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 끝까지 민·형사 책임 물어라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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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 끝까지 민·형사 책임 물어라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4.02.24 07:1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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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수사” 천명… 법과 원칙 본때 보이라
의대 대폭 증원 해외 선진국들을 보라
전공의, ‘의사 무패신화’ 이번엔 깨야한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박민수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수본 회의 주요 내용과 의료기관 현장점검 결과 등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박민수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수본 회의 주요 내용과 의료기관 현장점검 결과 등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병원 이탈로 의료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파장은 심각하다. 일부 응급실이 마비된 데다 전국 대형 병원들은 진료와 수술을 대폭 줄여 암 환자 등 중증 환자와 가족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국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예정됐던 수술이 대거 취소되고 진료 대기가 길어지면서 환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의사가 없어서 '수술 동의서'를 받지 못하는 긴급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환자 가족들의 성토도 쏟아지고 있다. 환자와 그 가족들이 '전공의 파업'의 볼모로 잡혀 있는 모양새다.

정부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해 엄단 의사를 밝혔다. 법무부, 행정안전부, 대검찰청, 경찰청은 21일 대책회의를 진행한 뒤 공동브리핑을 통해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독점적 지위와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강력한 대응의지를 밝혔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단체행동의 파괴력이 여느 집단과는 다르다. 의사들은 지금 같은 의료 현실에서 국민 고통이 너무나 크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의사 확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전국 병원 응급의료체계의 핵심 역할을 하는 전공의들이 대거 환자 곁을 떠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제 주장을 앞세우며 환자를 내팽개친 전공의들을 어느 국민이 이해하겠나. 정부는 전공의 이탈 장기화에 대비해 군병원과 공공의료기관 활용, 비대면 진료 확대, 진료보조(PA) 간호사 활용 등을 내놨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할수록 애꿎은 환자들의 피해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전공의가 집단이익 관철을 위해 생명이 경각에 달린 응급실·수술실을 비우거나 진료 차질을 빚게 한 건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중증환자 수술과 항암치료를 제때 못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여론은 의사단체의 명분 없는 실력행사에 냉담하다. ‘희소성 유지를 위해 사다리를 걷어찬다’고 의심하는 국민이 많다.

‘밥그릇 지키기’라는 싸늘한 국민 여론에도 전공의들이 ‘대정부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정부의 증원 철회를 관철해낸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파업에서 의사들은 의약분업은 못 막았지만 의대 정원을 10% 감축하고 수가를 대폭 올리는 요구 사항은 관철했다. 이후 의대 정원은 동결돼 왔다. 2020년에 정부가 의대 정원을 400명 늘리려 했으나 전공의 70%가 한 달가량 파업을 이어 갔고, 코로나19로 환자 피해가 속출하면서 손을 들었다. 당시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전공의와 전임의들을 고발했으나 의료계 요청에 밀려 결국 취하했다. 이런 선례가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의사들의 비뚤어진 인식을 낳았고 국민을 볼모 삼은 집단행동을 주저하지 않게 만들었다.

미국·일본·독일·영국 등 주요국가들은 고령화 등 의료 수요 급증에 대비해 지난 20년간 의대 정원을 늘려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사 단체의 반발로 2006년 이후 의대 정원이 3058명에 묶여 있다.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정부 보건의료 정책의 영역에 의사 단체가 집단 반발로 맞서면서 의료 인력 확대의 시점이 마냥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의사들이 집단행동으로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에 제동을 거는 것은 의대 증원을 순조롭게 추진하는 해외 선진국들의 사례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선진국들은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 의료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대 정원을 확대해왔다. 독일의 경우 2018년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1~2% 늘려 2022년 입학 정원이 1만 1752명에 이른다. 이것도 역부족이라고 보고 5000명을 추가 증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단계적으로 증원해 현재는 2007년 대비 20% 늘어난 약 9400명을 뽑는다. 영국도 2031년까지 의대 입학 정원을 2021년 대비 약 36% 많은 1만 5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의대생을 대폭 늘려도 의사들의 집단적 반발 움직임은 없었다. 일본의사협회는 “의사 수 부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반대는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지난해 의사협회장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국민들을 위해 당장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의·정 갈등 장기화는 의료계에 치명적인 생채기를 남길 수 있다. 복지부는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831명에게 업무복귀명령을 내리는 한편 거부하면 면허를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2000명 증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정원 확대 규모를 1000명대로 줄여 타협할 것’이라는 분석을 반박한 것이다. 강 대 강 대치는 파국으로 치달을 뿐이다. 당사자들은 이제라도 감정을 억제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불법행위 주동자는 구속수사”(경찰청장)한다는 경고에 “전공의 처벌하면 대재앙 맞을 것”이라고 맞서봐야 해법은 멀어진다. 실타래만 꼬일 뿐이다. 냉정해져야 대화가 복원된다.

의사들은 과거에도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할 때마다 파업과 사직 카드를 전가의 보도처럼 내밀어 이를 무력화시켰다. 4년 전 문재인 정부 때도 의대 정원을 400명 늘리려다 집단행동에 무릎을 꿇은 바 있다. 뿐만 아니다. 의사들은 비대면 진료 등 새로운 의료 서비스 도입에도 저항하고 있다. 이들의 무소불위 행태에 죽어나가는건 국민이다. 이번만큼은 절대 물러서면 안 된다. 직역이기주의나 특권의식에 물들어 국민 생명을 볼모로 삼는 참담한 상황을 넘어서지 못하면 의료개혁은 요원하다. 정부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불퇴전의 각오로 나서 '의사 무패신화'를 깨야 한다.

여론의 박수를 받지 못하는 의료계 집단행동은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2021년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7명보다 크게 적다. 이러니 국민 10명 중 8명이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여론조사가 나오는 것이다.

지금 전공의들이 있어야 할 곳은 의료 현장이다. 국민 건강과 생명 보호를 도외시하는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은 어떤 이유로든 지지를 받지 못한다. 의사의 기본마저 망각한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해 본때를 보여야 한다. 그동안 의료계 파업이 끊이지 않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 탓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벌백계 준엄한 철퇴를 내려 잘못하면 영구 퇴출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철저한 단죄로 의료계 파업 사슬을 이참에 끊어내기 바란다. 그렇다고 소통 노력을 멈춰선 안 될 것이다. 양측 모두 대화의 끈을 이어나가야 한다.

정부가 2020년 선례를 반복하면 의료개혁은 물건너간다. 의대 정원을 늘리지 못한 폐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떠안게 되고, 의사들의 특권의식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정부는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에 대해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적어도 환자 곁을 떠난 의사들에게 예전과 같은 선처는 결코 없다는 인식을 심어 줘야 한다. 끝까지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는 반드시 제재한다는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했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평소 역사주의와 세계주의를 기준으로 한 집필 경향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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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ㅇ 2024-02-24 10:03:28
개똥 ㅉㄹ시....미친개는 오늘도 해를 보고 짖고....달을 보고 짖고.....미친개는 정신이 없다. 인간쓰레기는 빨리 소각장으로....

llllliiiiillll 2024-02-24 10:00:13
문과나온 ㅆㄹㄱ...ㄱㅅㄹ 말고 자라. ㅁㅊㄱ 짖나????ㅈ또 모르는 ㄴ이 ㄱㅅㄹ하지 말고 자빠져 자라.

장정태 2024-02-24 09:20:48
밤길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냐 갑갑하던차에
밝고 시원한 횟불을 보게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