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전국화…“집값 아닌 가계부채 대책 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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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 전국화…“집값 아닌 가계부채 대책 일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12.1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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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정부의 규제지역 전국화가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소비 위축과 실물경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 pixabay
문재인 정부의 규제지역 전국화가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소비 위축과 실물경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 pixabay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전국을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지정했다. 정치권과 업계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아닌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경기침체 대비에 방점을 둔 조치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16~17일 국토교통부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창원 의창구를 투기과열지구로, △부산 서·동·영도·부산진·금정·북·강서·사상·사하구 △대구 중·동·서·남·북·달서구·달성군 △광주 동·서·남·북·광산구 △울산 중·남구 등 △파주 △천안 동남·서북구 △논산 △공주 △전주 완산·덕진구 △창원 성산구 △포항 남구 △경산 △여수 △광양 △순천 등 총 36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각각 지정했다. 부동산 규제 전국화가 이뤄진 셈이다.

국토부 측은 "초저금리, 풍부한 유동성, 전세가율 상승 등으로 최근 주택매수심리가 상승 전환하고, 광역시와 대도시 등 일부 지역에서 가격 상승세 확대는 물론, 외지인 매수, 다주택자 추가매수 등 과열 현상이 발생했다"며 "이를 조기에 차단하고 실수요자 중심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舊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20년 12월 2주차(지난 14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29%로, 전주 대비 0.02%p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2년 이후 약 8년 만에 역대 최고 상승률이다. 서울·수도권, 지방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상승폭이 일제히 증가했다.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인 분위기다. 일시적으로는 거래 자체가 줄겠지만 그 이후에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의 걷잡을 수 없는 풍선효과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공급량 부족, 입주량 감소, 전세가 급등, 패닉 바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주택매수심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전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했기에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면서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는 조정대상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규제가 무의미해진 만큼, 서울로 수요자들이 회귀하는 역(逆)풍선효과 발생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번 조치로 집값 안정 효과를 도모하긴 어렵다는 걸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가피하게 규제지역을 확대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가 실물경제로 전이돼 급격한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국제금융협회가 최근 공개한 '글로벌 부채 모니터'라는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3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00.6%로 집계됐다. 가계부채가 GDP를 넘어선 것이다. 미국(81.2%), 일본(65.3%), 유럽연합(60.5%) 등에 비해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전체 조사 대상국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가계부채비율이 높은 국가는 레바논(116.4%)이 유일하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4분기에도 지속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건 부동산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잔액은 982조1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13조6000억 원 늘었다. 이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15조6000억 원으로, 전월보다 6조2000억 원 증가했다. 주담대 잔액 증가폭은 지난 8월 이후 3개월 연속 확대되고 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도 전월 대비 7조4000억 원 늘었다. 신용대출을 받은 자가 1년 내 규제지역서 주택 구입 시 신용대출을 회수하는 내용의 규제가 시행되기 전에 '영끌'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측은 "주택 매매거래 관련 자금 수요가 이어지고 기승인된 집단대출 승인이 늘면서 주담대가 상당폭 증가했다"며 "기타대출 잔액 증가의 주된 요인은 지난달 30일 신용대출 규제 시행 전 자금을 확보하려는 수요"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이런 조치로는 집값을 잡을 순 없다. 이미 다 오를대로 오르고 나서 뒷북을 치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요즘처럼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LTV·DTI 규제 확대는 엄밀히 따지면 부동산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금융 리스크 관리에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코로나19 전에는 주담대로 인한 부실 위험은 크지 않았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부동산 시장 과열에 따른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금융 전반에 부담으로 느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규제지역 확대 조치를 발표한 날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 강화를 예고한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지난 1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방향'을 살펴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2021년 DSR을 강화해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를 이끌겠다고 공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주담대 상환능력 심사에 DSR를 순차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권 싱크탱크의 한 핵심 관계자는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빚내서 집 사라' 정책의 일환으로 LTV·DTI 규제를 완화한 이후부터 가계부채가 기록적으로 폭증했다. 그것이 저금리 기조와 코로나19 등과 맞물리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며 "부동산으로 흐르는 유동성이 늘어나고 가계부채가 지금보다 더 증가하면 순식간에 급격한 소비 위축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미 가구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심각한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팬데믹으로 소득주도성장이 어려워진 마당에 가계부채가 급증했기에 상환에 부담을 갖는 국민들이 늘어나게 되고, 소비 위축이 확대돼 결국 실물경제가 지금보다 더한 위기에 놓일 것"이라며 "국토부의 규제지역 확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는 같은 성격의, 불가피한 최소한의 조치로 볼 수 있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 등을 비롯한 여러 경제충격에 대한 중장기적 플랜도 수립 중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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