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합종연횡④] 고마워 쿠팡, 아직까지는…
[유통가 합종연횡④] 고마워 쿠팡, 아직까지는…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8.27 1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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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쿠팡이 걸어온 길에서 촉발된 合從連衡, 그리고 유통 플랫폼이 나아가야 할 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온라인 유통 플랫폼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쿠팡이 있었고, 유통업계 내 합종연횡을 야기했다. 이제 온라인 유통 플랫폼 시장은 어디로 나아갈까 ⓒ 시사오늘
온라인 유통 플랫폼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쿠팡이 있었고, 유통업계 내 합종연횡을 야기했다. 이제 온라인 유통 플랫폼 시장은 어디로 나아갈까 ⓒ 시사오늘

'합종연횡'(合從連衡)은 영토를 지키고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중국 전국시대 말기 변방국에서 최강국으로 떠오른 진나라에 대응하고자 소국들이 동맹을 맺은 걸 '합종'이라고 하며, 이에 진나라가 각 소국들과 개별적으로 화친을 맺음으로써 동맹을 와해시켜 합종책을 깨버린 걸 '연횡'이라고 한다. 본지의 이번 커버스토리를 비롯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자 기업들이 합종연횡하고 있다'는 식으로 여러 언론들이 내놓은 기사는, 엄밀히 말하면 합종연횡의 의미를 왜곡하고 있는 셈이다.

유통업계 내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합종연횡도 영역을 지키고 확대하기 위한 각 기업들의 전략이다. 합종연횡이 가장 격렬하게 펼쳐지고 있는 전장은 온라인 플랫폼이다. 온라인 유통 플랫폼 시장은 팬데믹 장기화로 인해 유통산업 구조가 온라인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급성장했고, 유통업계 전반에 거대한 영향을 끼쳤다. 주로 공산품을 다루던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이 '빠른 배송'을 앞세워 오프라인 플랫폼 업체들의 영역인 신선식품으로까지 저변을 확대해서다. 이에 기존 오프라인 플랫폼 업체들도 서둘러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거나 빠른 배송을 위한 물류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앞선 기사에서 보듯 최근 편의점업계가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하고, 과일·채소류 배달 서비스까지 선보이는 게 대표적인 예다.

이 전장에서 '진나라'로 평가되는 회사는 '로켓배송'이라는 장점을 갖춘 쿠팡이다. 사실 유통가(街) 합종연횡은 쿠팡이 야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대한 고정비용으로 매년 적자에 허덕이던 쿠팡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이 2019년 약 7조 원에서 2020년 약 13조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하며 단숨에 온라인 플랫폼 최강사(社)로 떠올랐고, 급기야 지난 3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되기 이른다. 아직 흑자전환은 이루지 못했지만 기업가치는 천문학적으로 커졌다. 쿠팡에 대응하고자 네이버와 신세계그룹은 수천억 원 규모 지분을 맞교환하며 동맹을 체결했다. 카카오는 분사한 카카오커머스와 3년 만에 재결합을 추진한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고, SK텔레콤이 운영하는 11번가는 아마존과의 협업을 택했다. 우리나라 1세대 이커머스 업체인 인터파크에 대한 인수전도 뜨겁다. 모두 전형적인 합종책이다.

