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텔링] 나경원, 친일 프레임 걸리지 않았더라면
[정치텔링] 나경원, 친일 프레임 걸리지 않았더라면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08.18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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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대 행사 참석, 어설픈 해명에 프레임 걸려
친일딱지 떼려면 ‘면피성 대응’보다 정면돌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뉴시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또다시 '친일'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친일파' 문제가 아니더라도 나 원내대표는 해명과 대응으로 더 큰 비난을 받는 흔치 않은 사례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또다시 '친일'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급기야  지난 15일 중국 충칭 임시정부청사를 방문해 적은 방명록에, '대일민국'이라고 적었다는 파문이다.

나 원내대표측은 이 문제가 불거지자 "상식적으로 판단해달라"고 호소했다. 현실적, 상식적인 시각에 비춰볼 때, 나 원내대표가 의도적으로 중국까지 가서 굳이 '대일민국'이라고 적을 확률은 높지 않다. 나 원내대표는 친일파라는 의혹 만큼이나 '친일파가 아니다'라는 증거도 많다.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지난 5월 한 대학 강연에서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차 상해에서 몇몇 정치인들이 기념 연극을 했는데, 나 원내대표가 부대표단과 함께 와서 배역을 맡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에겐 필체 사건과 같은 해프닝에도 유독 친일파라는 비난이 강도높게 쏟아진다. 정치공학적으로는 풀어보면 완벽히 '친일 프레임'에 걸려있는 셈이다. 나 원내대표가 프레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데는 친일 의혹보다도 그 후의 대응이 한 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 원내대표가 '친일파'라는 논란에 휩싸이게 된 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초선의원이었던 2004년, 주한 일본대사관이 연 자위대 창립 50주년 행사 참석논란이 있었다. 이는 미처 나 원내대표가 장애인에 관심이 많은 정치인, 최초의 여성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으로 이름을 알리기도 전에, '자위대 행사 참석 정치인'이란 낙인이 찍힌 사건이다. 나 원내대표는 당시 "초선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 행사 내용을 모른 채 갔다 현장에서 뒤늦게 알고 되돌아 왔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로부터 "국회의원 참석을 반대하는 공문을 의원실로 보냈다"고 반박당했다. 

사실 자위대 창립 기념행사는 과거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국민회의 총재 시절에 참석한 바 있다. 정치와 외교의 복잡성을 감안하면, 참석이 국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성격의 행사라는 방증이다. 당일 행사에 참석한 국회의원만도 다섯 명이고 그 중엔 열린우리당 의원도 있었다. 유독 나 원내대표만 무리하게 '불참'이라는 해명을 하다가 오히려 이슈화됐고, 역풍을 맞은 셈이다. 이는 결국 정치생활 내내 상당한 상처로 작용하고 있다. 차라리 '국익을 위해 참석했다'고 설명했다면 어땠을까.

이 때 걸린 프레임으로 인해, 심지어 나 원내대표는 '우리 일본' 발언과 같은 말실수에 조차 '친일파'란 비난이 나오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15일 '대일민국' 필체 논란서도, 취재기자들에게 '법적 대응 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으면서 오히려 더 일파만파 확산됐다. 사실 '친일파' 문제가 아니더라도 '달창 논란'에 대한 해명 등 나 원내대표는 해명과 대응으로 더 큰 비난을 받는 흔치 않은 사례다.

아이러니하게도, 나 원내대표는 자신이 비판을 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해명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달 2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랩에 출연, "친일파 후손은 민주당에 더 많다"고 역공을 폈다. 그러나 이 파장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았다. 이미 열린우리당 시절 친일부역자 검증 역풍으로 홍역을 치른 민주당은 대체적으로 정면돌파를 택하는 분위기다. 홍영표 전 원내대표가 조부의 친일행적에 대해 공개사과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나 원내대표가 친일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로웠다고 가정한다면, 그를 둘러싼 정치적 이슈는 일본과 관련된 것이 아닌 보수 전체와 관련된 것이었을 터다. 현 시점에서 나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언론인터뷰를 통해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에게 '공개 러브콜'을 보내는 등 보수 통합에 상당한 노력을 쏟는 중이다. 이회창 전 국무총리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고, 이후 친이계로 분류됐지만 바른정당으로 가지 않은 나 원내대표의 위치는 충분히 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할 만 하다. 

그러나 지금은 '친일파'라는 비난이 나 원내대표의 다른 정치적 행보들도 파묻고 있는 모양새다. 심지어 당내 일각서는 나 원내대표로 인해 당 전체가 '친일 정당'취급을 받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나 원내대표는 정치인 개인으로서, 야권의 실리를 위해서도 하루 빨리 '친일 프레임'을 벗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그동안 나 원내대표는 친일 의혹을 비롯해 정면돌파보다도 '소나기만 지나면 된다'는 면피성 해명이 너무 많았다.

솔직히 나 원내대표에게 씌워진 '친일파'는 사실이 아닌 만들어진 프레임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자신을 둘러싼 비판과 의혹에 대한, 새로운 대응을 고심해 볼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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