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의 세상만사] “공수래공수거(空手來 空手去)의 허무함으로 끝난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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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의 세상만사] “공수래공수거(空手來 空手去)의 허무함으로 끝난 2019년”
  •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승인 2019.12.2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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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우월성 내세운 정권, 불공정과 부당함에 대한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면 조기 레임덕 현상 초래”
“정치권, 내년엔 올 한해 허무함을 잊게 해 줄
일말의 희망이라도 만들 책무 있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으레 이맘때면 우리는 한해를 돌아보며 자신의 삶을 되새겨 보기도 하고 언론들은 다사다난을 회고하고 평가한다. 10大 뉴스니 뭐니 하면서 국민들의 뇌리에 꽂혔던 좋았던 또는 나쁜 기억들로 지면을 채우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 다수의 국민들은 올해를 과연 어떻게 회고하고 평가할지 궁금하다.

대학교수들은 올해의 4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꼽았다. 공명지조는 한 몸에 머리가 두 개 달린 상상속의 새를 가리키는데 어느 한쪽이 죽으면 자신에게 이로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결국 같이 죽게 되는 운명공동체를 말한다. 늘 그래왔듯이 좌우로 갈라져 극심한 이념 갈등을 벌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필자의 머릿속에는 교수들이 선정한 4자성어처럼 품격이 있지는 않지만 선명한 기억은 ‘허무함’,‘허탈감’ 세 글자이다. 국민들의 뇌리를 자극하고 마음의 상처를 남긴 그 어떤 경우의 사건에서도 빠지기 힘든 단어이자 올해를 관통하는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들이다.

불교에서 ‘공수래공수거(空手來 空手去)’, 인생이 빈손에서 빈손으로 가는 것이니 재물을 탐하지 말라는 의미도 있지만, 사람의 일생(一生)이 ‘허무(虛無)’함을 이르는 말이 있다. 올해는 공수래공수거 같이 지나고 나니 덧없이 손에 쥐고 가는 게 하나도 없는 듯 허무함이 밀려온다.
 

개혁과제는 아직 그 결실도 보기 전임에도 조국 사태로 말미암아 국민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커지고 있고 도덕적 우월성에 치명타를 입은 정부 역시 레임덕 우려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뉴시스
개혁과제는 아직 그 결실도 보기 전임에도 조국 사태로 말미암아 국민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커지고 있고 도덕적 우월성에 치명타를 입은 정부 역시 레임덕 우려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뉴시스

 

한해를 되돌아보며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의 끝이 허무함과 허탈감이라면 또 정권 탓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지만 그 결과물들을 뒤집어쓰는 것은 온전히 국민들의 몫이기에 정치를 논하지 않을 순 없다.

그 허무함의 정점에는 무엇보다 현 정부에 대한 신뢰 붕괴이다. ‘국정농단’으로 상징되는 박근혜 정권을 시민의 힘으로 끌어 내리고 탄생한 ‘촛불 시민혁명’의 희망이며 옥동자(?), 무결점 정권이라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였기에 이 정권에 대한 보통 국민들의 기대치와 희망이 ‘바벨탑’ 만큼이나 높이 쌓여 왔지만 신뢰의 붕괴 역시 그 높이만큼이나 추락했다.

가장 허무한 것은 70여년 냉전의 끝을 보려 한반도의 봄을 꿈꾸며 大평화 프로세스를 그리며 두 차례에 걸친 북미 정상회담과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의 결실의 끝에서 또 다시 북의 ‘핵 공갈’과 상응한 미국의 ‘분노와 화염’의 대결주의 앞에 우리가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한반도의 운전자’라 하지만 내가 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난폭한 대형트럭이 앞뒤에서 덮친다면 살아날 방법이 없을 것이다. 우리의 운명이 늘 그들의 손아귀에 머물고 있음에 한반도의 봄과 평화에 대한 갈망은 늘 물거품같이 사라진다. 그럼에도 그 꿈과 갈망은 포기할 수는 없지만..

이젠 2년 반의 임기가 흘러가고 있다. 정권의 도덕적 우월성과 가치, 정체성은 ‘공정’과 ‘정의’로 대변 된다. 기회의 균등제공과 차별장벽의 해소, 국민 눈높이 소통과 협치를 통한 국민 통합이 이 정권을 규정하는 말 들이었다

이러한 가치와 정권의 지향점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전무하진 않았다. 야당이 아무리 ‘독재정권’이라 외쳐도 어떤 면에서는 독재라 할 정도의 ‘매서움’이나 ‘단호함’이 없어 오히려 ‘물렁하다’는 말을 듣곤 했다.

얼마나 물렁하면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과 그 권력들에 의해 청와대와 권력의 핵심들이 난도질(?) 당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지만, 국민 다수는 올해 ‘허탈감’을 심어준 사건들에 대해 결코 현 정권과 그 권력들에 대해 ‘측은지심’(惻隱之心)보다 ‘분노’를 더 많이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가 허점을 노출한 결정적 계기는 별 이견 없이 조국 전 법무장관 임명을 전후한 이른바 ‘조국사태’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 북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서로 자신감을 가지고 적폐 청산 개혁드라이브를 본격 추진했지만, 역설적으로 올해는 가장 극렬한 저항에 부딪히고 말았다.

