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자본 국내 금융업 진출 '빗장'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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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자본 국내 금융업 진출 '빗장' 풀리나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5.06.12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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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안방보험 동양생명 인수 승인…푸싱그룹도 호시탐탐 기회 노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중국 자본이 국내 금융사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중국 안방(安邦) 보험의 동양생명 인수를 계기로 금융당국의 빗장이 풀린게 신호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지분 (63.0%) 인수를 지난 10일 정례회의에서 승인했다. 국내 금융사가 중국 본토에 매각된 최초의 사례다.

중국 자본은 이번 승인으로 국내 금융사 인수에 문제가 없다는 금융당국의 공식적인 입장을 확인했다.

앞서 금융위는 중국과의 상호주의를 놓고 고심해왔다. 상호주의는 상대국의 시장개방 정도에 맞춰 자국의 시장개방을 결정하는 걸 말한다.

중국은 외국자본의 생명보험사 지분한도를 50%로 제한하고 있는 반면 금융 시장은 완전히 열려있어 상호주의 원칙이 위배된다.

대만의 유안타(元大)증권이 동양증권을 인수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중국 자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금융위는 지난 11일 "상호주의로 동양생명 인수건을 거부하기 위해서는 국내법과 국제조약상 근거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국내법은 물론 국제 조약상 보험분야에서 한국 금융당국이 상호주의를 주장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국 자본이 공격적으로 국내 금융사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 푸싱그룹 ⓒ푸싱그룹 홈페이지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KDB생명이다. KDB생명은 2013년부터 여러 차례 매물로 나왔지만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해 매각 추진 당시 중국 종합투자기업인 푸싱그룹도 인수의사를 타진했으나 대주주적격성 문제에 걸려 중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의 이번 결정에 따라 중국 자본이 KDB생명 매각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게 된 만큼 푸싱그룹과 KDB생명의 쌍방간 구애가 이뤄질 수도 있다.

푸싱그룹은 글로벌 인수합병(M&A)을 통해 제약과 철강, 소매업, 금융 분야에 다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 민간 기업이다.

최근 LIG손해보험, KDB생명, 현대증권 등 주요 금융사에 대한 M&A를 잇따라 시도했다. 푸싱그룹의 자산규모는 2014년 기준 31조원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자본이 우리은행 입찰에도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우리은행 매각 당시 안방 보험은 경영권 지분 인수에 끝까지 참여했다가 유효경쟁이 이뤄지지 않아 무산됐다.

안방보험은 다음달로 예정된 우리은행 매각안 발표에 맞춰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안방보험은 지난달 17일 네덜란드의 국영 SNS레알 보험 자회사 '비바트 베르체케링겐'을 1억5000만 유로(약1876억 원)에 인수했고, 작년 12월에는 네덜란드 델타로이드가 소유한 벨기에 은행들을 사들이는 등 동시다발적으로 M&A를 진행하고 있다.

▲ 중국 안방보험 ⓒ안방보험 홈페이지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약 4000억 원이 넘는 외환보유고를 무기로 금융회사를 앞세워 글로벌 M&A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한국에 투자한 자금은 전체의 1% 수준에 불과해 본격적인 자금 공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금융당국의 결정으로 중국 자본을 막을 명분이 사라져 위험에 노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자본력을 앞세워 M&A에 나설텐데 이를 견제할만한 수단이 없어 국내 금융사가 매물로 나올때마다 넘겨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법적으로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없다면 중국계 자본의 국내 금융회사 인수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확실한 명분과 이유 없이 승인해주지 않는다면 외교적 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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