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총선 정국, 이것이 문제다
[이병도의 時代架橋] 총선 정국, 이것이 문제다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02.0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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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민심' 아전인수 오독·왜곡
만 18세 선거권...학교 정치화 막아야
이벤트성 정치쇼 인재영입 역풍(逆風)
보수 통합 행보, 분열 심화 실망감
'안철수 현상'...손 대표 처신 비판론
검증 없는 정치 신인들, 체계적 육성을
선거犯도 失政 책임자도 무더기 출마
경제난 비판 '민심'에 귀 닫은 여야
민생(民生) 챙기고 쇄신 공천 나서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설 민심은 심상치 않았다. 민생(民生) 악화와 청와대의 국정 독주, 여야 격돌, 부동산 폭등 등으로 상처받은 여론은 설 연휴를 더 흉흉하게 했다.

지금 나라 경제는 말이 아니다. 새해 들어 수출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주요 실물 경제지표도 부진의 늪에서 허덕인다. 상인들은 수십년 장사하는 동안 이런 불경기는 처음이라고 하소연한다. 

시민들은 만사를 정쟁화하는 정치권의 모습에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설 연휴에 정치인들에게 전해진 민심의 명령은 분명하다. ‘제발 그만 좀 싸우고 민생 살리기에 나서달라’는 것이다.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힘써 달라는 국민의 주문은 야당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시민들은 다가오는 총선보다 일자리 부족과 경기 침체 등 민생을 걱정하고 있는데, 여야는 총선의 유불리만 저울질하고 있다. 

국민 일각의 최대 관심사인 '보수통합'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통합은 커녕 외려 분열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보수 대통합 논의가 진척이 없는 이유는 기득권 고수에 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요구에 대한 손학규 대표의 거부가 대표적 사례로 지목된다.  

우리 경제는 최악이지만, 정치권은 민심을 외면한 채 정파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분쟁을 일삼고 있다. 정치권은 20대 국회에 실망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의 기본은 민심을 정확히 읽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민심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오도한다면, 그 대가는 총선에서 혹독하게 치를 것이다. 민심을 이반한 정치세력의 말로가 어떤지는 역대 선거 결과가 잘 보여주고 있다. 여야 공히 드러난 민심을 오독·왜곡하면 총선에서 필패할 것임을 새겨야 한다.

설 민심은 심상치 않았다. 민생(民生) 악화와 청와대의 국정 독주, 여야 격돌, 부동산 폭등 등으로 상처받은 여론은 설 연휴를 더 흉흉하게 했다.ⓒ뉴시스
설 민심은 심상치 않았다. 민생(民生) 악화와 청와대의 국정 독주, 여야 격돌, 부동산 폭등 등으로 상처받은 여론은 설 연휴를 더 흉흉하게 했다.ⓒ뉴시스

선거권 연령 변경 후폭풍

이번 총선에서는 변경된 선거 제도도 사회 갈등의 중대 현안으로, 큰 숙제를 안겼다. 

일선 고등학교에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짐에 따라 일부 고교생이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됐지만, 정작 ‘학교의 법’인 학칙은 여전히 학생의 정치활동을 금지해 엇박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준비, 제도의 준비가 덜된 까닭이다. 이런 사항들을 규율하는 매뉴얼조차 없다. 청소년 연대나 선거교육은 선거관리위원회 유권해석을 기다려봐야 한다. 정당 또는 정부 차원에서 정치교육 '룰'도 정해야 한다. 

후폭풍은 이미 예견됐었다. 국회 '4+1 협의체'가 학교의 정치화를 막을 보완 입법 없이 선거 연령만 낮춘 탓이다.

그럼에도, 교육청은 아직 정치활동 금지 학칙을 둔 학교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학칙을 어떻게 개정할지 구체적 지침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교 현실은 역시 간단치 않다. 우려했던 대로 4·15 총선 예비 후보들이 너도 나도 고등학교 졸업식장에 '출몰'해 학교 현장을 정치판으로 만들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의 선거법과 정당법대로라면 총선 후보들의 고교 유세를 막을 수 없고, 18세 청소년의 정당활동도 제한할 수 없다. 

