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난’ 저축은행, 그럼에도 제2의 저축은행 사태는 없다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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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난’ 저축은행, 그럼에도 제2의 저축은행 사태는 없다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3.08.29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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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분기 434억 순손실…1분기 대비 적자규모 축소
연체·NPL비율 상승폭 둔화…자산건전성 관리 초점
변수는 디지털뱅킹發 뱅크런…모니터링 강화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실적 부진으로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 자산건전성 제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영업환경 불확실성 확대와 美 SVB 사태로 위험성이 확인된 디지털뱅크런은 우려되는 요소로 꼽힌다. ⓒ시사오늘 이근

저축은행업계의 올 상반기 실적이 공개됐습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순손실을 이어가면서 일부 고객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죠. 아무래도 앞서 발발한 ‘저축은행 사태’가 또 한 번 재현되는 게 아닐까 우려하는 모습이죠.

하지만, 현 상황에서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입니다. 지금의 저축은행 적자가 영업환경 악화로 인한 대외적 요인의 영향이 크고, 1분기에 비해 2분기 지표가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일단 저축은행업계의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암울하긴 합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8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저축은행 영업실적(잠정)’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저축은행업계는 96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918억 원 감소한 것이죠.

이는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린 고객, 즉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악화된 탓이 제일 컸습니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보유했던 채권들이 부실화됐다는 말이죠. 실제로 저축은행업계의 올해 6월 말 총여신 연체율은 5.33%로 전년 말 대비 1.92%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연체율 증가는 가계와 기업고객 모두에서 나타났습니다. 특히, 기업대출의 경우 2022년 말 2.83%에서 올 상반기 5.76%로 2배 이상 급증했죠. 가계대출 역시 같은 기간 0.38%포인트 상승하며 5%대를 넘어선 5.12%를 기록했습니다.

앞서 2022년 상반기 6.19%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예대금리차가 올 상반기 4.72%까지 좁혀진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예대금리차 축소는 곧 이자수익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이죠. 

이처럼 저축은행업계의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등 모든 지표가 부정적으로 나타나면 으레 떠오르는 최악의 금융사고가 하나 있습니다.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며 무더기 영업정지를 맞았던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바로 그것입니다. 벌써 1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저축은행사태가 남긴 상흔은 여전히 남아있죠.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예보료율이 대표적이죠. 저축은행의 예보료율은 0.4%로, 은행에 비해 5배나 높습니다. 저축은행사태에 따른 주홍글씨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본래 얘기로 돌아와, 저축은행업계의 최근 실적이 좋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앞선 저축은행사태와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일단, 단기적으로 봤을 때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나아졌습니다.

저축은행업계 1분기 실적은 업계 내에서도 최악으로 꼽힙니다. 순손실 규모만 528억 원에 달하며, 이 기간 연체율은 전년 말 대비 1.65%포인트가 급증했죠. 연체율과 NPL(고정이하여신)비율이 악화되면서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도 크게 늘어나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업계 전체적으로는 NPL 증가 규모가 충당금 증가 규모를 상회하면서 NPL 대비 대손충당금비율이 95.4%로 전년 말 대비 17.9%포인트 하락했죠.

드라마틱하게 개선된 실적은 아니지만, 1분기와 비교하면 최악으로 치달았던 지표들이 다소 나아진 셈이죠.

아울러 자산건전성과 관련해 제도적 장치들이 이미 마련된 상황이고, 금융감독당국 역시 면밀한 모니터링과 관리를 진행 중인 점도 긍정적으로 볼만하죠.

이처럼 저축은행업계와 금융당국은 현재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비롯해 부실채권 매각 등 자산건전성 관리에 힘을 쏟고 있죠.

이에 따라 수익성 지표 개선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지만, 당장의 수익보다는 저축은행업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자산건전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저축은행사태 당시와 지금이 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변수는 존재합니다. 바로 디지털뱅킹화에 따른 비대면 뱅크런 우려죠. 앞서 미국에서 발발한 SVB사태는 디지털뱅킹의 위험성을 금융권에 인식시킨 사건이었습니다. 과거와 달리 모바일 앱으로 대면 창구 이용 없이도 보다 대규모로, 보다 빠르게 인출이 가능해지면서 불안감이 곧바로 뱅크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더욱 커진 것이죠. 저축은행업계의 경우 앞서 지난 4월 웰컴저축은행·OK저축은행의 부동산 PF발(發) 부실채권에 따른 영업정지 루머가 퍼진 전례가 있는 만큼, 디지털뱅크런 대비가 더욱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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