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과학 기술 ‘죽고 사는’ 문제, 예산 삭감보다 근본적 해결 필요” [북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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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과학 기술 ‘죽고 사는’ 문제, 예산 삭감보다 근본적 해결 필요” [북악포럼]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9.27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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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236)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융합 연구 뒷받침할 미래지향적 법’ ’페이스메이커 리더십’ 강조
미중 기술 패권 전쟁 대응 必…“與, 공천 걱정에 정부 지적 못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지난 26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에서 ‘세계를 변화시키는 3대 패러다임’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시사오늘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3대 패러다임으로 ‘융합 연구를 뒷받침할 미래지향적 입법’과 ‘미중 패권 전쟁 시대에 맞춘 핵심적 과학 기술력 확보’, ‘페이스메이커 리더십을 가진 국가 지도자’를 강조했다. 최근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 삭감과 관련해선 “근본적 문제 해결 없이 금액만 줄였다고 안심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6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을 찾은 안 의원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3대 패러다임’을 주제로 강연하며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을 갖춘 나라를 만들어야 대한민국 생존,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생존이 보장된다”고 전했다.

안 의원이 중요하다고 짚은 3가지 패러다임 중 첫 번째는 ‘융합과 미래지향적 법’이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 백신의 개발 과정을 예로 들었다. 많은 이들이 접종받은 모더나·화이자 등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은 생명공학과 반도체공학, 바이오 기술과 나노기술의 ‘융합’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안 의원은 백신 개발과 함께 법, 제도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통상 5~10년 정도 소요되는 개발 기간이 1년 남짓으로 단축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개발에 방해될 규제를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등 속도를 단축시켰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전혀 다른 두 분야가 힘을 합쳐 ‘융합연구’를 활발히 하며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나라. 과거지향적 법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법, 제도를 연구해 만들며 이를 뒷받침해 주는 나라가 경쟁력을 가지고 앞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지난 26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에서 ‘세계를 변화시키는 3대 패러다임’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시사오늘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과학기술은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죽고 사는 문제가 됐다”고 말하고 있다. ⓒ 시사오늘 

안 의원은 미국과 중국의 과학기술 패권전쟁에서의 대응 중요성을 부각하며 “과학기술은 더 이상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2차 세계대전 종식 직후의 소련과 미국 간 패권 전쟁은 누가 핵무기 가졌는지를 두고 다툰 군사 패권 전쟁 성격을 띠었다면, 현 미중 패권 전쟁은 ‘과학기술’에 방점을 뒀다는 점에서 과거와 큰 차이를 보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인류역사상 패권 전쟁은 언제나 있었다. 패권국이 있으면 신흥패권국이 등장하고, 전쟁이 일어난다. 이긴 쪽이 패권을 잡고, 새로운 패권국이 떠오르면 다시 전쟁하기를 반복했다. 미소 냉전에서 소련이 해체되고, 미국이 세계 강자가 됐다. 그때 중국은 생산기지로 쓰였다. 

중국은 다른 마음을 먹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위기로 미국이 흔들리니 중국이 본격적으로 마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거다. 중국 시진핑 체제, 미국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며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이는 미소 패권전쟁과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과학기술력을 많이 확보하는 쪽이 패권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봤고 반도체, 2차 전지, 항공우주, 전기차 등 여러 분야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이 사이에 대한민국이 끼어있다. 과학기술은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가 됐다.”

안 의원은 최근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결정해 논란이 있었던 것에 대해 “우리나라 과학기술 예산에 문제가 있다는 건 10년 전부터 말했다. 예산 받아 간 연구가 99% 성공률을 보이는 것은 성공 확률이 높은 연구만 신청하고, 이를 관리 못한 정부 탓이 있다”면서도 “근본적 문제 해결 없이 금액을 줄였다고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본적 문제 해결 없이 연구 개발비만 줄이면, 쉽게 연구비를 받아 가는 사례가 더 심각해질 위험이 있다”며 “국가 R&D 투자는 성공 확률이 낮더라도 단기 성과, 높은 성공률을 보이는 연구보다 중장기적 시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여당 의원들은 과학기술 관련 문제를 내년 공천 때문에 한마디도 못한다. 나만 나서서 연구비 깎은 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라고 정치하는 거지, 공천받고 안 받고로 눈치 보면서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필요한 말을 안 하면 정치를 왜 하냐”면서 “불이익받아도 좋다. 우리나라를 위해 필요한 일이란 확신을 가졌기에 이렇게 말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지난 26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에서 ‘세계를 변화시키는 3대 패러다임’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시사오늘 
안 의원이 페이스 메이커 리더십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시사오늘 

안 의원이 마지막으로 꼽은 세계를 움직이는 커다란 힘은 ‘리더십 패러다임’ 변화다. 그는 지도자가 국가라는 거대한 수레를 앞에서 끌고 가는 것이 아닌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른바 ‘페이스 메이커 리더십’이다. 

“20세기엔 분야가 복잡하지 않고 발전 속도가 느려서 대통령이 중간에서 여러 분야 관계자의 보고를 받고 며칠 숙고한 뒤 전문가 의견을 들어 결정해도 됐다. 하지만 21세기엔 분야가 더 세분화, 고도화, 복잡화하고 변화 속도도 빨라지니 대통령 혼자 고민하면 늦는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황을 제일 잘 알고 판단 내리는 것은 현장 전문가다. 이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정부는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마라톤에 출전하면 각각 3시간·4시간·5시간을 뜻하는 풍선을 든 사람이 함께한다고 한다. 어느 정도의 속도로 맞춰 뛰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는 사람들은, 이들을 보고 뛰며 기록에 도움을 받는다. 안 의원은 “4시간 페이스 메이커의 원래 실력은 3시간대에도 통과 가능한 사람이다. 하지만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자신의 속도를 희생해서 이루는 것이다. 이들이 앞에서 뛰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뒤를 밀어주는 것”이라며 이러한 페이스 메이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강연이 끝나고 ‘제3지대 가능성’에 관해 물은 한 청중의 질문에 “지난 10년 동안 나름 제3당으로 존속하며 열심히 해봤는데, 마지막 시도가 지난 대선이었던 것 같다”면서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것을 보고, 유권자들도 실망했겠지만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 “92세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앞으로 살날은 20~30년 남짓이겠다. 그 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제일 가치 있는 일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게 살 나라를 만드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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