선거연령 18세 조정은 OECD 36개국 중 유일하게 19세로 남았을 만큼 우리가 늦었다. 지방교육자치법 등을 손질해 교실 정치판으로 표현되는 선거 바람을 적정선에서 차단해야 한다. 학생 대상의 무분별한 포퓰리즘 정책 남발 등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한다. 

당장 교육계 양대 단체 중 하나인 교총은 학교·교실 내 선거운동 및 정치활동을 금지·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지방교육자치법 등 관련법 개정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학교의 정치화를 막을 관련법 개정은 물론, 선진국처럼 18세 전에 고등교육을 마칠 수 있도록 학제변경도 장기적 과제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도한 감성 선거 마케팅

총선 정국에서 각 정당의 인재 영입 경쟁도 한국 정치의 중대 과제로 떠올랐다. 국민들의 높은 현역 의원 물갈이 욕구와 맞물려 각 정당은 인재 영입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유능하고 참신한 많은 인재가 총선에 도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정반대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걱정스럽다. 

여야의 과도한 감성 마케팅은 정치 본연의 기능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인재 영입을 둘러싼 잇단 잡음은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 정치의 낮은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치 신인들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영입한 원종건(27)씨의 낙마가 몰고온 후폭풍은 대표적 사례로 지적된다. 원씨의 영입은 민주당에 있어서 상징성이 매우 컸다. 지금까지 당이 발표한 영입 인재 중 남성으로는 1호인 데다 유일한 20대였기 때문이다.

원씨의 낙마는 ‘인기영합식’ 인재영입 강행이 빚은 ‘인재(人災)’라 할 수 있다. 2030세대의 표심을 잡는 일에 혈안이 돼 검증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탓이다. 정치권의 이벤트성 인재영입의 극명한 한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상황은 선거를 앞두고 스타성·화제성 위주로 영입을 급조하는 ‘보여주기식 정치’의 한계를 보는 것 같다. 여야 모두 구태의연한 스토리 공천 방식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볼 때다. 

식물국회 되풀이 가능성

현재 여야의 인재 영입은 실로 ‘이벤트’성 정치 쇼에 지나지 않는다. 각 정당이 청년 정치신인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일고 있다.

인재가 필요하다면 정치를 본업으로 삼을 만한 자질과 능력을 겸비한 인물을 찾아내 장기적 안목에서 공들여 육성해야 한다. 반짝스타 전문가나 청와대 비서 출신들만 우대하면서 정당의 안정적 발전을 희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여기에다, 선거 부정에 직접 연루된 범법 혐의자, 국정 실패와 난맥의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 ‘낙하산’으로 꿰찼던 공직(公職)을 출마용 징검다리로 악용한 인사, 여당에 줄 서서 당선되면 좋고 낙천·낙선 시엔 보상용 자리를 탐하는 행정 관료와 '정치성' 판사들 까지 무더기로 출마 행렬에 가세하고 있어 더욱 문제다.

민주당의 경우 총선 예비 후보 중 '대통령 직속 위원회' 경력을 내세운 후보만 60명이라고 한다. 대통령 자문 기구가 '총선용 스펙 공장' 으로 활용된 셈이다. 적잖은 인사가 무자격·낙하산 논란을 빚었다는 점을 논외로 하더라도, 그들이 재임 중에 과연 국정에 전념했을지도 의문이다.

정권이 대통령 측근들을 선거판에 내려보내는 건 늘 있던 일이다. 20대 총선 때도 전 정부 참모들이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며 출마했다. 하지만 이 정권은 그 정도가 심하다. 

