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특검, 조건없는 즉각 집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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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특검, 조건없는 즉각 집행을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1.11.20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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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기한내 결론 내야
‘여야 교차’ ‘쌍특검’ 검토를
대장동 수사 이미 '미진'
언제까지 시간 끌 건가
4당 동의 서둘러 실시하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대장동 특검'을 둘러싼 여야 각축이 치열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을 계기로 '대장동 특검' 시행여부를 놓고 여야의 신경전이 날카로워지는 흐름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인사들도 이 후보의 의견에 따라, 일제히 ‘조건부 특검’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여야 마찰로 실현 여부는 더욱 안갯속이다. 

국민들은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나는 듯한 검찰 수사에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논의가 지연될수록 실망과 피로도는 더욱 커지고 정치에 대한 염증도 심화할 것이다.

여당이 아예 특검에 대한 언급을 피하던 것에서 벗어나 ‘조건부 특검론’으로 오히려 공세에 나선 의도는 짐작할 만하다. 국민 10명 중 6~7명이 특검 도입을 찬성하는 마당에 마냥 반대만 하기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을 계기로 '대장동 특검' 시행여부를 놓고 여야의 신경전이 날카로워지는 흐름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콤팩트 특검’으로 타협을

특검으로 의혹을 털고 가는 것은 필요하지만 대선을 뒤덮어선 안 된다. 그러니 여야는 특검 여부부터 결정하기를 바란다. 한다면 늦어도 후보 등록 전에는 끝나도록 못 박고 하루라도 빨리 협상에 나서야 한다. 

국민들을 ‘눈속임’하려는 발언이 아니었다면 특검 도입에 자꾸 조건을 달며 머뭇대서는 안 된다. 마침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자신을 겨냥한 고발 사주 의혹과 대장동 의혹 특검을 동시에 진행하자고 했다. 이른바 ‘쌍특검’이다. 이준석 대표는 ‘특검 여야 교차 지명’도 제안했다. 대장동 특검 임명권은 야당이, 고발 사주 특검 임명권은 여당이 행사하자는 것이다. 서로에게 불리한 의혹에 대해 상대 당이 특검을 지명하면 공정한 수사를 담보할 수 있다는 취지다. 

여론조사에서 특검 찬성이 반대를 압도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 때문일 것이다. 의혹의 많은 부분이 시원하게 해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권자들은 누구를 찍어야 할지 혼란스럽다. 여야는 대선의 유불리를 떠나 특검 논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늦어도 내년 2월 13일 후보등록일 전에는 결과가 나와야 특검이 선거를 지배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그러려면 법으로 정해진 기한(준비·수사 118일)보다 짧은 ‘콤팩트 특검’에 타협해야 한다. 협상은 어렵고 시간은 촉박하다. 

조건부 특검 돌파론 접어야

역시 특검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바로 특검을 실시하자는 주장에 대해 이재명 후보가 “내가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특검 만능주의”라고 반박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사건 부실수사 의혹, 성남시의회의 공공개발 반대 등도 특검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조건부 특검론’으로 대장동 국면을 돌파하려는 심산이라면 접길 바란다.

이래서야 이 후보의 조건부 특검 찬성 입장 표명이 특검을 받을 생각이 없으면서 특검 요구 여론을 속이고자 한 이중 플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니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의 특검 요구가 70%를 넘나들고 있다. 겉으로는 특검을 받을 수 있다면서 실제로는 야당의 특검 협상 요구조차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그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 후보나 민주당이 자신들의 주장대로 꺼릴 것이 없다면 스스로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 이미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립성이 훼손된 검찰이나 공수처 수사를 앞세우더라도 그 결과를 믿을 국민이 별로 없다. 조건 없는 특검을 수용해 의혹을 그나마 털고 가는 것이야말로 그 방법이다.

검찰수사 이미 신뢰 상실

지나온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하여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한 게 지난달 12일이었다. 침묵하던 대통령이 이런 지시를 했을 때 기대도 있었지만 대선에 급한 청와대가 사건을 빨리 대충 털고 가려 한다는 의심도 있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검경의 수사는 걱정했던 그대로다.

