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성역 쌓기’ 중단할 때다 [박동규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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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성역 쌓기’ 중단할 때다 [박동규의 세상만사]  
  • 박동규 정치평론가
  • 승인 2024.05.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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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 선출된 권력 아니기에 더욱 엄격한 통제 필요
국민 신뢰상실한 ‘모래성 쌓기’ 순식간 허물어 질수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동규 정치평론가]

유교의 기본 도덕 윤리인 ‘삼강오륜’(三綱五倫)중 ‘부부유별’(夫婦有別), 즉 부부간에도 지켜야 할 도리를 정해 놓은 게 있다. 부부(夫婦) 사이에는 ‘인륜상(人倫上) 각각(各各) 직분(職分)이 있어 서로 침범(侵犯)하지 못할 구별(區別)이 있다’는 뜻인데, 남편은 남편으로서의 본분, 아내는 아내로서의 본분을 잘 지켜 서로의 인격과 역할을 존중해 화목한 가정을 이루라는 뜻이다.

현대사회에 무슨 고리타분한 말인가 탓할 수도 있겠지만 부부는 사실 남남이 만나서 가장 가까운 인연이 되는 인간관계인 만큼 사실 각자의 영역과 역할 구분이 쉽지는 않다. 가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안 관련 책임의 소재와 영역도 딱히 구분하기 힘들다.

그만큼 부부가 각자의 영역과 역할 그리고 책임에 있어선 구분도 힘들고 딱 부러지게 자르기도 어렵다. 그래서 ‘공동운명체’를 넘어 ‘부부 일심동체’인 것이다.

일국의 대통령 부부 경우는 ‘부부유별(夫婦有別)’을 넘어 대통령에겐 헌법상 부여된 국가와 국민에 대한 크나큰 ‘책무’와 ‘의무’가 있고. 현 정권과 달리 그동안 영부인의 경우도 대통령비서실에 제2부속실을 따로 둬 엄격하게 ‘역할’과 ‘영역’을 구분해 ‘규범’과 ‘관례’에 따라 활동토록 해왔다. 

부인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더 필요했던 것은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했지만, 부인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기에 부인에 대해선 더욱 엄격한 잣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부인에 대한 가장 강력한 통제력은 비서실도 아니요, 그 누구도 아닌 대통령, 남편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책임과 처신이 더 중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부부 역시 직무와 일상 중 벌어진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부부일체, 부부 공동운명체로서 칭찬과 비판을 받아야 했다. 대통령과 부인이 직무든 일상이든 임기 중 발생한 일들은 곧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고 ‘위법’과 ‘위헌’ 논란과 여야의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해 직접 사과를 했다. 그러나 특검은 수용치 않았다. 총선 직후 이원석 검찰총장이 직접 지시해 김 여사 관련 수사가 개시됐기에 특검을 반대하는가 했지만, 결국 수사지휘 중인 서울중앙지검장을 전격교체하면서 온갖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야당과 대다수 언론은 ‘김 여사 조사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해석하고 야당의 반발은 거세지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윤 대통령의 이해 못할 ‘과잉 부인 보호’라는 인식을 씻을 순 없게 됐다. 검찰총장이 ‘인사는 인사고 수사는 수사’라며 수사 의지를 강하게 밝혔지만, ‘호랑이 앞에서 장난감 칼 휘두르는 격일뿐이다.

보수 언론조차 ’국민이 맡긴 국가권력을 부인 보호를 위해 사용한다‘는 비판에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은 조기 결단을 통해 김건희 여사의 현명치 못한 ‘일탈행위’를 명명백백히 밝혔으면 국정 운영의 ‘위해(危害) 요인’은 최소화됐을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차단과 방치’와 ‘우유부단’으로 위기만 차곡차곡 쌓아왔다.

또한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총선패배 이후에도 국민 여론을 뻔히 알면서도 대통령 앞에선 꿀 먹은 벙어리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자신들의 답답함을 토로한다고 한다. 답답하고 해답 없는 집권 여당이다.

김건희 여사가 직접 조사를 받는다고 나라가 뒤집어질 일은 없다. 윤 대통령이 더 창피해질 일도 없고 대통령 권위가 더 떨어질 일도 없다. 이미 다 알려진 일이고 권위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다. 이젠 몰카까지 동원해 선물 공세를 한 목사의 의도와 그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면 될 일이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사과가 필요하면 백번이든 하면 될 테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김 여사가 지면 된다. 이게 공정이고 상식이다.

국민은 윤 대통령의 강직한 검사 시절의 믿음을 보여주길 바라는 것이지, 부인을 숨기고 감추고 방어와 보호에 급급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유교의 가르침인 부부유별의 영역도 아니다. 서로를 존중하며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방식도 아닌 것이다. 결국 나라와 국민만 불편하게 만드는 과도한 ‘부인사랑’(?)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김건희 여사 ‘성역 쌓기’가 어디까지 갈지는 알 수 없다. ‘성역 쌓기’가 아닌 야당의 정치공세에 대한 ‘정당한 방어 수단’이라면 대국민 사과는 무슨 의미로 한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국민적 이해를 토대로 쌓아가는 성은 높고 튼튼해질 수도 있지만, 국민이 외면한 ‘모래성’은 쉽사리 일순간 무너질 수 있다. 김건희 여사를 진정 아낀다면 모래와 같은 ‘성역 쌓기’로 보호하기 보단 엄정한 법 앞에서 당당하게 시시비비를 가려 나가는 ‘용기의 바다’로 나아가게 하는 게 더 현명한 일일 것이다.

 


※ 본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박동규 정치평론가는…

청와대 행정관을 역임하고 대통령 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위원, 국회 정책연구위원, 독립기념관 사무처장을 비롯해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 이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대변인, 중국연변대‧절강대 객원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으며 정치평론가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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