이번 총선에서는 소수정당에 있어서도 비례대표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과연 어떤 인물들이 비례대표로 출마할 것인지도 미리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의지를 갖춘 신인들을 발탁해야만 한다. 지금처럼 여론의 관심을 끌기 위한 홍보용 인재영입은 결국 20대 식물국회를 되풀이하는 비극만 남길 뿐이다. 

민심과는 다른 흐름

그렇다면, 설 민심은 과연 어떠했는가.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돌아보지 않는 정권과 정치권 행태를 비판한 것이 설 민심의 주된 흐름이었다. 

그러나, 여야는 정략(政略)에 치중했다. 설 연휴 기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발목 잡는 야당 심판론’을,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오만한 정권 심판론’을 각각 내세우며 이슈 선점에 주력했다. 대대적인 검찰 인사를 놓고도 여야는 ‘공정인사’, ‘폭거’라고 맞섰다.

집권당이라면 비판적인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 국민을 통합하고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 끌어안아 난국 타개에 노력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여야 모두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듯하다. 진정한 민심과는 거리가 멀다. 벌써부터 각 정당과 예비후보들이 쏟아내는 ‘묻지마 공약’을 보면 분양가 1억원에 20평 아파트 공급, 전 국민에게 월 45만원 기본소득 지급, 비만 관리하면 상품권 지급 등 황당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국회가 깔아뭉개고 있는 ‘선거공약 사전검증제’를 당장 도입해 폭주하는 포퓰리즘에 제동을 걸어야 마땅하다.

현재 국내외 상황은 어수선하기만 하다.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되고 있고, 네팔 안나푸르나 눈사태 실종자 수색은 진전이 없다. 

정부가 고심 끝에 호르무즈 파병을 결정했지만 이란을 달래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고, 국회 동의 여부를 놓고 논란이 다시 일 조짐이다. 국내에서는 검찰 고위급에 이어 중간 간부들에 대한 말썽많은 좌천성 인사가 기어이 단행되고 말았다. 4·15 총선 공천 문제로 여야 각 당도 몸살을 앓고 있고, 여야 간 정쟁도 격화되고 있다. 민심과는 완연히 다른 총선 정국이다. 

보수 대통합, 지분 싸움 귀결

큰 틀의 정계 개편도 국민 일각의 기대와는 오차가 심하다. 실망만 안겨주고 있다.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출범했을 때 보수진영은 한국당, 새로운보수당, 우리공화당뿐 아니라 안철수계 등 중도까지 모두 아우르는 대통합을 구상했다. 설 연휴 기간 발표된 KBS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가장 바람직한(찬성률 44.6%) 보수통합 모델이다. 

그러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보수통합 불참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4자 통합 실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

남은 선택지는 이제, ‘한국당+새보수당+우리공화당’이나 ‘한국당+새보수당’ 등인데, 시너지 효과를 거의 기대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두 경우 모두 찬성률이 20%에도 못 미쳤다. 앞서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한국당+새보수당’의 통합보수신당 지지율은 25.1%로 한국당 지지율(32.1%)에도 못 미쳤다. 

물론, ‘정치인 안철수’의 신선도가 떨어진 만큼, 과거와 같은 ‘안풍’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지만, ‘진보’와 ‘보수’로 딱 쪼개진 한국 정치판에 어느 정도 변화의 바람을 줄 것으로는 보인다. 그의 귀국 메시지는 양 극단의 ‘묻지 마 지지세력’ 틈바구니 속에서 어느 한 진영에 마음을 열 수 없는 수많은 국민에게 정치적 선택 공간을 확대해준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 면에서, 손학규 대표의 처신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손 대표는 두 자릿수 지지율이 안 되면 대표직을 그만두겠다는 약속을 뒤집었다. 또한, 안 전 의원이 돌아오면 당권도 내주겠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런 식으로 번번이 자신의 발언을 뒤집고 당권 버티기를 하니, 당 안팎에서 노욕(老慾)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결국, 통합 주체들이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논의의 초점은 결국 통합의 형식과 지분 싸움으로 귀결될 뿐이다. 

