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표의 農飛漁天歌>˝면세유법, 36만명 청원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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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표의 農飛漁天歌>˝면세유법, 36만명 청원 통했다˝
  • 글 홍문표 국회의원/정리 윤진석·박근홍 기자
  • 승인 2014.09.16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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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농민 위한 정책개발-②>
농사짓는 비용 중 가장 많이 들어가는 비용이 기름 값
농어업용 면세유 한시적 감면을 영구 전환하는 법안 발의
2조116억 원 농어업용 면세유 감면기한 5년 연장 성공
노무현 대통령 반대 있었지만 36만명 서명 받아 국회 설득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글 홍문표 국회의원/정리 윤진석·박근홍 기자)

면세유법을 만든 것은 지금 생각해도 잘한 일이다.

농어촌 농어민의 권익과 소득증대를 위해 만든 15개 법 중 이번에는 면세유법에 대한 얘기다.

노무현 정부 당시 17대 국회의원인 나는 2007년 2월 8일 농어업용 면세유에 대한 한시적 감면을 영구적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내가 농촌 출신이라 잘 아는데 농사짓는 비용 중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비용이 농기계를 움직일 수 있는 기름 값이다.

일반 시중 가격 그대로 농어민들에게 기름 값을 받을 경우 경제성이 떨어지고 소득 증대 또한 어렵게 된다. 갈수록 기름을 쓰는 양은 많아지는데 이를 부담하기 위해 적지 않은 고통과 경제적 출혈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면세유 혜택을 받으면 일반 석유에 비해 그 가격이 3분의 2정도로 저렴해 농어촌 농어민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 농사짓는 비용을 상당히 절감해주기 때문에 농어촌 농어민 축산인들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법이다.

원래 농어업용 면세유 제도는 농어민의 비용 경감을 목적으로 1972년 도입됐다.

유류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교통세, 주행세 등을 100% 면제해 주는 제도로 감면 규모만 2006년 기준 연간 농가 1호당 100만원, 어가 1호당 970만 원 등 총 2조 원가량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때는 농어민 면세유가 과다하게 유용되거나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등의 문제가 불거진다는 이유로 2004년 말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2007년 7월부터 면세혜택 감면 율을 75%로 축소하고 감면시한도 2007년 말까지로 한정토록 변경했다.

이는 2008년부터 농어민 면세유 혜택이 아예 없어지는 것을 의미했다. 면세유 제도를 값지게 활용했던 대다수 선량한 농어민들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나는 다른 건 몰라도 어려운 농어촌의 현실을 감안할 때 농어민에게 비용부담이 큰 농기계, 선박 등의 기름 값에 대한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앞서 언급했던 농·임·어업용 석유류에 대한 한시적 감면 규정을 영구적 면제 규정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면세유법 대표 발의였다.

물론 이 법을 발의했다고 해서 면세유 혜택이 영구 전환된 것은 아니다.

대신 법안 발의를 통해 농어민 면세유 제도의 필요성이 정치권과 사회전반에 다시금 환기되는 계기를 만들었고, 법안 조정을 통해 2007년 말로 한정돼있던 농어업용 면세유 비과세 혜택기간을 2012년 6월로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연간 2조116억 원에 달하는 농어업용 면세유 세금 감면기한을 5년간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세특례제한법이 통과된 것이다.

아마도 대한민국 수십만 개의 단일법 중 2조 116억이라는 예산이 소요되는 법은 이 법이 최대일 것이다. 덕분에 전국의 농어민들은 농기계, 어선 등에 사용하는 휘발유나 경유를 다시금 100% 면제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법안이 통과되는 데는 적지 않은 갈등도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예산을 이유로 면세유 5년 연장 방안을 찬성하지 않고 있었다.

박흥수 농림부장관도 면세유 5년 연장 얘기를 꺼내다 대통령 앞에서 혼날 정도였다.

박 장관 옆에 서서 이를 지켜보던 나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농민 입장에서 면세유 5년 연장에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박 장관을 설득하고 동의와 협조를 이끌어낸 장본인이지만, 대통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내 맘대로 면세유 5년 연장 법안을 관철시킬 수 없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 노 대통령과 나는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였다.

옛날에 우리는 통합민주당을 같이 했었다. 그 시절 나는 통합민주당 조직부총장을 했고, 노 대통령은 당 대변인을 역임했다. 서로 당 조직 간부로 있으면서 어려운 고비를 함께 한 후 시간이 흘러 17대 국회 때 대통령과 국회의원으로 만난 거였다.

어쨌거나 대통령이 면세유 5년 연장을 하면 안 된다고 하니, 중간자 역할인 박 장관도 마음 놓고 추진을 못하는 상황이 되풀이됐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던 나로서는 고민 끝에 특단의 대책을 세웠다. 다름 아닌 청원법 형식으로 농민들의 서명을 받아 밀어붙이자는 생각이었다.

그 즉시 나는 농협중앙회 회장부터 만나 설득에 들어갔다.

농협중앙회 회장이 정대근씨라고 그분을 만나 농협이 농민을 위한 농협 아니냐. 그렇다면 농협이 일을 해야 할 거 아니냐. 면세유법을 만드는데 서명을 해 달라. 전국 수천 개의 각 점포에서 500명씩 서명을 받으면 된다고 호소했다.

이런 과정 끝에 총36만 명의 서명을 받아내 국회에 제출, 의원들을 설들 할 수 있던 것이다.

나머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07년 4월 24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을 열어 내가 대표 발의한 법안을 심사했고, 면세 혜택을 5년간 유지할 것을 의결했다.

4월 25일 조세법안심사소위에서 채택·의결, 4월26일 재정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됐다. 이후 4월 30일 본회의에서 통과되는 성과를 얻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 어떻게 36만 명의 서명을 받아 청원법 형식을 통해 국회법을 만들었을까 싶다.

농어민 면세유법은 국회의원들 몇몇이 만든 법이 아니었다. 전국의 농어민이 뜻을 모아 일일이 서명해 만든 법이었고, 그랬기에 놀라운 추진력을 보일 수 있었다고 본다.

곱씹을수록 참으로 소중하고 가치 있는 법이다. 잘한 일, 기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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