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에서 웃었던 대우건설, ‘리비아 때문에 울상’
리비아에서 웃었던 대우건설, ‘리비아 때문에 울상’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8.30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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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發 해외손실 본격화되나…“매각작업에 부정적 영향”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리비아에서 좋은 성과를 내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설사로 성장한 대우건설이 최근 리비아 때문에 울상을 짓는 모양새다. 리비아 내전이 다시 격화되면서 현지 사업발(發) 영업손실이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매각작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 1978년 가리니우스 의과대학 공사를 시작으로 지난 40년 동안 약 114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의 공사를 리비아 건설시장에서 따냈다. 트리폴리종합청사, 트리폴리 JW메리어트호텔, 트리폴리 워터프론트 리조트, 벵가지 중앙병원, 미수라타 발전소 등이 대표적인 예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카다피 정권의 연이은 테러로 국제사회가 리비아에 각종 제재를 가하면서 여러 업체들이 리비아를 떠날 때 대우건설은 자리를 지켰고, 이 과정에서 리비아 정부 관계자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어 굵직굵직한 사업을 수주한 것이다.

이는 당시 해외 수주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던 중동 시장에 대우건설의 존재감을 알리는 계기가 된 동시에, 국제무대에서 대우건설의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됐다. 국내 주택시장에서는 강자였지만 해외에서는 신통치 않았던 대우건설은 이를 발판으로 수익 다각화에 성공하며 2003년 워크아웃을 조기에 졸업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시공능력평가 1위를 달리는 등 전성기를 누렸다. 실제로 대우건설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16.0%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는 26.0%로 올랐고, 2009년에는 33.6%를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30%대를 넘겼다.

지난 3월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압둘마지드 함자 리비아 전력청 회장은 서울 대우건설 본사에서 협력 강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 대우건설
지난 3월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압둘마지드 함자 리비아 전력청 회장은 서울 대우건설 본사에서 협력 강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 대우건설

대우건설은 이후에도 리비아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2010년 우리나라 정부와 리비아 정부가 외교관 추방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을 때 오히려 4억3800만 달러 규모의 복합화력발전소 건설공사를 수주할 정도였다. 2011년 1차 리비아 내전이 발발됐을 당시에도 대우건설은 트리폴리 JW메리어트호텔 임시 개장을 강행하고, 내전에 따른 피해 보수작업을 묵묵히 진행했다. 리비아 정부 역시 군(軍)을 파견해 해당 호텔을 지키도록 하는 등 대우건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2차 리비아 내전으로 정세 불안이 극심했던 2014년에는 임직원 안전 우려 등으로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철수했지만 대우건설에 대한 리비아의 믿음은 여전히 굳건했다. 2019년 3월 대우건설은 리비아 정부 측과 즈위티나 발전소 건설공사 추진을 위한 협약, 웨스턴마운틴 복합화력발전소 신규 건설공사에 대한 양해각서 등을 체결하며 5년 만에 리비아 건설사업 재개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리비아 정부는 1200만 달러 이상 규모의 국가재건사업을 대우건설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과거처럼 대우건설이 리비아 공사 재개를 발판 삼아 그간 축적한 인적 네트워크와 인지도를 활용해 중동·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해외수주 정상화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대우건설의 해외수주 실적은 2012년 6조3612억 원에서 2018년 1조7014억 원까지 떨어졌고, 이로 인한 실적 부진 영향 등으로 2019년 시공능력평가에서 전년보다 한 계단 하락한 5위를 기록했다. 대우건설 역시 이번 협약 체결을 바탕으로 더 많은 해외건설 수주를 따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리비아 정국이 다시 불안정해지면서 이 같은 기대는 물거품이 된 분위기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일 리비아 트리폴리 인근 난민구금시설 타주라 수용소가 공습을 받아 수십 명이 숨졌고, 지난 4일에는 리비아 남부에 위치한 무르주크에서 드론 공습으로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리비아 동부도시 벵가지 시외의 한 쇼핑몰에서 폭탄 테러가 벌어져 유엔(UN) 직원 수명이 사망했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리비아 내전을 거론하며 국제사회가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지 사정이 좋아지면 사업은 언제라도 재개할 수 있지만 문제는 대우건설이 현재 매각작업에 착수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지난달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경영 정상화, 구조조정 등을 통해 대우건설의 체질을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인 뒤 자연스럽게 매수자가 나타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매각을 위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심화되는 해외사업 불투명성은 매각작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대우건설 인수 성사 직전 모로코 해외손실을 이유로 손을 뗐다.

더욱이 대우건설이 추진 중인 리비아 사업 손실이 급증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는 대목도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리비아 호텔 건설과 운영을 위한 현지 합작법인 대우 트리폴리 투자개발(Daewoo Tripoli Investment & Development, 대우건설 지분 60%)의 당기순손실은 2017년 24억2700만 원, 2018년 34억1700만 원, 2019년 상반기 183억9200만 원으로 집계됐다. 2년 6개월 만에 손실폭이 6.5배 가량 확대된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리비아는 대우건설이 그간 많은 공을 들인 지역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어떻게든 현지 사정이 좋아질 때까지 끈을 놓지 않는 게 이득이다. 그런데 매각을 추진 중인 상황인 만큼, 단기적 손실이나 실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난해 모로코 문제처럼 리비아에서 추가 손실이 발견될 가능성에 대해 산업은행과 KDB인베스트먼트에서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우 트리폴리 투자개발의 손실폭 확대는 같은 업종이라는 측면에서 당장 쉐라톤그랜드인천호텔, 사이판 라오라오베이 골프앤리조트 매각작업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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