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한국금융, 현대증권 인수 놓고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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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한국금융, 현대증권 인수 놓고 '고심'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6.03.03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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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인식차 크고, 시너지 효과 미미한데다 인터넷전문은행 참여사 반발까지 예상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현대증권 인수를 놓고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증권 예비입찰에 참여한 금융사는 KB금융과 한국금융,파인스트리트, LK투자파트너스, 글로벌원자산운용, 액티드 등 6곳이다.

이 중 가장 유력한 인수자는 KB금융과 한국금융 두 곳이다. 이들 모두 대우증권 인수에 참여했으나 미래에셋증권의 통 큰 베팅에 밀려난 뒤라 두 번째 실패는 없다는 각오다.

그런데 인수전이 본격화되자 가려져있던 고민 요소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 현대증권 인수를 놓고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의 고민이 조금씩 깊어지고 있다. ⓒ뉴시스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는 가격이다. 이번에 매각될 현대증권 지분 5307만736주(22.42%)의 장부가액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6935억 원이다.

반면 시장가는 주당 6500원 대로 계산했을 때 3450억여 원에 그친다. 경영권프리미엄 30%를 더해도 4485억 원으로 장부가와 무려 2450억 원이나 차이난다.

업계에서도 현대증권의 매각 예상가는 4300억~5800억 원 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현대엘리베이터가 복병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말 메리츠증권과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3892억 원을 대출받으면서 현대증권 지분을 되살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

지난해 현대증권 매각이 실패한 것도 이 우선매수청구권 때문이었다.

매각가 상단인 5800억 원대에 현대증권을 인수하더라도 여차하면 지분을 다시 현대엘리베이터에 넘겨줘야 하는데 뛰어들 금융사는 없다.

최근 현대엘리베이터가 기준가격 이하로 응찰될 경우에만 행사할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했다지만 기준을 장부가로 정한다면 시장가의 두 배 가까운 금액을 써내야 인수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소한 시가보다는 높은 가격을 쳐주겠지만 과도하게 높은 금액을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너지 효과도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현대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2000억 원 규모로 누가 인수하든 상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다.

특히 한국금융의 경우 한국투자증권(3조3000억 원)과의 합병 시 미래에셋증권(7조8000억 원)에 이어 초대형 증권사가 된다.

하지만 겹치는 부분이 많아 인력 구조조정 등을 거치면 예상보다 시너지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KB금융은 비은행부분 강화라는 목적에는 부합하기 때문에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렇더라도 현대증권이 KB금융에서 필요한 IB(투자은행)부문과 WM(자산관리)부문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해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요 인수자 두 곳 모두 인터넷전문은행에 지분 참여했다는 점도 고민되는 부분이다. 한국금융의 경우 카카오뱅크에 지분 50%, KB금융은 국민은행이 카카오뱅크 지분 10%를 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K뱅크 지분 10%를 가진 현대증권을 인수한다면 양쪽에 모두 발을 담그게 돼 업계의 반발을 살 수 있다.

당사자인 KT 측은 "아직 매각이 진행 중이라 이렇다 할 말이 없다"면서도 "인수가 완료된 뒤 논의는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양 쪽에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해서 법적 문제가 있다거나 본인가에서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며 "지분 참여사간 조율이 가능하다면 금융위에서도 문제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력 인수자들은 이달 예비입찰을 통해 타당성을 검토 후 본입찰 참여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금융과 KB금융은 한 목소리로 "현재 예비입찰 실사를 통해 정보를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시너지 효과나 가격 요인 등 다방면으로 확인한 후 본입찰 참여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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