야당이 ‘투쟁본성’을 회복해서가 아니라 결국 ‘투쟁호재’를 그들에게 던져 준 우를 범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역대 어느 정권이나 거의 비슷한 과정을 답습했기에 특이한 현상도 아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과 적폐 청산과 개혁과제는 아직 그 결실도 보기 전이다. 참으로 위기이다.

그러나 더욱 더 큰 위기는 여타 정권보다 도덕적 우월성, 무결점을 주장하던 자신들의 정권 핵심부에서부터 저항을 야기할 사건들이 표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들이 느끼는 허탈감과 허무함의 무게에 비해 청와대와 조국 전 법무장관은 가벼운 사안정도로 대처해왔기 때문이다.

도덕적 우월성에 도취되고 소위 상류사회에 머무는 사람들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의아해 했지만, 그것이 국민들의 허무감과 허탈감의 나락으로 빠지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었다.

민주적, 합리적, 도덕적 우월성을 과시하는 정권이 불공정과 불의와 부당함으로 인한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때 나타나는 가장 흔한 현상은 조기 레임덕이다.

쉽게 말해 정권을 얕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검찰은 이미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해야 한다”는 명을(?) 받았기에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두려움이나 엄정함을 넘어 이젠 아예 권력 자체를 죽일 기세이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범죄혐의는 소명됐다면서 불구속 처리됐지만 이젠 현 정권과 검찰은 넘어선 안 되는 선들을 서로 많이 넘어선 것이다. 검찰은 검찰개혁에 동조하는 듯하다가 이젠 ‘검찰 죽이기로 규정’ 한 듯하다.

일부 진보개혁성향의 언론을 제외한 다수의 언론들은 갈수록 권력비판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것 같다. 부동산 ‘안정대책’은 결국 ‘부동산 폭등’과 ‘세금 폭탄’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다수 여론이다. 야당과 보수언론은 ‘좌파정책’, ‘독재적 발상’이라 저항한다. 그러나 정작 결과는 세금폭탄의 타깃인 불로소득으로 재미 보는 ‘특정계층’이 아니라 ‘전 계층’으로 우려와 피해가 확산된 것이니 그런 비판이 나올 법한 것이다.

현 정부가 시대적 소명인 개혁해야 한다 할 때 그 정점은 결국 국회 입법에 있기에 국민들은 검찰개혁, 사립 유치원 개혁, 선거법 개혁 등 ‘정치 사회의 구조적 개혁’ 들을 위한 입법을 기대했지만, 제1야당은 장기집권 플랜이라며 극렬한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선거법을 교묘히 활용하면 이른바 ‘위성 비례정당’ 창당과 그 성과도 기대된다고 한다. 도무지 법을 만든다는 국회나 정당이 하는 발상이라곤 유치하기 짝이 없다. 결국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소위 4+1 정당끼리 개혁입법을 해도 정권 임기 내내 정치사회적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허탈감과 허무함을 넘어 차라리 하얀 ‘백지상태’ 이다. 국민들 뇌리에서 ‘정치다운 정치’는 사라진지 오래다. 국회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근본적인 의문이 있을 뿐이다.

그 단초는 제1야당의 협상거부와 과도한 원내외 투쟁, 박근혜 정권에 대한 보복성 대응의 성격이 짙은 야당 지도자의 리더쉽에서 비롯된 것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청와대와 여당의 협치 노력은 더 필요했지만, 이마저 사라졌다. 최선인지는 역사가 평가 할 것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국내외 유력 경제연구소나 경제 전문가들도 내년 경제전망 역시 암울하다고 말한다. 남북, 북미회담을 통한 평화 프로세스 역시 ‘풍전등화’ 이다. 정치는 이미 풍전등화 정도가 아니라 기능을 상실했다고 입을 모은다.

또 한해가 사라지고 있다. 사람은 희망이 없으면 ‘새로운 희망’을 위해 더 노력하거나 ‘절망’ 한다. 국민들의 뇌리 속에 2019년은 ‘공수래공수거의 허무함과 허탈함’이라는 깊은 생채기만을 남겼다. 정치가 그 생채기를 남겼음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2020년은 경자년 쥐띠 해이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속담이 있다.

올 한 해 동안 국민들의 허무함과 허탈감이 짙게 배인 한숨이 잿빛 하늘 스모그만큼이나 많았기에, 내년엔 이 허무함을 잊게 해 줄 ‘일말의 희망’이라도 정치권이 만들 ‘역사적 책무’가 있음을 상기할 때이다.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前 청와대 국정상황실/정무수석실 행정관
·  대통령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위원
·  새정치민주연합 사무부총장 및 원내대표 정무특보
·  국민의당 전략홍보본부 부본부장
·  독립기념관 사무처장
·  국립중앙청소년 수련원 이사
·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 이사
·  민족화해렵력범국민협의회 부대변인
·  중국연변대/절강대 객원 연구원

·  現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시사평론가
·  (사)희망래일 ‘70년 침묵을 깨는 침목 동해북부선 연결추진위원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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