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신(新)결의와 남북 충돌 포커스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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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신(新)결의와 남북 충돌 포커스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3.08.26 08: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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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안보 신기원 열렸다
"자유로운 통일" 언명…북, 강력 반발
準동맹 속 韓 역할 재설정할 때
北 급변사태 철저히 대비해야
"북한, 내부 이상기류가 보인다" 주목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이병도 주필]

한미일 정상이 캠프데이비드 기자회견장에 공동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일 정상이 캠프데이비드 기자회견장에 공동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큰 흐름이 바뀌고 있다. 한·미·일 정상이 미국 워싱턴DC 인근 캠프데이비드에서 회의를 갖고 3국 협력을 '뉴 노멀(새로운 시대)'로 채택했다. 북핵 문제를 중심으로 안보·경제·기술 공조 관계를 글로벌 차원으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3국은 특히 남북문제와 관련,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지지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성명에 '통일'이 언급된 적은 거의 없다.

이에 맞선 북한의 이상기류도 포착됐다. 북한은 공식으로 3국 정상회의를 맹비난하며 정찰위성 발사 등 강한 도발을 예고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그 반대로 폭발물 테러 등의 자체 분열 조짐에도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유력한 소식통이 전했다. 귀추가 주목된다.

안보 분야에서 3국은 어느 한 국가에 대한 외부의 위협을 3국 공동 위협으로 인식하기로 한 ‘3자 협의 공약’을 채택, 3국 간 결속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핵우산 강화는 물론 매년 3국 연합 훈련을 하기로 하고, 북한의 해킹에 대응하는 사이버 협력 실무 그룹도 신설하기로 했다.

유럽의 집단 안보 체제인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버금가는 ‘아시아판 NATO’로 평가받을 만하다. 한미일 삼각 협력은 규율된 원칙의 구속을 받는 글로벌 안보·경제 체제의 핵심축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3국 정상은 매년 정상회의를 최소 1회 개최하고, 안보실장·외교·국방·산업장관 회의를 연 1회씩 갖기로 했다. 외교·안보·경제·기술 분야에서 수시로 협의하면서 한 몸처럼 움직이는 준(準)동맹 체제를 출범시킨 것이다. 이런 과정들이 ‘뉴노멀’로 안착하면 쿼드(Quad)나 오커스(AUKUS)를 뛰어넘는 준(準)동맹 수준의 협의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21세기 신국제질서 이정표

3국은 국군 포로 문제 해결, 자유로운 체제로의 통일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한미 양국이 2009년 ‘미래 비전’에서 북한 인권 문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통일을 명시한 적이 있지만, 3국 차원에서 합의한 것은 처음이다.

3국 대연합의 신기원을 열게 됐다. ‘캠프 데이비드 원칙’ ‘캠프 데이비드 정신’ ‘역내 협의 강화에 대한 정치적 약속’ 등 3개 문건은 안보와 경제에 걸친 21세기 신국제질서 형성에 기여하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북핵 위협, 양안(兩岸)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한·미·일 안보협의체 출범은 3국 안보뿐 아니라 세계 평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더 강력한 방파제

한국은 캠프 데이비드 합의로 명실상부하게 미국과 일본의 대등한 파트너로 동아시아는 물론 신(新) 세계 질서 구축의 동반자가 됐다. 1953년 한미 동맹, 1965년 한일 수교에 이어 3국 간 파트너십을 구축해 경제·안보적으로 더 강력한 방파제를 확보한 의미는 작지 않다. 정부 수립 후 75년 만에 새로운 차원의 국제 협력 체제를 갖춘 것이다.

이제 세 나라는 제도화한 공조의 틀을 바탕으로 안보와 경제, 기술 등 전방위 분야에서 협력을 본격화하게 됐다. 대상 범위는 동북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를 포괄한다. 3국이 역내 현안들에 공동 대응하는 공식 다자 협의체가 출범한 것이다.

글로벌 질서가 신냉전의 대결 구도로 접어든 상황에서 세계 GDP와 교역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3국의 자유민주주의 협의체가 탄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년 내내 대화체널

한국과 미국 고위 관계자들 브리핑을 종합해보면 한·미뿐 아니라 한·미·일이 동맹에 준하는 강력한 협력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발전 비전을 공유하면서 3국 간 경제 협력까지 강화한다면 기존의 쿼드(미국 인도 호주 일본의 협력체계)보다 강력한 안보 협력체가 될 수 있다. 핵과 미사일의 무력 도발 수위를 한껏 높여온 북한의 무모한 모험주의와 중국·러시아의 패권 행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동북아 지역의 실질적 안보 안전장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정보·안보에서 산업·기술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분야를 망라한 협력 방안을 문서로 제도화한 것이다. 그동안 3국 협의는 각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고 변동이 심했는데,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통해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각 레벨에서 안정적으로 작동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통령부터 장관급에 이르기까지 최소 9개의 협의체가 구성돼 1년 내내 대화하는 체제가 가동될 전망이다.