이들이 이처럼 기민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온라인 유통 플랫폼 시장이 구조적으로 독과점체제로 갈 수밖에 없으며, 쿠팡이 그 체제의 주인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통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불가피한 대표적인 산업 중 하나다. 다양한 질 좋은 상품을 확보해 더 빨리, 많이 판매해야 매장·물류·배송에 투입되는 고정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그래야 저렴한 물건을 찾는 합리적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그래서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는 곳에는 항상 독과점이 따른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 경쟁의 귀결은 승자독식이다. 사용자가 많아야 플랫폼 이용 가치가 상승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강한 편인 데다,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하는 '멀티호밍'에 대한 기회비용이 점차 커져서 독과점 온라인 플랫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전통적인 유통산업은 오프라인 플랫폼이 중심이었기에 네트워크 효과가 거의 없다. 특정 슈퍼만 이용한다고 해도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크지 않다. 멀티호밍에 따른 기회비용도 없다. 이마트든 롯데마트든 가까운 매장을 가면 된다. 하지만 온라인 유통 플랫폼은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 플랫폼을 이용해야 그 플랫폼에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다. 멀티호밍 시 앱 설치, 결제 정보·집 주소 등록 등 시간적 비용에 프리미엄 서비스 가입자들의 경우 사용료까지,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는 현재 쿠팡이 성공가도를 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쿠팡은 저렴한 상품가격과 로켓배송을 앞세워 얻은 매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으로부터 받은 투자금 등을 아끼지 않고 로켓프레시, 쿠팡이츠, 쿠팡이츠 마트, 쿠팡플레이, 쿠팡 마켓플레이스 편의성 제고 등 신규기능 추가에 올인했다. 네트워크 효과를 적극 활용했고, 멀티호밍 시 기회비용을 키웠다. 규모의 경제도 실현되고 있다. 쿠팡 고객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500만 명, 유료 서비스인 '로켓와우' 회원 수는 약 500만 명이다. 시장 점유율은 14%로 추정되는데 숫자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주요 경쟁사들은 주로 식품을 앞세워 점유율을 먹고 있는 반면, 쿠팡은 가장 파이가 큰 공산품을 밑바탕에 깔고 난 뒤에야 본격적으로 식품 배송에 뛰어들어서다. 이는 쿠팡과 함께 자주 언급되는 마켓컬리가 고전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회사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은데 가장 파이가 작은 신선식품을 먼저 깔고 다른 상품군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쿠팡은 참 고마운 업체다. 비용 문제로 국내 유통공룡들이 외면했던 직매입·직배송이라는 자체 물류 모델을 도입해 배송 혁신을 주도했고, 이제는 여러 대기업들이 쿠팡을 따라잡기 위해, 독과점을 막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어떤 유통 플랫폼을 이용해도 하루이틀 정도면 주문한 물건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각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저가 전쟁이 잦아졌고, 상품의 질도 높아졌다. 쿠팡에 대응하고자 차별화된 기능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쿠팡이라는 업체 때문에 유통가 내 합종연횡이 활발해지면서 소비자들의 효용이 커졌고, 선택의 폭도 확대된 셈이다.

한 가지 더 고마운 점은 경쟁사들을 누르기 위해 진나라처럼 '연횡' 전략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은 자칭타칭 '한국판 아마존'으로, 아마존이 걸어온 길을 적극 벤치마킹해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아마존이 오더블, 트위치, 홀푸드 등 M&A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출시한 것과 달리, 쿠팡은 인수합병과는 거리를 멀리 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이 "M&A에 대해 문을 닫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단히 많은 분석과 고민을 통해 옳은 판단이라고 확신이 서지 않으면 안 하는 편"이라며 M&A 가능성을 직접 일축할 정도다. 쿠팡 플레이를 자체 운영 중이며, 지난 7월에는 '곰곰' 등 신선식품을 비롯한 식품류 PB상품을 담당하는 사업부를 씨피엘비라는 자회사로 분할·설립했다. 연횡으로 인한 시장 질서 혼란, 다양성 파괴 등이 염려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공정거래법·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32억 97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공정거래법·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32억 97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쿠팡물류센터 노동자 폭염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그러나 '고맙다'는 말 뒤에 '아직까지는'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싶다. 앞서 언급했듯 쿠팡은 온라인 유통 플랫폼 시장에서 독과점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다. 그런 만큼 쿠팡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납품업체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리고 쿠팡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한 부담을 그 납품업체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쿠팡은 다른 온라인 유통업체가 상품을 할인할 때 납품업체들에게 다시 가격을 올리라고 강권했으며, 자신들이 할인 행사를 할 때는 할인 비용을 납품업체들에게 떠넘겼다. 또한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판매장려금을 받기도 했고, 광고 구매를 요구하기도 했다. 피해업체가 수백여 곳에 이른다.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는 물론, LG생활건강, 유한킴벌리 등 대기업들도 이런 갑질을 당했다고 한다. 

