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진흙탕 싸움'…소비자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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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진흙탕 싸움'…소비자는 뒷전
  • 김하은 기자
  • 승인 2015.08.18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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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 마케팅 전략 '너죽고 나살기'식 무차별 비방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하은 기자)

식품업체들이 이익 추구에 혈안이 돼 볼썽사나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경쟁사 제품을 자사 카피캣(베껴서 출시한 제품)이라고 주장하거나 근거 없는 설로 무차별 비방하고 나선 것.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불거진 대상과 샘표의 ‘원조 공방’이다. ‘베끼기 의혹’ 선공으로 시작된 공방이 ‘원조 게임’으로 확대된 것.

베끼기 의혹에서 원조공방으로…

▲ 2004년 대상 청정원이 '맛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콘셉트로 진행한 쿡조이 광고 영상 이미지컷.ⓒ대상

대상은 지난 10일 파스타소스 콘셉트는 대상이 먼저 사용했으며 샘표가 뒤늦게 따라 했음에도 불구하고 샘표식품에서 파스타소스 콘셉트를 도용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샘표식품은 이에 앞선 9일 대상이 최근 출시한 청정원 이탈리아 파스타 소스 4종이 샘표식품 폰타나의 브랜드 콘셉트인 ‘맛으로 떠나는 여행’과 폰타나 파스타소스 제품 콘셉트인 ‘맛으로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을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주장하며 대상 측의 사과를 촉구하는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이에 대상은 “상표로 등록조차 되어 있지 않는 일반적인 상용구에 대해 브랜드 도용을 언급하는 샘표 측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1위 업체를 흠집내기 위한 노이즈마케팅에 불과해 안타깝다”고 공식입장을 냈다.

대상에 따르면 샘표 측이 주장하고 있는 제품 콘셉트와 카피는 이미 11년 전인 2004년 대상이 레토르트 제품 브랜드인 ‘쿡조이’ 광고에 대대적으로 활용했던 기획이다. 당시 대상은 ‘청정원 쿡조이의 맛으로 떠나는 세계 요리 여행’을 주제로 당대 최고의 광고모델이었던 최민식, 김정은을 기용해 지상파 광고를 포함한 마케팅을 진행한 바 있다.

대상은 “샘표 측 무단 도용 주장이 타당성을 가지려면 충분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민감한 내용에 대해 휴일에 기습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여론을 호도한 샘표식품의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반박하며 양사 간 한 치의 양보 없는 공방이 이어졌다.

경쟁사 무차별 비방하다 ‘망신살’

▲ 롯데칠성음료 제품 '처음처럼'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하이트진로 임직원 4명과 음해성 동영상을 제작한 방송사 PD 등 2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주류업계는 진흙탕 싸움의 ‘원조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국내 대표 주류업체들이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해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리는 등 무차별 흠집내기에 나선 것. 수년 째 이어온 이들의 싸움은 훗날 법정 싸움까지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의 심기만 불편하게 만들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2년 3월 ‘참이슬’을 생산하는 하이트진로가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을 비방하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유포시킨 데에서 시작된다.

당시 소비자TV는 “알칼리 환원수를 많이 마시면 신장과 피부질환을 비롯해 결석 등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심할 경우 심장마비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는 내용의 영상을 보도했다. 해당 영상은 인터넷상에서 순식간에 확산됐고, 롯데칠성음료는 이 때문에 매출 손실과 주가 하락 등 적잖은 손해를 입었다.

이에 롯데칠성음료는 보도자료와 언론 광고 등을 통해 유해성에 대한 해명에 나섰고, ‘악의적인 루머’에 법적대응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4월 롯데칠성음료는 하이트진로를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하이트진로 측의 일방적인 공격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지난해 하이트진로 ‘참이슬’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임직원 10여 명이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2013년 4월 서울종로경찰서는 롯데주류(현 롯데칠성음료)가 ‘참이슬’ 제품에서 경유 냄새가 난다며 카카오톡과 무가지 등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배포하는 등 하이트진로를 음해한 혐의로 지난 4월 롯데주류 임직원 17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두 업체의 지나친 영업 경쟁으로 인해 수년 간 진흙탕 싸움이 이어졌고, 결국 법적 다툼까지 번지게 된 셈이다.

하지만 결국엔 하이트진로의 유죄로 마무리됐고 지난해 8월 7일 서울중앙지법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하이트진로 전무 황모(58)씨, 상무 장모(55)씨에게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팀장 심모 씨와 김모 씨 등 2명에 대해서는 벌금 1000만 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아울러 알칼리 환원수에 대한 의학적 문제를 제기하고 ‘처음처럼’의 제조방법 승인 과정에 대해서도 공무원과의 불법 커넥션이 있었다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보도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상 명예훼손, 업무방해)로 기소된 케이블 채널 <한국소비자TV>의 김모(33·PD) 시사제작팀장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오비맥주의 ‘카스’ 역시 “가임기 여성에게 해롭다”는 괴담이 온라인상에서 무차별 유포돼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괴담을 퍼뜨린 당사자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위가 뭐길래…순위경쟁에 신경전↑

▲ 허니감자칩 1위 자리를 두고 해태제과와 농심이 벌써 3번째 신경전을 치르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제과업체들 간의 미묘한 신경전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4월 해태제과가 야심차게 출시한 ‘허니버터칩’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이를 표방한 허니감자칩이 농심과 오리온 등에서 잇따라 출시됐다. 문제는 해태제과와 농심이 자사 제품이 업계 1위라고 주장하며 지나친 순위 경쟁을 벌인 데 있었다.

농심은 지난 4월 28일 자사 제품의 ‘수미칩’이 달콤한 감자 스낵의 원조인 ‘허니버터칩’을 누르고 업계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이는 민간 시장정보 분석업체 닐슨코리아에 근거한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진 보도자료였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농심의 ‘수미칩 허니머스타드’의 매출은 130억 원을 기록하며 업계 1위를 차지했으며, 허니감자칩 열풍의 주인공인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매출은 87억 원으로 6위에 그쳤다.

이에 허니감자칩 열풍의 주인공인 해태제과는 자사 제품을 집계 방식이 잘못됐다며 농심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양사 간 순위싸움에 따른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진 것.

해태제과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허니버터칩의 1분기 매출은 184억 원으로 스낵시장 왕좌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농심이 발표한 매출 87억 원은 사실과 달랐다. 아울러 해태제과가 공개한 184억 원의 매출은 허니버터칩의 출고량에 소비자가격을 곱한 수치로 닐슨코리아의 집계방식과 큰 차이가 있었다.

당시 해태제과 관계자는 “허니버터칩이 모처럼 제과시장의 호기를 만들었는데, 오리지널 제품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경쟁사의 행태는 지극히 유감스럽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바 있다.

담당업무 : 식음료 및 유통 전반을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생하게 꿈꾸면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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