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미래통합內 호남 대권주자 가능할까
[주간필담] 미래통합內 호남 대권주자 가능할까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0.06.21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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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대 비호남에서 영남 대 비영남 구도로?
與 동진정책 효과 발휘, 野 서진정책 ‘주목’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미래통합당 패인 요인 중 호남홀대론도 지목되고 있다. 최근 호남에 공을 들이기 위해 호남특위를 추진하려는 등 서진정책 움직임도 전개되고 있다. 나아가 호남 대권주자 등 인재 발굴까지 될지 주목되고 있다. ⓒ시사오늘(그래픽=김유종)
미래통합당 패인 요인 중 호남홀대론도 지목되고 있다. 최근 호남에 공을 들이기 위해 호남특위를 추진하려는 등 서진정책 움직임도 전개되고 있다. 나아가 호남 대권주자 등 인재 발굴까지 될지 주목되고 있다. ⓒ시사오늘(그래픽=김유종)

 

호남에서 ‘박정희’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1963년 제5대 대통령 선거 때를 보자. 5‧16 쿠데타(당시는 혁명 과업이라 불림)를 일으킨 박정희는 정국이 안정되면 군대로 돌아가겠다는 당초 약속과 달리 오히려 군복을 벗고 대통령 선거에 뛰어든다. 그 결과 당선되는데, 지역별 대승을 거둔 곳을 보면 오늘날과 달리 전남이 제주-경남에 이어 3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공화당 박정희 vs 민정당 윤보선’ 후보의 전남 득표율을 경우 박 후보는 57.22%로 윤 후보(36.12%)보다 21.1%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전북에서도 박 후보(49.43%)는 윤 후보(41.52%)를 이겼다. 부산에서 비등하게 나온 것을 제외하면 박 후보는 전남, 전북, 경남, 경북, 제주에서 압승해 이길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참고로 윤 후보는 서울에서 박 후보보다 두 배 이상 앞서고 강원, 충청, 충북에서 우세를 달렸다.

오늘날과 달리 호남에서 ‘박정희’에 열광한 점이 흥미롭다. 왜 그럴까. 관련해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자신의 책 <시민을 위한 한국현대사>에서 제5대 대통령선거 지역별 후보자 득표수를 표로 옮기며 그 무렵 지역 정서에 주목한 바 있다. 설명에 따르면 1963년 대선은 색깔론이 압도한 선거였다. 누가 공격했나. 지금에서 보면 의외일 수 있겠지만 “윤보선이 박정희를 상대로 빨갱이라며 공격했다”는 배경이었다. 당시는 박 후보가 남로당 핵심이었다는 점만을 부각한 선거로서 6‧25 전쟁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지역에서는 윤 후보가 이겼고,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했던 지역에서는 혁명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박 후보가 이겼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이후는 어떤가. 박 전 대통령은 유신을 거치며 1978년까지 무려 5‧6‧7‧8‧9대 대통령이 되며 장기 집권의 독재자로 군림했다. 그리고 자신이 색깔론으로 공격받았던 것에서 거꾸로 DJ(김대중)에게 색깔론이라는 주홍 글씨를 새겨 탄압했다. 호남을 고립시키고 영남은 패권화하며 정치‧경제‧사회면에서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켰다. 또 이후 전두환 정권의 5‧18 학살까지 생각하면 호남이 보수당을 외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겠다.

