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적 할당제, 평등의 지름길일까? [주간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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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 할당제, 평등의 지름길일까? [주간필담]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4.01.20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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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해소 위해 도입된 할당제…역차별 일으킬 수 있어
어퍼미티브 액션, 소수자 보호 추구했으나 효용성 논란有
정치권의 어설픈 여성할당제, 여성 입지 축소시킬 수 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훈 기자]

ⓒ시사오늘
사회적 약자를 위한 할당제, 정말 효용성이 있을까요?ⓒ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2024년이 됐지만, 세상은 불평등합니다. 부자와 빈자가 있고, 강자와 약자가 존재합니다. 불평등의 요소는 다양합니다. 권력과 돈은 물론 정보의 비대칭성 등 다방면에서 나타나고 있죠. 

그래서 세상은 약자를 위한 할당제를 도입했습니다. 기회조차 제공받지 못한 약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됐죠.

하지만 할당제가 늘 이상적인 결과를 가져오진 않습니다. 도리어 과한 할당으로 인해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미국에서 시행하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이하 A·A)’입니다. A·A는 미국에 살고 있는 소수집단 우대 정책입니다. 이는 1964년 미국 연방 민권법에 근거한 정책입니다. 사회적 소수자(유색인종, 장애인 등)가 백인과 동등하게 대우받게 하기 위해 대학교 입학 정원과 기업의 고용인원에 의무적으로 할당분을 도입하게 하는 정책이죠.

실제로 해당 정책이 도입된 초기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끼쳤습니다. 할당책의 도입으로 인해 차별당하는 소수자가 평등함을 누릴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사회에서 소수자의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차별이 줄어들었으며 나아가 사회적 다양성 성장에 기여했습니다.

또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취업길이 넓어짐으로서 기업 또한 고용 비용을 아끼게 됐죠. 구직자 개인의 능력이 아닌, 인종을 우선했던 기존의 고용 관습이 깨짐으로서 기업들 또한 인건비만큼 일을 할 수 있는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 됐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반향도 컸습니다. 해당 정책으로 인해 역차별이 발생했죠. 오히려 할당제로 인해 공부를 잘하는 백인 학생이 대입 과정에서 차별을 겪었고 이는 취업시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이와 같은 효용성 논란에도 미국에서는 치열하게 A·A의 시행을 두고 논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할당제를 둘러싼 논쟁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군 가산점제 폐지’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9조: ①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방의 의무를 진다. ②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병역법 제3조: ①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해 현역과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에 준거해 만 18세 남성들은 병역의 의무를 집니다.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고 신체 등급 1~3급을 판정받으면 현역병으로 약 18개월~21개월을 복무해야합니다.

남성은 선택이 아닌 의무적으로 군에서 2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야한다는 점 때문에 많은 남성들이 불평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에 따라 국가에서는 징병보상 제도로서 1961년부터 2001년까지 군 가산점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의무징병으로 군을 다녀온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7급 공무원 시험과 9급 공무원 시험, 공기업 취업 응시자에게 만점의 5% 이하의 추가점수를 보정해주는 내용이었죠.

하지만 이와 같은 정책은 결국 공무원과 공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갔기 때문에 논란이 일었죠. 나아가 여성단체도 군 가산점제는 남녀차별이라 주장하며 폐지론에 힘을 보탠 바 있습니다.

할당제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정치권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 5일, 민주당이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안을 발표했습니다. 민주당은 위원장과 부위원장, 간사를 제외한 공관위원 자리를 정치권에서 약자로 분류되는 여성과 청년에게 할당했습니다. 50%를 여성에게 할당하고, 20%는 청년에게 할당했습니다. 위원장과 부위원장, 간사 3명을 제외한 12명의 위원 중, 6명이 여성에게 돌아갔으며 청년 몫은 모두 여성에게 부여됐습니다.

본지는 민주당의 공관위원 할당책에 대해 기이함을 느꼈습니다. 이미 12명의 위원 중 6명을 여성에게 할당했습니다. 나아가 2명은 청년의 몫이었죠. 그런데 이 2자리 또한 여성에게 몰아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2030 남성에게는 아무 자리도 없는 셈입니다.

한편으로는 아쉽습니다. 오늘날 민주당은 2030 남성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정당이기도 합니다. 이는 연이어 치러진 선거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났죠.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민주당은 젊은 남성들이 왜 외면했는지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는 듯합니다. 

할당제. 탁상행정으로 섣불리 도입하는 것이 아닌 그 이전 단계서 부터 정말 치열하게 토론해야하는 정책입니다. 우리 정치권이 부디 행정적 편의만 찾아다니는 수준 낮은 모습을 그만 보여주길 바랍니다. 
 

담당업무 : 정경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확실하고 공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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