이번 회의는 큰 틀에서의 의미뿐 아니라 각론 내용 하나하나도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3국은 경제와 안보에서 위협이 발생하면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점을 명백하게 천명했다. 각국의 국익에 직결되는 사안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대외 메시지를 함께 조율하면서 공조에 나서는 것이다. 단순히 군사적 협력뿐 아니라 공급망 문제를 비롯한 경제로 안보 협력의 지평을 확대하는 것도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런 노력을 문서화해 공식화했다는 것 역시 이번 회의의 큰 성과일 것이다.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뿐 아니라 첨단 기술, 사이버, 해양, 보건, 여성 등까지 총망라된 현안들에 대해 3국이 ‘원팀’으로 대응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요구받게 될 것이다. 주요 플레이어인 한국이 다양한 외부 변수를 엮어가며 외교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번 3국 회의 전과 후 안보 지형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제 군사·외교와 산업·경제에서 필요한 후속 조치를 하나하나 잘 갖춰나가는 게 중요하다. 반도체를 필두로 인공지능(AI)·사이버·에너지에 걸쳐 공급망 안전과 산업기술 발전에서의 협력 강화로 공동의 이익을 증대할 협의 과제가 적지 않다.

합의한 것처럼 반드시 정상회의를 연례화해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항구적인 협력을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

3국 협의 강도를 높인 만큼 각국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여지는 좁아져 있다. 협의 과정에서 대내외적 갈등과 반발에 직면하는 상황도 때로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질적 대응 시스템 확실한 구축을

한미일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정신을 바탕으로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삼각 협력의 실질적 결과물들을 끌어내야 할 것이다.

3국 협력을 되돌릴 수 없는 안보 메커니즘으로 구축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그 취지와 비전을 국회와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하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신냉전으로 글로벌 정세가 급변하고 있으므로 세 나라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북중러의 국제 질서 교란을 억제하기 위해 실질적 대응 시스템을 확실하게 구축해야 한다.

3국 정상이 북한 미사일 정보의 실시간 공유 체계를 연내 가동하고 한미일 방어 훈련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한 것은 김정은 정권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공동 훈련 계획을 마련한 것도 성과로 꼽히고 있다.

"북한 내부, 폭발물 테러 발생"

이번 3국 정상회의를 통해 위기감을 느낀 북한이 더욱 도발적인 자세로 나올 수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국의 공통 이익을 최대화하면서도 북한·중국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복안이 필요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진심을 갖고 나오면 얼마든지 북한과 대화 가능하고, 중국에 대해서도 서로의 공통 이익을 위해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새로운 대응 전략을 만들어 대응하는 데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또 다른 측면도 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최근 북한 평양 외곽에서 1, 2개월 전쯤 폭발물 테러가 발생한 정황이 있다고 북한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이 밝혔다. “굉음과 비명이 들렸고, 사상자도 발생한 것 같다”고 복수의 현지 주민이 증언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군 고위인사를 노린 테러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북한이 폭발물 탐지 장비로 추정되는 물건을 수입하는 등 김정은 국무위원장 경호가 강화되고 있다고도 말했다.

최종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통제가 철저한 평양 인근에서 폭발물 테러 정황이 나왔다면 내부 불만이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폭발물 탐지 장비 수입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올 4월 경호원들이 방탄용 검은 가방을 들고 김 위원장을 둘러싼 장면이 촬영된 것과 맞물려 평양 핵심부의 불안감을 보여준다. 국가정보원은 그제 국회에서 “노동당이 불평 불만자 색출팀을 지역별로 만들었다”고 보고했다.

북한, 분명한 응징 알게 해야

김 위원장이 군사 위협에 직접 나서는 점도 북한 동향을 면밀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다. 그는 “전쟁 준비를 공세적으로 하라”고 말하는 등 8월 들어서만 전쟁 준비를 2차례 지시했다. 북한은 위기 때마다 도발하며 ‘우리 문제는 외부 적대세력 때문’이란 핑계로 불만을 잠재웠다. 북한이 공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쏘는 것뿐만 아니라 바다와 하늘에서 예측 못 할 수단으로 우리를 직접 겨냥할 수 있다. 또 내부 동요가 더 커진다면 쿠데타 등 급변사태가 불거지지 말란 법도 없다. 평양 외곽의 폭발이 테러로 확인된다면 드물게 반체제 행동이 드러난 것이다. 한미 공조를 통해 수립해 둔 작전계획들을 재확인하고, 상황별 시나리오를 현실로 옮길 실전 훈련이 필요하다.

북한이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의 의미를 바로 보게 해야 한다. 향후 미·일의 대북한 메시지도 의미 있겠지만, 우리 정부의 확고한 대북정책이 중요하다. 올 들어 아사자가 2배 늘고 탈북자는 3배 늘어난 판에도 김정은 정권은 무력 도발에 매달린다. 야권에서는 이런 북한을 계속 감싸는 게 우리 현실이다. 더 이상의 도발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북한이 분명히 알게 해야 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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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태 2023-08-26 10:25:36
해박하신 분석글 감사합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