다행히 보수당이 변한 것은 YS(김영삼)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였다. 80년대 광주 5‧18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을 벌였던 YS는 끝내 직선제를 쟁취하고 87체제를 여는데 앞장섰다. 1992년 문민정부를 열면서는 5‧18광주특별법 제정, 가해자 처벌, 광주민주화운동 명예 회복 및 피해자 보상 등 역사의 쓰라린 아픔을 조금이라도 치유하고자 노력한 바 있다. 하지만 문민정부 이후 보수당의 행보를 보면 5‧18 망언 등이 불거지며 쉽사리 호남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 사이 평화민주당을 뿌리로 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어땠나. 호남 대 비호남 구도에서 탈피하고자 1997년 대선 당시 DJ는 박정희의 2인자로 불렸던 김종필(JP) 자민련 총재를 끌어안으며 이기는 데 필요한 동력으로 삼았다. 당선 뒤에는 보수 인사를 내각에 기용하고, TK(대구경북)에 박정희 기념관을 세웠다. 영남을 향한 적극적 동진 정책을 펼치며 탕평책, 통합정책을 구현했다는 평가다. 영남 내 민주당 각인에 힘썼던 노무현 대통령 역시 참여정부 때 외려 호남 홀대론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보수의 아성에 공을 들이는 활발한 동진정책을 구사했다는 판단이다. 이후에도 민주당은 꾸준한 동진정책을 통해 영남에 공을 들였다. 여기에는 그 같은 행보를 수용한 호남의 포용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가늠된다. 영남에 비해 인구수, 의석수에서 열세인 호남은 보수당을 이기기 위한 전략으로 영남 후보를 미는 고육지책을 감내해온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로 이어진 민주당은 호남으로부터는 압도적 지지를, 영남으로부터는 의미 있는 득표율을 갱신하며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18대 대선 당시 경남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 줬던 득표율이 36.33%였다면 19대 대선 때는 36.73%로 올랐고, 경북에서는 18대 당시 18.61%로 그쳤던 것이 19대 때는 21.73%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6‧13 지방선거 및 4‧15총선에서도 일부 의석수 감소는 있을지언정 득표율로 보면 상승 추세를 기록 중이다. PK(부울경)만해도 21대 총선 기준 40.6%로 전보다 4% 상승한 수치인 것으로 집계됐다. 

호남 우대와 동진 정책의 투트랙 행보에 주력한 민주당이 확장 추세라면 미래통합당은 갈수록 협소해지는 모양새다. 전통적 텃밭에 대한 영향력은 줄어들고, 호남에서의 반(反)통합당 정서는 전보다 심화돼가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의 패인 역시 호남에서 외면 받아 진 것이라는 얘기가 당 내부에서 들려올 정도다. 달리 말하면 호남의 영향력이 캐스팅보트 이상이 돼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현실이다.

행정구역상으로 보면 영남보다 규모가 작지만 서울과 수도권 거주민까지 생각하면 그 영향력은 선거 승패를 좌우할 만큼 압도적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호남 출신의 서울 기초단체장이 거의 싹쓸이한데 이어 총선에서도 수도권까지 민주당이 석권하다시피 한 것 역시 호남의 영향력을 짐작케 하고 있다. 울산 등 영남에 거주하는 호남인들이 예전에 비해 늘어간다는 얘기도 전해져 선거 전역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결국 선거지형은 달라졌다. 통합당에서도 이를 체감하기에 호남을 향한 서진 정책을 꾀하는 모습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물론 지도부에서도 호남 특위를 추진하고 5‧18묘역을 참배하는 등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전국정당이란 말이 무색하게 호남 내 두 명의 출마자 외에 후보도 못 낸 21대 총선 때와 같은 비루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호남 출신의 인재를 발굴하고 당 요직에도 적극 기용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일 것이다.

그렇다면 한발 나아가 이 점이 궁금하다. 지금껏 호남이 영남대권주자를 세웠듯 통합당내 탈영남화 바람이 부는 것을 넘어 머지않아 호남 대권주자도 나올 수 있을까. 과연 가능한 일일지 주목되는 것이다.

관심을 더하는 가운데 이종훈 정치평론가 경우는 가능하다고 보는 쪽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평론가는 지난 1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보수의 돌파구는 호남 대통령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보수와 통합당이 알아야 할 것이 기존의 오랜 정치 지형이 호남 대 비호남 구도였다면, 지금은 영남 대 비영남 구도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제 영남은 소수다. 이 구도가 고착화되면 집권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변해야 함을 거듭 역설했다.

반면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통합당 내 호남 대권주자 가능성은 어렵다고 보는 입장이다. 정 평론가는 지난 1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4‧15 총선 당시 호남에서 단 두석만 내보낸 통합당의 처지를 생각할 때 현실적으로 호남 대권주자가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며 “차라리 전 정부의 이정현 대표 이후 당 대표라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오면 또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호남 민심 얻기는 이제 통합당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상호 국민대 교수는 같은 날 통화에서 “표면적으로는 호남 인구가 적지만 수도권은 물론 부산 등 거주 인구까지 생각할 때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며 “산업화 과정을 거쳐 호남을 베이스로 둔 인구수가 전역으로 상당하다”고 전제했다. 그런 점에서 “김종인 위원장을 필두로 지역구도 완화 행보를 보이는 통합당의 행보는 바람직하다”며 서진 정책의 필요성을 전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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