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586운동권 특혜법 논란…보상이 닿으면 ‘진정성’은 오염될까?
[주간필담] 586운동권 특혜법 논란…보상이 닿으면 ‘진정성’은 오염될까?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0.10.11 18:5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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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유성환의 이야기…‘보상’이 닿으면 ‘진정성’은 오염될까?
거부감은 어디에서 오나…민주당의 곶감항아리 ‘도덕적 엄숙주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여당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발의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뉴시스
여당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발의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뉴시스

정의란 무엇인가. 전 국민이 마이클 샌델도 아니건만,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자주 입에 오르내린 질문이다. 이 정부의 길이 남을 업적 중 하나는 어쩌면 국민에게 ‘공정’과 ‘정의’에 대해 자문(自問)해 볼 만한 기회를 제공한 것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발의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법률안에는 민주화 유공자 및 유족을 위한 △중·고·대학교 등 수업료 전액 지원 △입시전형 우대 △공기업·지자체·군부대·일정 규모 이상의 사기업 등 취업 시 가산점 부여 △운동 중 입은 부상에 대한 치료비 지원 △장기 저금리 대출 혜택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뜨거운 감자’가 된 부분은 ‘입시·취업 특혜’다. ‘민주당 저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진중권 전 교수는 지난 9일 민주당 내 ‘586세대’들을 콕 집어 “노멘클라투라(사회주의 국가의 특권 계층)들”이라고 비난하면서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국가로부터 피해를 받았으면 배상소송을 통해서 받아내면 그만이다. 이미 법으로 배상을 다 받은 것으로 아는데, 뭐가 부족해서 자녀들까지 입시나 취업에서 특혜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야권에서도 반발은 이어졌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즉각 ‘대입특혜금지법’을 발의하며 “한국에서 대입은 공정과 불공정의 중요한 잣대다. 대입 문제는 ‘절대 공정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의 허은하 의원도 “(발의안은) 586 운동권들의 노후준비, 자녀들 앞날을 위한 ‘금수저’ 남기기”라고 비판했다. 

예상치 못한 반향에 우원식 의원은 사뭇 억울한 듯하다. 물론 그의 억울함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다. 

해당 법안에 담긴 특혜는 기존 ‘4·19혁명 유공자’나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에 준하는 혜택이다. 80년대 후반 학생운동·노동운동 ‘관련자’ 중 사망·행방불명·상해 같이 심각한 후유증을 겪은 사람 약 800명을 추려서 보상을 해주자는 것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 중 이에 해당되는 사람은 없다. 요컨대 ‘586의 노후준비’라는 표현은 과한 감이 있다. 이는 스러져간 동료였던,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제2의 전태일, 제3의 이한열, 박종철을 위한 법안이다.

그러나 세간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이름하야 ‘원조 운동권’들이 ‘진정성’을 무기로 들고 나오면서부터다. 

 

이재오·유성환의 이야기…‘보상’이 닿으면 ‘진정성’은 오염될까?


그러나 세간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이름하야 ‘원조 운동권’들이 ‘진정성’을 무기로 들고 나오면서부터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러나 세간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이재오 전 의원 등 ‘원조 운동권’들이 ‘진정성’을 무기로 들고 나오면서부터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재오 전 의원은 지난 9일 SNS를 통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어떤 이유로도 옳지 않다”면서 “운동한 사람들일수록 염치가 있어야 하고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 모진 고문을 당했던 나도 이런 후안무치한 법은 반대”라고 일갈했다.

이 전 의원은 박정희·전두환 독재 정권 시절 감옥살이만 다섯 번을 겪은 ‘원조 운동권’이다. 일제강점기에나 횡행하던 물고문, 전기고문 등 잔혹한 고문을 받으면서 투쟁했던 그는 최근의 사태를 두고 “무슨 득을 보자고 민주화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그런 창피스러운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유성환 전 의원의 사연도 꺼내들었다. 유 전 의원은 학생 때부터 독립운동에 투신하고, 박정희 정권이 군사 정변으로 출범하자 민주화 운동에 인생을 바친 정치인이다. 그는 고문의 후유증으로 고생하면서도 1967년 ‘군수자리를 주겠다’는 박정희의 호의를 거절했다. DJ정부 당시 설치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 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도 보상을 신청하지 않았다. “독재와 싸워서 승리하는 것이 목적이지 보상이나 변상은 이와 상관없다”는, 마찬가지로 ‘운동의 진정성’이 그 이유였다. 