또한 쿠팡이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동자들을 혹사시키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진보당이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무했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쿠팡의 노동환경 실태를 제보받아 지난 6월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핸드폰을 쓰지 마라', '화장실을 간 이유를 담아 시말서를 써라', '이름을 부르지 않고 휴대폰 뒷자리로 부른다' 등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진보당 측은 "로켓배송으로 표현되는 쥐어짜내기식 성과주의, 무한 속도경쟁에 죽음으로 내달리는 노동자, 소상공인의 인권은 손쉽게 지워지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지난 8월 23일에는 쿠팡 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은 수천대의 냉방장치를 가동한다며 거짓 주장을 한다. 온습도계 반입마저 금지하는 반인권적 행태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쿠팡은 이 같은 불공정거래와 근무환경 이슈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낸 바 있으나, 쿠팡으로 인해 높아진 소비자 효용 뒤에 납품업체와 노동자들의 눈물이 존재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때로는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독과점 위치에 있는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는 상품 가격에 큰 영향을 준다. 일례로 앞선 쿠팡의 사례처럼 납품업체들이 갑질을 이기지 못해 다른 회사에서 발주된 상품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의 부담이 무거워진다. 또한 열악한 노동환경은 물류·배송 서비스 질의 하락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경기 이천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배송에 차질을 빚은 점도 따져보면 열악한 노동환경과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다. 해당 물류센터의 전기·소방시설 담당자들은 사고 당시 화재경보기가 울렸음에도 확인 없이 방재 시스템을 초기화해 스프링클러 가동을 지연시킨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자 쿠팡이 걸어온 길에서 촉발된 유통가 합종연횡, 그 이면에는 이 같은 그림자들이 숨어있다. '고맙다'는 말 뒤에 '아직까지는'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싶은 이유들이다. 비단 쿠팡이라는 특정 업체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독과점체제의 주인으로 군림하기 위해 활발하게 합종연횡을 펼치고 있는 모든 기업들에게 해당된다. 최근 온라인 유통 플랫폼은 국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를 통해 급성장을 이뤘다. 업체들의 역량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한(이제는 일상이 된) 환경 때문에 사랑을 받았다는 점을 부인할 순 없을 것이다. 이제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 나아가야 할 길은 소비자, 노동자, 중간공급자 등 국민 모두에게 그 사랑을 보답하는 것이다.

특히 가장 앞서있는 쿠팡이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쿠팡은 '아마존이 걸어온 길'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듯 걸어왔지만 이제는 '쿠팡이 걸어야 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아마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심화되고 있다. 소비자 효용 제고라는 명분을 앞세워 노동자를 탄압하고, 납품업체들을 착취해 공정한 시장 질서를 무너뜨렸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아마존 기업분할론까지 언급되는 실정이다. 아마 쿠팡에게도 곧 다가올 미래일 것이다. 그러나 쿠팡에게는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있다. 미국 증시 상장으로 막대한 자본도 확보했다. 다른 재벌 대기업들에 비해 경영활동과 의사결정도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상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상생협력 대표 모델하면 마땅히 떠오르는 업체가 없다.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는 특성이 있는 데다, 상생협력이라는 것 자체가 완성 모델이 따로 없는 개념이어서일까. 하지만 흐름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기업의 ESG 활동이 중요한 투자 기준 중 하나로 분류됐으며, 임직원과 소비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지역민, 그리고 경쟁사까지 하나의 기업 구성원으로 묶어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산업구조 개편이 곳곳에서 진행되는 시대다. 국내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는 쿠팡이 이를 주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경쟁이 아닌 상생협력을 위한 새로운 합종연횡을 꾀하는 대표 모델로, 독과점체제의 주인이 아닌 공정한 시장의 영향력 있는 참여자로 나아가는 데에 기회와 시간과 자본을 투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럼 지금까지 쿠팡이 걸어온 길을 따라온 경쟁사들도, 쿠팡이 새롭게 개척하는 길에 함께하지 않을까.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유통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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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 2021-08-27 17:28:12
플랫폼 시장의 나아갈 바를 정확하게 지적한 글이네요.
가을을 맞이하여 훌륭한 성취가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