 중 일부를 또 다른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음에도 이를 방치하고 있다"며 "협력업체와의 상생, 노동자 고용안정을 포기하고 비용절감에만 몰두하는 행태를 점수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철퇴를 맞았던 기업이 최우수 등급을 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 2월 공정위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한 입찰건에서 담합한 유한킴벌리 등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하도급대금을 임의로 깎은 만도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유한킴벌리와 만도는 이번 동반성장지수에서 최우수 기업에 선정됐다.

이외에도 IPTV 판매와 관련해 대리점과 판매점에 부당한 차감정책을 이용한 갑질을 부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SK텔레콤, 구미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일부 지역 협력사와 불공정거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삼성전자 등도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직권조사 면제 등 갑질기업에 제공되는 각종 특혜
"공정위 퇴직자 재취업 문제와 연계해 감사 벌일 것"

더 큰 문제는 최우수, 우수 등급에 선정된 업체들에게 각종 인센티브가 부여된다는 것이다. 갑질 횡포를 부린 기업들이 정작 특혜를 누리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셈이다.

공정위와 동반위에 따르면 동반성장지수 최우수 또는 우수 등급 기업에게는 공정위 직권조사 면제, 조달청 공공입찰 참가자격사전심사 가점, 출입국우대카드 발급, 모범납세자 선정 시 우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 시행 기술개발사업별 가점 등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동반성장지수 평가체계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 속에서 이 같은 혜택 제공은 상식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 중에 납득하기 힘든 업체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인센티브까지 주면 그게 과연 상생협력을 추구하는 건지 의문이다. 다른 경쟁사들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며 "동반성장지수 평가체계를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 정해진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들에게만 최우수, 우수 등급을 부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2015년 국감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부당거래를 일삼은 일부 대기업이 오히려 동반성장정책의 혜택을 누리는 상황을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국회 정무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공정위 퇴직자 재취업 문제와 연계해서 동반성장지수 평가체계에 대해 감사를 벌일 계획"이라며 "올해 동반성장지수 상위권에 오른 기업 중에 공정위 퇴직자들이 재취업한 업체가 몇몇 있다"고 예고했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3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명예퇴직한 전(前) 공정위 A과장은 삼성전자 고문으로, 2015년 말 정년퇴직한 B과장은 ㈜만도 비상근고문으로 재취업했다. 또한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의 특검 진술로 '이전 공정위 퇴직자의 자리를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진 C과장은 2016년 명예퇴직 후 삼성물산 상근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7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결과'에서 삼성전자와 만도는 최우수 등급에, 삼성물산은 우수 등급에 선정됐다. 이중 만도는 전년 대비 2단계, 삼성물산은 1단계 상승했다.

이에 대해 동반위의 한 관계자는 "업체별 점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밖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객관적이고 철저하게 동반성장지수를 평가하고 있는데 자꾸 이런 논란이 제기돼 안타깝다"며 "몇몇 문제가 된 기업들은 올해 동반성장지수 평가 기간 전에 갑질 사례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부분은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식음료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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