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정치권…뜨는 '정(鄭)', 지는 '정(鄭)'
스크롤 이동 상태바
새해 정치권…뜨는 '정(鄭)', 지는 '정(鄭)'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1.03 18: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의화·정운찬, 정몽준·정동영…대조적인 정치 위상 '눈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의화 국회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정동영 전 의장, 정몽준 전 의원 ⓒ 뉴시스

'정(鄭)'씨 정치인 네 사람의 행보에 2016년 새해초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정몽준 전 의원, 정동영 전 의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정의화와 정운찬은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면서 '뜨는 정(鄭)'이라 불리는 반면, 한때 정계의 거목이었던 정몽준과 정동영은 점차 존재감을 상실하면서 '지는 '정(鄭)'이 되는 눈치다.

정의화·정운찬 '뜨다'

정의화 의장과 정운찬 전 총리는 더불어민주당(전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열에 따른 수혜를 누리고 있다. 복수의 야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안철수 신당', '천정배 신당'이 두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 천정배 의원이 각각 추진하고 있는 신당은 모두 호남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 의원은 20대 총선에서의 교섭단체 구성, 나아가 대권가도를 달리기 위해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 공략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더민주당을 탈당하고 그의 신당에 합류한 인사들도 대부분 호남 출신 인사들이다. '도로 새정치민주연합', '도로 민주당'이라는 혹평이 나오는 이유다.

천 의원은 4·29 재보궐선거 때부터 '호남 정치 복원'과 '뉴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 양성'이라는 구호를 앞세웠다. 아무리 휘황찬란한 수식어를 달아도 '호남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떨쳐낼 수 없었다.

정 의장과 정 전 총리는 신당 세력에 대한 세간의 이 같은 비판을 희석시킬 수 있는 인사들이다.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후예 중 하나인 정 의장은 부산 중구·동구에서만 내리 5선을 한 대표적인 PK(부산경남) 인사다. 정 의장의 영입에 성공하는 신당은 단숨에 거대한 PK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

정 전 총리는 반기문 UN(유엔) 사무총장과 더불어 '충청대망론'에 가장 가까이 있는 정치인이다. 충남 공주 출신의 정 전 총리는 차기 총선에서 충청 어디든 깃발을 꽂을 수 있는데다, 이를 발판으로 대권 주자로 급부상할 수 있는 콘텐트를 갖춘 인사다. 충청 민심이 역대 대선 결과를 좌우했음을 감안하면 '얼굴마담'으로서도 안성맞춤인 것이다.

더욱이 최근 세종시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전 총리는 MB(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에서 국무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세종시 수정안'을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또한 두 사람은 신당 세력에게 부족한 명분과 철학을 줄 수 있는 인사들이다.

정 의장은 '유승민 정국', '국회법 거부권 정국', '국정교과서 정국', 그리고 '선거구 획정 정국'까지 청와대, 친박(친박근혜)계, 비박계 등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끝까지 지킨 정치인이다.

정 전 총리는 재벌대기업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불만이 팽배한 작금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경제학자다. 과거 재계로부터 '빨갱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정 전 총리의 '동반성장' 철학은 이제 대한민국에 반드시 필요한 철학이 됐다.

정 의장과 정 전 총리 모두 여권 인사라는 것 역시 신당 세력에게 '메리트'다.

정몽준·정동영 '지다'

한때 정계를 호령했던 거물 정치인 정몽준 전 의원과 정동영 전 의장은 최근 수세에 몰려있다. 2016년 새해에도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정몽준 전 의원이 몰락한 것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더불어민주당)에 패배하면서다. 이후 차기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해 대권 가도를 질주하려 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그는 숙원이었던 FIFA(피파, 국제축구협회)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전 의원이 종로에서 야권 후보를 이길 자신이 없어 FIFA로 발걸음을 돌린 것이라는 후문이 일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이 박 시장과의 혈투에서 1만 표 이상 졌던 지역이 바로 종로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FIFA 회장직도 요원하다. 정 전 의원은 FIFA 윤리위원회로부터 '6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아 오는 2월로 예정된 차기 FIFA 회장 선거에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차기 대권 경쟁력 손실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동영 전 의장은 길을 잃었다. 정 전 의장은 4·29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관악을에 무소속(국민모임) 출마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3위로 낙선했다. 사실상 정계은퇴라는 벼랑 끝에 선 것이다.

재기의 길을 모색하기도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정 전 의장은 '천정배 신당' 합류해 20대 총선에서 자신인 고향인 전북 순창 출마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 전 의장은 지난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복당 요청을 거절한 바 있다.

문제는 그의 '철새' 이미지가 너무 강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동정심조차 얻기 힘든 실정이라는 것이다.

전북 지역 정가의 핵심 관계자는 3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정 전 의장이 고향에서 출마할 것 같은데 지역 민심이 신통치 않다. 측은지심에서라도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쉽게 봐선 안 된다"며 "되레 대권 주자로 성장해서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되리라 기대를 저버린 사람이라는 말들이 더 많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