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에 연연 않는 국민의힘, 이유는? [취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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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에 연연 않는 국민의힘, 이유는? [취재일기]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05.04 17:4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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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까지 남은 시간 1년…인재영입 카드에 민주당 사법리스크 반사효과도 기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국민의힘은 지지율 부진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국민의힘은 지지율 부진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국민의힘이 이상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여론조사를 대하는 국민의힘 반응이 이상합니다.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 정부여당 지지율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도 위기감이 감지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년 총선은 질 수가 없는 선거’라는 자신만만한 태도까지 은연중에 내보입니다.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리얼미터>가 4월 24일부터 28일까지 실시해 5월 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34.5%에 그쳤습니다.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람은 62.6%에 달했습니다. 정당지지율 역시 국민의힘이 35.2%에 머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44.7%를 기록했습니다.

다른 여론조사도 대체로 비슷합니다. 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는 비판적이고,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앞서는 흐름이 일관되게 포착됩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되레 민주당 내에서 패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집니다. 여론조사 결과와는 상이한 행보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취재 과정에서 기자와 만난 양당 관계자들의 예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겁니다. 여론조사와는 별개로, 국민의힘 우세를 점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야기를 들어 봤더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사권이라는 ‘여당 어드밴티지’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1년 5개월여가 흐른 2018년 10월 5일. <리얼미터>는 CBS 의뢰를 받아 9월 27~28일 실시한 진영별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이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사람은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였습니다. 3위는 김경수 경남지사였고, 5위는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6위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문 전 대통령이 ‘점찍은’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이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첫 국무총리로 임명되면서 단숨에 유력 대권주자로 뛰어올랐고,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 역시 비슷한 이유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김 전 지사는 ‘친문 적자’로 불리며 존재감을 불려나갔습니다.

그리고 약 3개월 후,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또한 비슷한 루트를 거쳐 대권주자 반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보수진영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른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컨대, 여당은 대통령의 인사권이라는 어마어마한 권한을 활용해 얼마든지 ‘스타 정치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여당에게는 인재 영입이라는 ‘비기(祕器)’가 있습니다. 우리 국회는 늘 국민의 불신 대상이었고, 때문에 ‘누가 더 혁신하느냐’가 선거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돼왔습니다. 그런데 선거전에서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재 영입입니다. 우리나라 선거는 개혁적이고 신선한 이미지를 가진 인사를 더 많이 영입해 후보로 내세우는 쪽이 유리한 게임입니다.

하지만 인재 영입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회 저명인사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치에 뛰어드는 건 ‘인생을 거는’ 도전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여당 어드밴티지’가 빛을 발합니다. 영입 인사에게 상대적으로 당선이 쉬운 지역구를 내주는 대신, 현역 의원이나 기존 후보에게 ‘자리’를 내주는 식으로 보상하는 ‘교통정리’가 가능한 까닭입니다.

이처럼 개각 혹은 공천 과정에서 스타 정치인을 만들고, 개혁적 인물을 영입할 수 있다는 건 국민의힘이 차기 총선을 낙관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내년 총선도 결국 ‘혁신 경쟁’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고 보면, 인재 영입·등용이 용이한 여당이 민주당에 비해 유리할 수밖에 없지 않냐는 겁니다.

지난해까지 민주당 초선 의원실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도 지난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임기 초에 여당은 인재 영입이 쉬울 수밖에 없다. 낙천하거나 낙선하거나 해도 자리 하나 마련해 주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역대 선거에서 오히려 여당이 야당보다 더 쇄신하는 것처럼 보였던 건 이런 이유”라고 귀띔했습니다.

 

민주당 ‘사법리스크’ 반사효과


선거에서 표를 얻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내가 좋아서 나를 찍게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가 싫어서 나를 찍게 만드는 것’입니다. 국민의힘의 자신감은 바로 양자를 모두 기대할 수 있다는 데서 기인합니다. 인재 영입을 통한 이미지 쇄신에 민주당 사법리스크의 반사효과까지 묶어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겁니다.

지금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또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의혹과 관련해서도 불구속 기소된 상태입니다. 아직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대북송금 의혹 등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의혹’도 터졌습니다. 실제로 유죄가 선고될 것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현재로서는 민주당이 사법리스크 속에서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선거가 거대 양당의 일대일 구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의 사법리스크는 국민의힘 승리 확률을 높여준다는 분석입니다.

지난주 <시사오늘>과 만난 전직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은 대통령께서 잘하냐 못하냐가 기준이 되니까 지지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국정운영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도 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선거 때 국민의힘을 찍었고 다음 선거 때 찍을 사람들도 지금은 정부여당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선거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부여당이 잘하냐 못하냐가 아니라 국민의힘이 낫냐 민주당이 낫냐의 문제가 된다. 이러면 지지율 판도도 바뀌게 돼있다. 민주당은 총선 때까지 사법리스크를 안고 가야할 텐데, 그때 국민의힘이 낫냐 민주당이 낫냐 물어보면 어떤 답이 나오겠나.”

사법리스크가 당 이미지를 악화시키는 데서 그치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만에 하나 ‘이재명 체제’ 유지 여부를 두고 친명계와 비명계가 분열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는 지난달 10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다음과 같이 내다봤습니다.

“좀 야박한지 몰라도 이재명 대표 체제 단일대오로 총선 치를 가능성이 한 5% 정도, 자의든 타의든 이재명 대표가 내려오고 비대위가 들어설 가능성이 한 35% 정도, 그 과정을 관리할 지도력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결국 폭발해서 분열할 가능성이 나머지 60% 정도라고 본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국민의힘은 인재 영입을 통한 당 이미지 쇄신이라는 카드를 손에 쥐고 있고, 한편으로는 민주당의 사법리스크로부터 ‘반사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즉, 국민의힘은 ‘내가 강해질 요인’과 ‘경쟁자가 약해질 요인’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1년. 이 변수들이 힘을 발휘할 시간은 충분하다는 게 국민의힘이 가진 자신감의 근원입니다. 국민의힘의 낙관론,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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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2023-05-06 03:13:44
공들여서 잘 쓰셧네요

ㅇㅇ 2023-05-04 21:07:43
지랄 기사네 ㅋㅋㅋ 한심한 기자 양반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