보수의 변화와 혁신을 얘기하면서 이렇게 구태에 찌든 행위를 반복하니, 국민들 사이에서 보수통합 자체에 대한 관심도 멀어지는 것이다. 작은 기득권에 집착하다 보수 전체가 궤멸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관련 정당들은 통렬하게 반성하고 경각심을 끌어올려야 한다. 

중장기적 인재 대책 세워야 

각 정당들의 '인재 영입'도 민의(民意)를 실망시킨다. 현재 여야의 인재 영입은 ‘이벤트’성 정치 쇼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는커녕 ‘정치 혐오증’만 키울 뿐이다. 

민주당의 원씨 문제는 이벤트성, 깜깜이 인재 영입 방식의 한계를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민주당 당직자들도 “검증 단계에서는 이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스토리 위주의 얄팍한 방식으로 진행된 인재 영입이 부른 참사다. 당 지도부는 '사적 영역'이라며 어물쩍 넘길 상황이 아니다. 진솔하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남다른 인생 역경을 헤쳐온 정치신인 수혈을 문제 삼자는 것은 아니다. 인재영입의 본래 취지가 무엇인지부터 따져보자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인재영입 경쟁의 현주소는 ‘인생극장’ 일색이다. 

정치는 한때의 성공 신화에 취해 외곬의 생각에 빠지기 일쑤인 특정 분야 전문인보다 객관적 열정, 책임감, 거리를 두는 균형감각을 가지고 폭넓은 사회 의제를 대하며 정치적 해법을 자주 고민해본 이들의 몫이 되는 것이 훨씬 국민들에게 이롭다.

2030청년이 전체 유권자의 35%에 달하지만 현재 국회의원 비율이 1%에 불과한 것은 청년들의 정치참여 길이 그만큼 좁다는 의미다.

중장기적인 인재 육성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민주당의 원씨 경우처럼 20대 청년들에게 덜컥 국회의원 배지부터 달아주려 할것이 아니라, 지방 기초의원부터 경험하게 한다든지, 각 당에서 오랜 시간 정책을 가다듬고 갈등 문제를 다루는 방식의 훈련 과정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 

제바스티안 구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올해 34살이다. 그는 만 31세에 총리가 됐다. 16살에 국민당에 입당해 정치 경력을 축적한 게 그 바탕이 됐다고 한다. 정치권은 이벤트성 영입에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인재를 어떻게 키울지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여야는 국회의원이 정치라는 전문적 영역에서 경험과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민과 소통하고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지켜내는 인물을 수혈해야 한다.

총선 겨냥한 자화자찬 일색

'설 민심'을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설 명절의 진짜 민심은 '반짝 민생 긷기'가 아니다. 무너져 내리는 한국경제의 기반과 외교안보의 틀을 추슬러 불안을 떨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살림살이가 어려운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의 온갖 미사여구와 정파적 주장을 제대로 귀에 담을 리 없다. 

그런데도 정치권의 설 민심 해석은 문자 그대로 아전인수(我田引水)다. 여야 모두가 그렇다. 총선만을 겨냥한 자화자찬 일색이다.

민주당은 설 연휴 마지막날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민생안정, 정치개혁 등을 원하는 국민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논평했다. 민주당 대변인은 "설 민심이 '수구퇴행세력' 자유한국당에 대한 심판과 '미래개혁세력' 민주당에 대한 기대로 흐르고 있다"는 논평을 내놨다. 

