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유통업계의 자체 브랜드(PB)에서 잇달아 품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PB 상품 매출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 신뢰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수입·판매하는 ‘시그니처 포도씨유’(500ml, 1000ml) 제품이 벤조피렌 기준·규격 부적합으로 회수 조치됐다. 벤조피렌은 포도씨유 등 모든 식용유지에서 2.0㎍/kg 이하 기준으로 설정돼 있는데, 해당 제품은 3.0㎍/㎏으로 기준 함량을 초과했다.

벤조피렌은 화석연료 등이 불완전연소할 때 생성되는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벤조피렌을 1등급 발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현재 시그니처 포도씨유의 회수, 환불 조치를 안내하고 있다. 대상은 바코드번호 8410179017624, 유통기한이 2024년 5월 1일까지인 제품이다. 해당 상품을 지참해 구매점포를 방문, 고객센터에 온라인 구매내역을 제시하면 환불받을 수 있다. 환불 기간은 다음 달 5일까지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과거 납품된 동일 브랜드 상품의 경우 품질 검사 결과 이상이 없었으나, 이번에 이슈가 발생한 상품의 경우 추가 조사를 통해 함량 초과 부분을 발견해 자진 회수를 진행했다”며 “회수 절차에 따라 매장 내 물건을 빼고 환불을 진행 중으로, 절차상 환불 기간은 정해져 있지만 고객들의 관련 연락은 언제든지 응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홈플러스뿐만이 아니다. 앞서 이마트도 지난달 이물질 혼합 가능성을 이유로 PB 상품인 ‘피코크 쇠고기 볶음 고추장’을 자발적으로 거둬들였다. 당시 이마트 관계자는 “제조사(움트리) 측이 제조 공정 중에 이물질이 들어갔을 가능성을 인지해 식약처에 자진신고를 했고, 이마트 역시 바로 회수 조치를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편의점 PB도 여러 차례 홍역을 치렀다. 지난 5월 CU의 PB 제품 ‘생크림 찹쌀떡’은 품질 변질 우려 이슈가 접수돼 상품이 회수됐다. 지난해에는 동원F&B가 제조한 GS25 PB 상품인 ‘더진한초코우유’(스누피 우유)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세균과 대장균이 검출된 바 있다.

유통업계는 PB 상품의 안전성 이슈가 유통이 아닌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홈플러스는 최근 국내 여러 유통기업에 포도씨유 상품을 공급하고 있는 스페인 소재 유명 제조업체의 일부 포도씨유 상품에서 품질 이슈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지, 추가 검사에 들어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압착유 특성상 제조 시 온도 관리를 잘못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동일 제조사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보도를 보고, 혹시 (우리 제품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추가 검사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제조사보다는 유통사의 이름을 보고 PB 상품을 구매하는 만큼 이미지 타격은 고스란히 유통업체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체들은 비용을 절감하고,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PB 상품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이마트 노브랜드, 홈플러스 시그니처 등이 대표적이다. 매출도 늘고 있다. 지난 2019년 11월 론칭한 홈플러스 시그니처는 2022년 매출이 2019년 대비 약 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PB 상품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유통사의 관리·감독 책임은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PB 상품은 제조사와 유통사의 공동기획 제품이지만 유통사의 상표가 부착되기 때문에 유통사 타격이 더 크다”며 “제조사 관리와 점검, 철저한 품질 관리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 신뢰에 부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