검찰 수사는 이미 ‘미진’ 수준을 넘어 ‘태업, 은폐’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신뢰를 잃었다. 창밖으로 내던진 휴대폰도 확보 못 했고, 압수수색을 나가선 몇 차례나 성남시장실과 비서실은 제외하는 등 부실 수사 사례는 손에 꼽기 힘들 지경이다. 수사는 ‘윗선’ ‘그분’ 앞에서 멈춰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수사를 더 끌어봐야 그 결과를 누가 수긍할 수 있겠나.

검찰은 유동규, 김만배, 남욱 등 구속을 끝으로 자신들의 역할이 끝났다고 여기는 듯하다. 검찰의 성남시청 압수수색이 소득 없이 끝났다고 한다. 예상한 결과다. 검찰은 수사 20일 만에 여론에 밀려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뒤늦게 무엇을 찾을 수 있었겠는가.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씨는 구속 후 열흘간 단 한 번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들의 구속 시한을 감안하면 앞으로 열흘 이내에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기존 배임과 뇌물 혐의를 보강하기도 벅차다. 윗선 수사는 물론 권순일, 박영수, 곽상도 등 화천대유 관련자 수사도 손을 안 대고 있다.

야당 공세 더욱 강화될 듯

여야는 특검 쟁점들을 놓고도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특검 임명권은 야당이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도 대장동 사건에 윤석열 후보가 개입된 부분을 자신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윤 후보가 검사 시절 맡았던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수사 관련 의혹을 겨냥했다. 특검 추천, 수사 대상, 기간 모두 민감한 쟁점들이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진정성을 갖고 '통 큰 결단'을 내려준다면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겠다. 윤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포함하는 데 동의하고, 이 후보가 '고발사주' 의혹의 동시 특검을 받아들이는 식이다. 두 후보 모두 거리낄 것이 없다면 굳이 특검을 수용하지 못할 이유도 없지 않겠나.

민주당의 스탠스가 어떻게 달라지든 일단 특검론에 불이 붙은 이상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도 않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도 모두 찬성하는 만큼 야당의 공세는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여당이 협상에 나서더라도 도입 시기와 추천권, 수사 대상과 기간 등에서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사 대상을 놓고서도 이견이 크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주임 검사였던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포함하자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 야당은 '물타기'라고 반대한다. 국민의힘은 또 이 후보에 대한 의혹 수사이므로 여당에 특검 추천권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야당이나 제3의 단체가 추천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역시 민주당은 수용하기 힘든 내용이다.

특검의 시급성

대장동 사건의 핵심은 소수 민간업자에게 천문학적 특혜 수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개발구조로 성남 시민에게 피해를 입힌 배임 의혹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여당이 특검 조건으로 내세운 사안들에 대한 봐주기, 로비 의혹 등이 있었다면 수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관건은 특검의 시급성이다. 지금 검찰 수사를 보면 이런저런 조건을 달 형편이 못 된다.

문제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내년 대선(3월 9일)의 공식 선거운동은 2월 15일 시작된다. 특검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늦어도 선거운동 전까지 수사를 끝내야 하는데 상설특검법을 이용해도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90일 정도가 소요된다.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한 특검이 되려면 늦어도 다음 주에는 후보 2명이 추천되고 대통령이 그 중 한 명을 임명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내년 2월 15일 전까지 수사를 마치려면 즉시 여야 협상에 들어가 조속히 결론을 내야 한다. 이 후보와 여당은 “대선 전 논의 가능”에서 벗어나 즉각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차기정권 초반 국정 부담 유럭

특검 실시가 가시화된 만큼 정치권은 두 가지를 유의해야 한다. 시간과 특검의 중립성이다. 

특검은 가장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 대장동 비리 의혹 사건은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다. 대장동 사건을 명쾌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임기 초반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수사를 전적으로 특검에 맡기면 국민들의 정치 혐오만 부추기는 ‘네거티브’ 정쟁 대신 정책 경쟁으로 나라의 미래를 논하는 대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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