반성은커녕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와서 ‘민심’이라고 우기니 실망스럽다. 날개 없이 추락하는 민생과 어깨가 축 처진 국민이 민주당의 눈에만 안 보이는 것인지 묻고 싶다. 문재인 정부의 2년8개월 국정에 대해 청와대의 자화자찬과는 달리, 많은 전문가는 C등급이나 ‘삼류’로 평가한다. 안보·경제·법치 등 전방위 위기에 봉착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유한국당의 설 민심 파악도 마찬가지다. 설 연휴 직전의 검찰 인사를 먼저 언급하며 “이대로 법치와 정의가 무너지는 것인지 분통을 터트렸다”고 전했다.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총선 지지를 당부하는 내용으로 일관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더 세게 싸워 달라, 4월에 반드시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말씀이 많았다”고 했지만, 정부 실정(失政)을 부각시킨 것 말고, ‘바닥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2월 임시국회, 민생 해결 지혜를

지금 한국 경제는 심각하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라고 발표했다. 1980년 석유파동,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견될 정도다.

그럼에도, 집권여당은 작년 말부터 예산안,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며 승리감에 도취돼 있다. 또한, 한국당은 조국사태가 촉발한 작년 '10·3 국민저항집회'의 분위기에 휩싸여 보수통합만 하면 국민이 표를 몰아줄 듯 착각하고 있다. 

국민들의 바람은 너무도 분명하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싸움만 하지말고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주력해 달라는 것이다.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전하고 귀를 막는다면 국민을 대신하는 정치인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2월은 국회법에 따라 임시국회가 열리는 달이다. 여야 모두 민생 문제만큼은 먼저 해결해가는 지혜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 상태로 국회를 방치하기에는 안팎의 위기가 심각하다. 당장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연휴를 거치며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초기에 막지 못하면 경제에 심각한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어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 경찰개혁 법안 처리도 시급하다. 특히 자치경찰제 도입과 국가수사본부 신설, 정보경찰 개편 등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7월 이전에 통과시켜야 한다.

'공천 개혁'과 거리 멀어

역시 공천작업이 앞으로 정국 향배의 관건이다. 여야 모두 설 연휴를 마치고 총선 공천 작업을 본격화 하고 있다. 민심을 제대로 청취했으면 공천부터 변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지지율이 앞서고 있지만, 오만하게 굴다가는 총선에서 낭패를 볼 것이다. 한국당도 공천을 통해 쇄신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 ‘반(反)문재인’만 외친다고 해서 등 돌린 민심이 되돌아오지는 않는다. 

정치권의 인재 영입 기준이 모호한 가운데 그저 특정 인물의 인지도를 중심으로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인재를 영입한다면 이는 국민이 원하는 공천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이렇게 된 데는 집권 여당의 잘못이 가장 크다. 민주당이 지난 28일 내린 결정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오만의 극치로 읽힌다.

민주당은 이날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를 열어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경찰인재개발원장)에 대해 ‘적격’ 판정을 내렸다. 4월 총선에 민주당 이름을 달고 출마해도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황 전 청장이 누구인가. 그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 하명으로 야당 후보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표적 수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핵심 당사자다. 

그는 울산경찰청장 재직 당시 김 전 시장 공천 발표일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혐의가 없다는 수사팀은 교체한 끝에, 문 대통령 30년지기라는 송철호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그를 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로 적시하고 있다. 

이번에 파동을 빚은 원씨의 경우 민주당으로서는 불만이 극에 달한 젊은 층을 달래는 데 원씨의 고난 극복 스토리가 더없이 좋은 소재였을 것이다.

그런 ‘사연팔이식’ 인재영입 파행은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북한 인권운동가 지성호씨와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씨를 1호 인재로 내세운 데 이어 극지탐험가 남영호씨, 이미지전략가 허은아씨 등을 영입했다.

한국당은 원씨 영입을 “감성팔이”라고 맹렬히 비난하며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이벤트성 인재 영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당이 원씨에게도 비례대표 공천을 약속하면서 영입을 제안했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퇴임 후 안전판 의도 

현행 헌법이 ‘대통령 단임제’를 채택한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은 정파적 이해를 떠나 오직 국가 발전을 위해 초당적으로 국정을 펼쳐야 한다는 당위성에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정반대다. 비서관·행정관 등 70여 명이 4월 총선 출마를 이유로 청와대를 떠났고, 42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28일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예비후보 396명 가운데 100명이 넘는다. 

