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휴면카드 2년새 370만장↑…매몰비용만 年 200억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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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휴면카드 2년새 370만장↑…매몰비용만 年 200억 낭비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4.01.30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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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61만장→2023년 1293만장 급증
年 카드발급비용 2천억 이상…코로나후 더 늘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세번째),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을 비롯한 카드사 CEO 등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여신금융협회 & VISA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사진 오른쪽 세 번째),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오른쪽 네 번째)을 비롯한 카드사 CEO 등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여신금융협회 & VISA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국내 전업카드사 7곳의 휴면카드가 2년사이 400만장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카드사의 누적 휴면카드만 1300만장에 육박하면서 매몰비용과 금융사고 발생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30일 여신금융협회와 국내 전업카드사 공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국내 전업카드사 7곳(신한, 현대, KB국민, 삼성, 롯데, 우리, 하나카드)의 누적 휴면카드는 1300만장에 육박하는 1293만장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 누적 휴면카드 1132만장 대비 161만장 급증한 것이다.

공시상 휴면카드는 집계일 기준 이전 1년 이상 기간동안 이용실적이 없는 개인 및 법인 신용카드를 말한다. 즉 1300만장에 달하는 카드가 발급 이후 1년동안 사용되지 않고 방치됐다는 말이다.

최근 휴면카드 증가세가 대폭 커졌다는 점에서 개선책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019년 말 누적 휴면카드는 761만장에 불과했지만 2020년 말 누적 휴면카드는 814만장으로 전년 대비 53만장 증가했다. 코로나가 대유행한 2021년 말과 2022년 말에는 휴면카드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21년 말 누적 휴면카드는 921만장(전년 말 대비 107만장 증가), 2022년 말 누적 휴면카드는 1000만장을 넘어서며 1132만장(전년 대비 211만장 증가)을 기록했다.

휴면카드 증가세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 중에서도 코로나19,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정 폐지, PLCC 상품 대중화 등이 주요원인으로 꼽힌다.

먼저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정이 폐지된 건 2020년 5월 말부터로 이후 휴면카드 증가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와 고금리·고물가가 이어지며 소비심리가 위축돼 카드사용이 줄고 이에 따라 휴면카드도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7월 6.3%로 고점을 찍은 후 차츰 내려왔으며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한해동안 늘어난 휴면카드가 200만장이 넘어섰다는 걸 고려하면 물가상승에 따른 부담 증가도 영향을 크게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휴면카드의 급격한 증가는 보통 전년에 프로모션 등을 진행해 카드발급량이 늘어났다가 이게 실제 사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의 휴면카드 증가는 고금리에 따른 소비자물가 부담으로 소비가 감소하면서 카드사용량이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고금리로 카드사 역시 자금조발 비용이 상승해 프로모션 등을 진행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소비까지 감소하면서 휴면카드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카드사 상품군 변화가 휴면카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특정기업 또는 서비스와 제휴를 통해 출시되는 상업자표시카드(PLCC)가 있다. 특정기업과 밀접된 혜택을 강화한 PLCC는 해당 브랜드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약화될 경우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같은 휴면카드 급증은 결국 사회적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당장 국내 7개 전업카드사에서 지출되는 카드 발급비용만해도 매년 2000억원에 달한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개 카드사의 카드발급이용 합계액은 2019년말 2404억원, 2020년말 2270억원, 2021년말 2261억원, 2022년말 2354억원이다. 지난해의 경우 9월말 누적 기준 이미 2000억원을 넘어선 2074억원을 기록했다. 휴면카드 비중을 업계 최저치인 10%로 잡아도 매년 200억원의 매몰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아울러 휴면카드 분실시 발생하는 금융사고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지난 국감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도 개선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금융당국은 휴면카드 감소를 위해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일각에서는 자동해지 정책 부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금융당국은 카드 발급 남발 부작용 우려가 존재하는 만큼 다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카드고객이 보유한 카드 현황과 불필요한 카드를 고객이 선택해 해지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유력하다.

한편, 카드사별 휴면카드 감소를 위한 자체 노력도 진행 중이다. 주로 고객 맞춤형 혜택 제공을 통해 카드상품 충성도를 확보하는 형태다.

전업카드사 중 휴면카드 비중이 가장 낮은 신한카드는 발급 단계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해 미사용 여지를 최소화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올 4분기 기준으로 유일하게 휴면카드 비중이 전분기 대비 낮아진 카드사다. 하나카드의 경우 고객 니즈에 맞춘 신규상품(원더카드 등) 출시가 사용률 유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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