(관련기사 :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75776)

그렇다면 한 발자국 더 들어가서, ‘정의의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한국에서 대가를 바라는 선의는 쉽게 곡해된다. 학계에서는 ‘진정성의 뿌리’를 ‘유교 사상’에서 찾기도 한다. 한국 유교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자학(성리학)은 기본적으로 “보상 때문에 도덕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도덕적 엄숙주의’를 토대로 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공직자 도덕성 논쟁’이 다른 논쟁보다 유독 많았던 것도 이를 증명한다. 

우 의원의 발의에 순간 거부감이 든 것도 사실이다. 이는 ‘도덕적 엄숙주의’를 유리할 때만 휘둘렀던 민주당에게서 오는 허탈함과 징그러움이다.ⓒ뉴시스
우 의원의 발의에 순간 거부감이 든 것도 사실이다. 이는 ‘도덕적 엄숙주의’를 유리할 때만 휘둘렀던 민주당에게서 오는 허탈함과 징그러움이다.ⓒ뉴시스

하지만 대가를 바라고 선(善)을 추구해서는 안 되는 걸까? 

서양의 공리주의적 관점에서는 ‘사회적 이익의 증대’로 나아갈 수만 있다면, 그 의도와는 관계없이 ‘정의’로 인정해 주기도 한다. 30년 늦은 보상으로 ‘숭고한 운동권 정신’이 저급해지고 오염될까? ‘더 힘들었던 세대도 가만히 있는데, 상대적으로 덜 힘들었던 후세대가 감히 대가를 바라서 기강을 흐린다’는 ‘원조 선배님’들의 주장은, ‘요즘 것들’인 기자에게만 불편한 논리인가. 시어머니의 며느리 훈계가, 선배들의 후배 ‘내리갈굼’이, 좀 더 그럴 듯한 옷을 걸친 것처럼 느껴지는 이 기분은 뭘까. 

그럼에도 우 의원의 발의에, 동시에 “보상에 문제있냐”는 민주당식 논리에 순간적인 거부감이 밀려온 것도 사실이다. 이는 무엇보다 ‘도덕적 엄숙주의’를 자기 유리할 때만 휘둘렀던 민주당에게서 오는 허탈함과 징그러움이다. 기회의 평등, 공정, 정의. 도덕적 수사 여구는 다수당이 소수당을 공격할 때, 정권의 이름으로 국가기관 개혁을 추구할 때, 논란의 여지가 있을 때마다 '정의의 철퇴'라며 갖다 붙인 다음, 이럴 때만 거리를 두고 '실용 노선'을 택하는 것이 미관상 썩 보기 좋지는 않아서다. 

국민의힘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민주화 유공자 중에서 ‘사망’, ‘행방불명’, ‘장애자’의 가족에게 국가가 혜택을 주는 것은 정당한 취지와 내용”이라면서도 “민주화운동 출신들이 스스로 법안을 발의하기에 부적절하다. 셀프법안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고, 법안은 발의됐다. 여당 안에서도 이원욱 의원 등 내부 반대 의견이 있는 것으로 보아, 나머지는 공론화를 통해 조정될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유공자의 기준과 보상의 정도, 대입·취업 가산점 제도의 합리성 등을 폭넓게 논한다면 좋지 않을까. 우 의원이 던진 화두가 단순히 586 금수저론, 운동권 진정성론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변화의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담당업무 : 국회 및 더불어민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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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don 2020-10-12 11:51:54
그래도 대입 취업시 혜택은 아닌거 같다

00 2020-10-12 10:49:12
솔직히 하나부터열까지 다 맞는말 보상 받는다고해서 민주화운동했던게 싸구려가 되나? 나는 더 고생해도 참고사는데 넌 뭐냐고 가만히 있으라는건 꼰대들이나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