청와대 출신 출마자 상당수는 민주당 현역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청와대 경력을 '진문(眞文·진짜 친문)' 증표로 내세우며 주로 현역 의원이 '골수 친문'이 아닌 곳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경우는 ‘출마 징검다리용 공직’ 논란도 넘어선다. 출마 희망자들을 상대로 한 ‘명함팔이’ 의혹까지 농후하기 때문이다. 균발위 출신으로는 위원장과 대변인, 민간 전문위원 15명, 국민소통특별위원 36명이 무더기로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런 친문 출마 러시는 문 대통령의 의중 없이는 불가능하다. 총동원령을 내린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국회에 친문계를 대거 포진시켜 문 대통령 퇴임 후 안전판을 깔아놓겠다는 것이다. 비판론이 거세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이 총선 출마 예비후보를 희망하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정봉주 전 의원에게는 불출마를 권고하길 바란다. 김 전 대변인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25억 7000만원 상당의 복합건물을 사 부동산 투기 논란을 일으켰고, 정 전 의원은 2018년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다. 더불어 지방선거 개입 논란 등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을 예비후보 등록에서 배제해야 총선 과정에서 의심과 공격의 확산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인재 육성·발굴 시스템 절실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영입하려다가 호된 비판을 받은 것은 자유한국당도 매한가지다. 지난해 10월 당초 한국당의 1호 영입 인재로 거론됐던 박찬주 전 육군대장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에 대해 “삼청교육대를 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2020 희망공약개발단’의 단원으로 위촉된 ‘나다은TV’ 나다은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해촉됐다.

따라서, 최근 각 당이 하는 인재영입 작업이 총선에서 무슨 대단한 효험을 내리라고 예상하기는 힘들다. 인재영입이라면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정치를 본업으로 삼을 만한 자질과 능력을 겸비한 인물들을 찾아내고 육성하는 데 당의 자원과 시스템이 전력 동원돼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는 출마자도 선관위도 문제투성이다. 이상직 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취임 1년10개월 만에 퇴임했는데, 출마 지역에 명절 선물을 전달한 혐의로 선관위로부터 고발까지 당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민 노후자금 635조 원 관리 책임을 포기하고 떠났다. 이런 와중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송재호 대통령 직속 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에게 공직 사퇴 시한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유권자들이 냉철한 투표를 통해 부적절한 인사를 솎아내는 수밖에 없다.

선거에 임박한 이벤트식 인재영입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비단 민주당만의 문제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선거철만 되면 그런 행태가 되풀이되는 것은 정당의 혁신을 재촉하는 수요에 맞춘 보여주기가 필요한데 평소 축적한 성과는 별로 없어서일 것이다. 

그동안 이런저런 분야에서 인기가 많거나 잘 알려진 사람, 전문가 등이 수없이 선거철에 각 당에 경쟁적으로 영입됐지만 지나고 보면 정치를 잘했다고 평가를 받는 정치인이 몇이나 되는가. 선거철만 되면 모든 정당이 한 철 장사 하듯, 이미지 위주로 사람을 끌어모아 비례대표 의석을 주거나 전략지역에 출마시키는 방식은 재고해야 한다. 

각 정당이 신인 정치인을 자체적으로 키우고 육성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당의 정강과 철학을 이해하고 지방선거부터 출마해 정치 경력을 쌓아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정당 내부에서 젊은 인재를 육성·발굴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절실하다. 

외부 인재를 수혈하더라도 시간을 두고 해당 분야의 활동과 정책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100% 완벽하게 그 사람을 들여다볼 수는 없겠지만, 인재 영입에서 주변 평판 조회 등 검증 보강이 필요하다. 

정치 현장은 얽히고설킨 수많은 현안을 다루고 복잡한 이해 관계와 갈등을 조정하면서 치열한 권력 투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그야말로 국민의 공복으로서 리더십과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자리다. 

