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인국공 사태…20대를 ‘적폐’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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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인국공 사태…20대를 ‘적폐’라 할 수 있을까?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0.06.28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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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국공 사태로 증명된 ‘공정성’에 대한 시각차,
기성세대의 ‘평등’과 청년세대의 ‘공정’은 다르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보안검색 요원 정규직화를 두고, 또 한 번 청년들이 ‘공정성’에 문제 제기했다.ⓒ뉴시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보안검색 요원 정규직화를 두고, 또 한 번 청년들이 ‘공정성’에 문제 제기했다.ⓒ뉴시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보안검색 요원 정규직화를 두고, 또 한 번 청년들이 ‘공정성’에 문제 제기했다. 이에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여러 매체의 인터뷰를 통해 “청년 취업준비생들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황 수석은 연봉 5000만 원 논란에 대해서도 “비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3300만 원에서 3500만 원 수준으로 올라갈 뿐”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여권에서 다소 잠잠해진 논란에 기름을 들이붓는 모양새다. 이들은 청년세대의 분노의 원인을 보수 언론에서 찾았다. 대표적으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20만 명이 넘는 분들이 국민청원에 서명한 것은 조중동의 가짜 뉴스 때문”이라고, 김부겸 전 의원은 “야당과 보수 언론은 한 카톡창을 캡처해 보안팀의 연봉이 5000만 원이 될 것이라며 왜곡 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김두관 의원은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며, 청년층이 정의하는 공정을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자 한 학생은 “수도권의 상위권 대학을 다니며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조국 사태 때처럼 20대 학벌 적폐로 볼까 두렵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또 다른 학생은 “우리가 보통 지원하는 직군과 다르다”고 인정하면서도, “당장은 공채로 뽑힌 정규직과 대우나 연봉이 같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1900여 명의 노조 가입에 따라 연봉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 않겠냐”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삶에서 노력보다 운이 더 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20대의 분노, ‘사소한 일’도 ‘밥그릇 투정’도 아니다


이번 논란이 ‘소통의 부재에서 온 오해(진중권 전 교수)’이든, ‘보수 언론의 왜곡(김두관‧김부겸 의원)’이든, 아니면 ‘채용의 불공정과 반칙에 대한 불만(하태경 의원)’이든 간에, 청년세대의 공정에 대한 시각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어쩌면 청년들의 포기 명단을 알아보길 ‘포기’했다는 것을 N으로 표현했는지도 모르겠다.ⓒ뉴시스
어쩌면 청년들의 포기 명단을 알아보길 ‘포기’했다는 것을 N으로 표현했는지도 모르겠다.ⓒ뉴시스

20대를 설명하기 위한 수많은 수식어가 있다. 이 가운데 따분할 만큼 잘 알려진 수식어는 ‘N포 세대’다. 연애 하나, 결혼 둘, 출산 셋, 주택 구입 넷…. 세다 보니 한두 가지가 아니라 3포세대에서 5포세대로, 그러다 결국 미지수 N으로 대체됐다. 어쩌면 청년들의 포기 명단을 알아보길 ‘포기’했다는 것을 N으로 표현했는지도 모르겠다. 

청년들의 긴 명부의 끝은, ‘미래에 대한 기대’의 포기를 향한다. 당장 번듯한 직장에 취직하는 일부터도 힘들지만, 부모님 도움 없이 월급 한두 푼 모아 서울에서 집을 사는 건 더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청년들에겐 당연히 결혼과 출산도 사치였다. 이는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다’는 자조적인 신조어에서도 기대가 사라진 청년세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때 기성세대는 마르크스와 레닌의 책을 읽으며 혁명을 꿈꾸고, 세상을 평등하게 바꿀 수 있다는 이상(理想)을 생각하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청년세대는 지극히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노력’했을 때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뉴시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노력’했을 때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뉴시스

청년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되는 차이를 인정한다. 개중에는 극복하기 어려운 격차가 있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노력’했을 때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게임에서만큼은 규칙이 공정하길 이토록 요구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 청년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전 세대가 ‘하면 된다’였다면, 
 우리 세대는 ‘하면 될 수도 있다’랄까요.”

미묘한 어미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되다’란 동사의 어간만은 그대로라는 사실을 다행으로 생각해야할까. 

그 가능성을 겨우 붙잡고 있는 청년들이 분노한 이번 사태를 두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욕을 하느냐’고 김수영 시인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구절에 빗대 나무랄 수 있을까. 이번 사태가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오’는 것처럼, 청년들에게도 “사소한 일(이해찬 당대표)”에 불과할까.

이에 대한 답변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6일에 내놓았다. “청년들의 사회적 공정에 대한 요구와 분노를 철없는 밥그릇 투정이라고 매도하는 세력이야말로 공정 사회의 적”이라고.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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