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 유해 생리대 사태後 ‘그린워싱’ 행보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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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킴벌리, 유해 생리대 사태後 ‘그린워싱’ 행보 지속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5.03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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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유한킴벌리 CI.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수혜를 누리면서도 기부금은 되레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 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 CI. 생리대 유해성 사태가 발생한 2017년 후 유한킴벌리의 환경성과 지표가 대폭 악화됐다. 코로나19 사태 수혜를 누리며 실적 정상화를 이룬 2020년에도 환경성과 부진은 계속됐다. 그린워싱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 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가 2017년 생리대 발암물질 검출 논란에 연루된 이후 환경보호비용을 줄이는 등 환경관리 관련 성과 창출에 소홀한 것으로 지표상 나타났다. 그럼에도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슬로건을 지속 강조하며 친환경 기업 이미지 구축을 위한 활동을 이어갔기에 '그린워싱'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지난해 유한킴벌리에서 공개한 '사람이 희망이다-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내 '환경성과' 항목을 살펴보면 유한킴벌리의 환경보호를 위해 지출한 비용은 2016년 171억9000만 원에서 2017년 148억1000만 원, 2018년 126억 원으로 급감했다가 2019년 132억9000만 원으로 잠시 반등하더니 2020년 131억6000만 원으로 다시 줄었다. 생리대 유해성 사태 이후 긴축경영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체 매출 대비 환경보호비용 비중도 크게 위축됐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1%대를 유지하던 유한킴벌리의 매출 대비 환경보비용 비중은 2018년 0.94%, 2019년 0.99%를 기록하며 1%대 미만으로 떨어졌고, 급기야 2020년에는 0.87%까지 감소했다. 2020년은 코로나19 사태 가운데 유한킴벌리가 위생용품 판매 증가 등 특수를 누리며 1조5000억 원에 육박한 매출을 이룬 때인 만큼, 긴축경영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기도 어려운 시기로 분석된다.

다른 환경관리 지표도 대부분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2017년 20만2986tCO2e에서 2020년 20만1903tCO2e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온실가스 직접 배출량(Scope1)이 2017년 2만1257tCO2e에서 2020년 2만3221tCO2e로 9.23% 확대됐기 때문이다. 수치상 줄어든 건 온실가스 간접 배출량(Scope2)다. Scope2는 전력이나 열 소비량에 가까운 지표로 선진국에선 온실가스 감축 관련 기준으로 잘 활용되지 않는다.

같은 기간 에너지 사용량도 2017년 3977TJ에서 2020년 4113TJ로 증가했으며, 방류한 물의 수질오염 배출량(총 부유물질) 역시 0.031kg/제품톤에서 0.041kg/제품톤으로 늘었다.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재활용'이다. 유한킴벌리의 재활용지 사용 비율은 생리대 발암물질 검출 파동 전인 2010~2016년에는 평균 30%대를 유지했으나 2017년 20.2%로 급감했고, 2020년에는 17.4%까지 추락했다. 이에 대해 유한킴벌리 측은 국내외 재활용지 수급 불균형,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에 따른 펄프 사용 증가 등 영향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물 재활용 비율 역시 평균 40%대를 웃돌다가 2017년을 기점으로 35% 밑으로 떨어지고, 2020년에는 29.8%까지 줄었음을 감안하면 기조 자체가 바뀌었다고 해석할 여지도 상당해 보인다.

재활용지 사용 비율, 물 재활용 비율 등이 감소한 부분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해당 기간 동안 유한킴벌리의 일회용품 판매량이 크게 늘어서다. 아기 기저귀 사업부 매출 성장률이 2018년 -25.5%에서 2020년 7.6%로 급상승했고, 같은 기간 물티슈·타월·성인 기저귀·스킨케어 등 기타 사업부의 매출 성장률도 12%에서 31%로 뛰었다. 미용지·화장지부문 사업부 역시 5.2%에서 11.7%로 신장했다. 일회용품을 팔아 이익을 창출했음에도 재활용에 게을리한 셈이다.

이처럼 실질적인 환경성과가 악화되는 와중에도 겉으로는 유해 생리대 논란 후 친환경, 환경보호, 사회공헌 등 기업 이미지를 시민사회에 각인시키는 데에 매진한 것이다. 유한킴벌리를 두고 친환경이지 않으면서 친환경 기업인 척하는 그린워싱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용득 전 의원이 2017년 국회의원 시절 자신의 SNS를 통해 유한킴벌리의 하기스 물티슈 제품에서 허용기준치를 초과하는 메탄올이 검출됐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한 바 있다. 그는 2016년 국감에서도 해당 제품이 친환경 위장제품인 그린워싱 제품이라고 저격했다. 이 전 의원 SNS 캡처 ⓒ 시사오늘
이용득 전 의원이 2017년 국회의원 시절 자신의 SNS를 통해 유한킴벌리의 하기스 물티슈 제품에서 허용기준치를 초과하는 메탄올이 검출됐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한 바 있다. 그는 2016년 국감에서도 하기스 물티슈가 친환경 위장제품인 그린워싱 제품이라고 저격했다. 그러자 유한킴벌리는 "심려와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해당 제품 회수 조치에 들어갔다고 알린 바 있다. 이 전 의원 SNS 캡처 ⓒ 시사오늘

이 같은 지적은 급기야 정치권에서 나오기도 했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전 의원은 "유한킴벌리 하기스 물티슈에서 허용기준치를 초과하는 메탄올이 검출됐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내가 국정감사에서 꼬집었던 그린워싱 제품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이에 앞서 이 전 의원은 2016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친환경 제품이라고 표시된 제품 10개를 무작위로 선정해 그린워싱 여부를 환경산업기술원에 문의하니 이중 7개가 친환경 제품으로 둔갑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질타했다.

그린워싱 비판에 대해선 유한킴벌리도 이미 인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전양숙 유한킴벌리 사회책임·환경경영 본부장은 지난 2월 'SB 22 아시아-태평양 컨퍼런스'에 참석해 "유한킴벌리가 사회적 활동을 과장되게 알려 그린워싱으로 오해받거나 활동에 비해 덜 알려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회용품을 주로 판매하는 생활용품 전문업체에서 친환경 이미지 구축에 안간힘을 쏟는 건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이 목격되는 광경이다. 선진국에선 이미 한 차례 시민사회의 역풍이 불었던 사안"이라며 "특히 유한킴벌리의 경우 미국계 기업인 킴벌리 클라크의 지배 하에 있는 회사인 만큼, 그린마케팅 관련 노하우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아무리 긴축경영에 들어갔어도 환경 관련 지표를 관리하지 않은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유한킴벌리의 지난해 환경성과가 담긴 2022년도 지속가능성보고서는 오는 7월께 발간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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