그 사람이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정치판에서 국민을 위해 사회 현안을 균형감 있게 이해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이거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인지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 균형 감각, 희생과 봉사 정신, 추진력, 열정과 인내심, 판단력 등 정치에 필요한 종합적인 소양이 중요하다. 외부 인재를 영입하더라도 이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엄격히 검증해야 한다. 분야별, 연령대별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정책 효과를 설명하려는 이벤트에도 박차를 가하길 기대한다.

손 대표 노욕(老慾) 비판론

정치권 자세도 반성할 것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면서 ‘실용적 중도정당’ 창당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손학규 대표가 당권을 넘겨 달라는 안 전 의원의 제안을 거부한 지 하루 만에 결별 통보를 한 것이다. 

정치인이 한동안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두다 다시 선거를 앞두고 그 나름의 명분을 앞세워 정계복귀를 하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지만, 명분을 제대로 살린 경우는 극히 일부다. 그가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2011년 안 전 의원의 등장은 보수-진보의 벽을 뛰어넘는 새 정치를 표방한 ‘안철수 현상’으로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탈당으로 2년 전 안철수-유승민계가 손잡고 만든 바른미래당의 실질적인 창당 주역 두 명이 모두 당을 떠났다. 

이러니, 손 대표의 처신은 비판받을 수 밖에 없다. 손 대표는 지난해 4월 보궐선거 참패 이후 10월 추석 때까지 두 자릿수 지지율이 안 되면 대표직을 그만두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뒤집고 말았다. 또한, 지난해 12월 안철수계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안 전 의원이 돌아오면 당권도 내주겠다는 취지로 밝혔지만,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다시 방향을 돌렸다. 노욕(老慾)이라는 비판이 거셀 수 밖에 없다.

정치교육 대원칙 마련을

선거법 개정의 후유증 해소도 이번 총선정국의 큰 숙제다. 

만 18세까지 선거 연령을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국적으로는 14만여명이 새로 유권자가 됐다. 

핵심은 선거권 연령 하향이 민주주의 발전의 계기가 되어야지 학교를 정치판으로 변질시키는 악재가 되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원활한 ‘선거 및 선거법 교육’으로 학생을 민주시민으로 육성하는 일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교육부는 최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선거교육을 위한 공동추진단을 구성하고, 3월 전에 선거법 위반방지 사례집 배포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정도 대책으로 고3 학생들을 살벌한 선거판에서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가면서부터 예상된 일인 만큼 제때 필요한 지침을 마련하지 못한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하겠다. 

이제는, 학교 정치교육의 대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강제적 주입식 교육을 막고, 사회적 현안의 논쟁성을 인정하며, 학생의 자율적 역량을 보호하는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참고할 만하다. 선거교육 매뉴얼부터 잘 가다듬어 선거연령 하향을 소중한 열매로 키워가기 바란다.

성숙한 시민의식...나라 미래 위한 총선 돼야 

우리 정치가 구태를 벗고 새바람을 일으키려면 새로운 인재들이 국회에 많이 진출해야 한다. 하지만 검증도 없이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무작정 영입했다가는 도리어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원씨 논란'이 정치권의 무분별한 영입 경쟁을 되돌아보는 실질적 계기가 돼야만 한다.

민주당은 더 낮은 자세로 민심을 헤아리고, 챙기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당도 ‘반(反) 문재인’ 기치만으로는 민심을 얻기 어렵다. 개혁 공천을 통해 혁신과 미래 비전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여야가 국민의 살림살이를 제대로 돌아보고, 이를 토대로 개선안을 정확히 제시해야 총선에서 비로소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총선 정국을 가를 실질적 관건은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시민 의식에 있다. 성숙한 시민 의식은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을 넘어 우리 사회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다. 정치가 바로서려면 유권자가 정신 바짝 차리는 길밖에 없다. 이번만큼은 젊은 세대와 나라의 미래를 위한 총선이 돼야 할 것이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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