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극한 대립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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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극한 대립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3.12.23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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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악순환에 갇힌 정치
총선용 탄핵 폭주
사과·소명 없는 巨野 몰염치
행정 공백 막을 근본 대책 마련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상정 불발과 관련해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상정 불발과 관련해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나라의 시계(視界)에 희망이 안 보인다. 정치권이 연말까지도 탄핵과 거부권 맞대응이라는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타협과 절충을 통한 합의 도출이라는 민주적 절차가 외면당하면서 국민의 정치 피로감과 혐오감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불법 대선자금, 선거 개입, 돈봉투 사건 모두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중대 범죄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야당 탄압’ 프레임을 고집하면서 반성을 하기는커녕 되레 정권과 검찰 등을 비난하고 있다. 부끄러움을 전혀 모르는 몰염치의 극치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이런 적반하장 행태가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검찰과 법원은 김 씨가 받은 불법 자금의 사용처 등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서둘러 법적 책임을 물음으로써 부패 정치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식물 방통위’ 사태는 피했지만 다음 방통위원장 임명 때까지 한두 달은 걸린다는 점에서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위원장 사퇴로 남은 위원이 한 명에 불과해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로서의 역할 수행에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당장 연내 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KBS 2TV, SBS, MBC UHD 등 지상파 재허가, 내년 상반기 종편과 보도채널 재승인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심사 무산 시 자칫 무더기 무허가 방송 사태를 빚을 수도 있다.

위헌 소지가 있는 대목

이렇게 된 데는 탄핵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민주당 책임이 크다. 탄핵안은 절차와 내용 모두 문제가 있다. 민주당은 애초 지난달 9일 탄핵안을 본회의에 보고했다. 이때 여당이 무제한 토론을 전격 취소하면서 본회의 연장이 무산되자 표결 시한(본회의 보고 후 24~72시간)을 지킬 수 없게 된 민주당은 탄핵안을 스스로 철회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부결 안건을 회기 중 다시 발의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탄핵안 철회서를 결재해줬다.

위헌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지난달 28일 2차 제출 때는 탄핵 사유로 ‘검찰청법 규정’ 때문이라는 엉뚱한 내용을 넣었다가 철회와 제출을 재반복했다. 동시 추진한 검사 탄핵안 문구를 ‘복붙’(복사해 붙이기)하다 벌어진 황당한 일이라고 한다. “단순 실수”라는 해명이지만, 공당의 정략적 탄핵 추진과 경솔함이 그대로 노출됐다.

민주당의 도 넘은 폭주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위원장 전격 사퇴에 허를 찔린 이재명 대표는 “꼼수” “비정상적인 국정 수행”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대통령이 이동관의 뺑소니와 먹튀를 도와줬다’고 맹비난했다. 하나같이 횡설수설 수준의 공감하기 힘든 궤변이다. ‘이동관 찍어내기’에 앞장선 고민정 최고위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금이라도 사퇴하는 게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강조했다.

대결과 독선

민주당은 ‘꼼수’ 운운하지만 지난달 첫 탄핵안을 꼼수로 철회했던 민주당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게다가 민주당은 두 번째 이 위원장 탄핵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복붙(복사해 붙여 넣기)’ 방식으로 ‘검찰청법 규정’에 의해 탄핵한다고 써냈다가 철회해 다시 제출하는 황당한 일까지 저질렀다. 탄핵 폭주 외에도 입법 폭주를 해온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노란봉투법·방송3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 “대결과 독선”이라고 비판한 것도 어불성설이다. 양곡관리법·간호법에 이어 쟁점 법안들을 숙의 없이 강행 처리해 또다시 거부권을 쓰게 만든 것이 외려 대결과 독선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김용 씨가 지난달 30일 1심 재판에서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 수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김 씨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던 유동규 씨를 통해 6억 원의 자금을 수수한 사실이 인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일련의 부패 범죄’라고 규정한 뒤 “김 씨가 잘못을 반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에 대한 첫 1심 선고인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대선자금 수사의 ‘키맨’인 유 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 씨는 “(자금 수수의) 수혜자는 이재명이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이재명을 위한 도구였다”고 말했다. 유 씨는 이 대표가 관련된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의혹 재판에서도 핵심 증인이다. 대장동 의혹 재판에서 이 대표가 크게 불리해진 것이다.

이 대표가 ‘분신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던 김 씨가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민주당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을 뿐 사과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 대변인과 대선 경선 당시 선대위 총괄부본부장을 지낸 김 씨의 유죄에 대해 사과나 유감을 표명하는 순간 이 대표의 연루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용납해선 안 될 구태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의원 등 12명이 지난달 29일 유죄 선고를 받았는데도 사과하거나 소명 한 줄 내지 않았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불거지고, 자금 수수가 의심되는 국회의원 21명의 명단이 공개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윤 대통령은 어제 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해 국회의 재의를 요구했다.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이어 현 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 거부권 행사였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정의를 무리하게 확대하고,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과도하게 제한해 산업 현장에 갈등이나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 방송3법도 지배구조 변경을 통해 친야 성향 단체에 방송사 사장 결정권을 주는 ‘꼼수 법안’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문재인 정부도 꺼렸던 법안을 여야가 바뀌자 야당이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인 것이다.

무리한 법이었던 만큼 거부권 행사는 예견됐다. 야당의 강행 처리는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노린 정치적 계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협상과 설득을 통해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 대신 거부권에 의존한 대통령도 정치 파행의 책임에서 벗어난다고 할 수 없다. 정치가 실종된 사이 예산안은 법정 시한(12월 2일) 내 처리가 결국 무산됐다. 시급한 민생예산 집행은 줄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민생 법안도 산적해 있다. 경제 상황은 엄중하다. 하반기 회복세가 정부 기대만큼 뚜렷하지 않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됐고, 물가 압박은 더 커졌다. 선거가 닥치면 너도나도 또다시 안면 몰수하고 표를 구하려 들 것이다. 더는 용납해선 안 될 구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했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평소 역사주의와 세계주의를 기준으로 한 집필 경향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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