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선처 호소’ 차범근은 왜 정유라를 외면했을까? [정치 Li-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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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선처 호소’ 차범근은 왜 정유라를 외면했을까? [정치 Li-view]
  • 정치라이뷰팀 |정세운 기자,윤진석 기자
  • 승인 2024.02.08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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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과 데스크의 시각 ‘정치를 본다’
이번 편은 차범근의 조국 탄원서 제출
체육계 정유라 사건 때와 비교돼 관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치라이뷰팀 |정세운 기자, 윤진석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차범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자녀 입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한다. 기자들과 데스크의 시각 ‘정치라이-뷰(Li-view)’는 취재를 녹인 분석들의 조합이다. 라이-뷰는 살아있는 정치를 바라본다는 뜻이다. <편집자 주>

차범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동병상련의 정유라 씨를 왜 외면했을까요?

최근 차 전 감독이 ‘조국 탄원서’ 구설에 휘말리면서 엘리트 체육이 다시 화두에 올랐습니다. 

차 전 감독은 지난달 22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 비리를 심리하는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조 전 장관 가족과의 인연도 없고 특정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한 점을 강조한 그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본선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던 자신의 일화를 돌이키며 그 일로 대학 진학을 앞둔 아들(차두리)에게까지 ‘진학을 못하게 해야 한다’ 등 여론의 비난이 난무해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 일도 벌써 5년이 지났다. 그동안 조국 가족이 받은 고통과 감수한 징벌은 비슷한 경험을 한 대한민국의 수많은 학부모들에게 큰 경종이 되었으리라 확신한다”며 선처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노의 목소리를 낸 이가 있었습니다. 

최서원(전 최순실)의 딸 정유라 씨입니다. 정 씨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나 중졸 될 때 가만히 있던 운동선수들이 도대체 어딜 껴드는 것이냐. 차범근 아저씨가 의대 나왔냐”라며 공개 저격하고 나섰습니다. 

정 씨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메달리스트지만 이대 입시 특혜 의혹에 휩싸이면서 박근혜 정부 탄핵 국면 기간 대학 입학도 취소됐고, 학생선수시절 훈련을 하느라 수업을 빠진 것까지 도마에 올라 고등학교 입학까지 취소된 바 있습니다.  

훗날 체육계 미투와 더불어 문 정부가 출범하면서 엘리트 체육 시스템이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게 된 단초가 된 사건입니다. 

차 전 감독이나 아들인 차두리 씨, 정유라 씨 모두 엘리트 체육 코스를 밟은 학생선수 출신입니다. 

학창시절 씨름부나 육상선수들이 국영수 수업을 듣는 대신 훈련을 하기 위해 교실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당시 학생선수들은 이 같은 엘리트 체육 환경 아래 있었습니다. 

엘리트 체육은 소수정예의 선수가 집중훈련을 통해 전문체육인으로 양성되는 시스템을 갖춘 전문 체육인 육성 정책을 말합니다. 1960년대 박정희 정권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많은 학생 선수들이 관련 제도를 통해 교과별 학교 수업을 병행하는 대신 훈련에 집중해 전문인으로서의 실력을 쌓을 수 있었으며 올림픽 대회 등에 출전해 각 분야별 금은동 메달을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엘리트 체육은 전두환 정권 당시 더욱 강화된 이래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어느 정도 기조가 유지돼 왔습니다. 

그러다 대폭 위축된 때를 맞았으니 이른바 정유라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파문이 커지면서 문재인 정부 넘어와 엘리트 체육 중심에서 학생선수 수업 출석 인정일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의 생활체육 중심으로 전면 개편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체육계 등은 학생선수들이 수업도 하고 운동도 병행해야 하니 주말에서조차 휴식을 취할 수 없다는 점을 성토하며 열악한 체육계 현실을 바로잡아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출석 인정일을 다시 늘리는 등의 엘리트 체육을 병행하는 정책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얼마 전 조 전 장관을 비호한 차 전 감독 경우는 본인이 누구보다 관례처럼 수업일수에 구애받지 않는 엘리트 체육이 용인되던 때가 있었음을 잘 알고 있던 사람입니다.  또, 학생선수들의 특수한 상황에 비춰 엘리트 체육 정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음을 체육계 종사자로서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처지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엘리트 체육에 대한 구조적 이해를 잘 갖고 있을 당사자이기에 더욱 이런 의문이 들고 마는 것입니다. 

의료계인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해서는 고통을 십분 이해하는 마음으로 선처를 호소하면서 정작 같은 체육계에서 동변상련을 겪었을 정유라 씨에 대해서는 왜 모르쇠를 일관했을까?  정 씨처럼 엘리트 체육 시스템 속에서 수업을 빠졌을 테고 상급학교를 진학한 것은 매한가지였을 텐데, 왜? 

이런 궁금증이 일면서 아이러니함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엘리트 체육 혜택은 다 같이 받아놓고 혼자서만 돌팔매질 당한 정유라 씨 입장에서는 차 전 감독의 모순된 행동에 화가 날 만도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말도 했을 겁니다. 

“학교 다 같이 빠질 땐 언제고…. 뭘 안다고 껴드는 것이냐. 아무 일에도 안 끼어드는 양반이.”

그러게요. 그때는 왜 가만히 있었을까요.

이런 정치라이뷰 어떤가요. 
독자 여러분의 댓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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