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여명, 새 시대-과제와 전망 ②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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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여명, 새 시대-과제와 전망 ②경제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2.03.26 0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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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 힘 합쳐야
국익 지킨 한·미 FTA 10년
개혁이 리쇼어링 마중물
규제혁신 서둘러야
주먹구구 물가대책이 禍 키운다
인수위 초점 민생과 위기 대응으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집무실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치솟는 국제 원자재 가격과 글로벌 자원패권주의가 국내 산업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심각한 건 자원 무기화의 품목이 급속히 넓어지고 이에 뛰어드는 국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자원패권주의가 일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공급 부족 가능성이 있는 원자재는 언제든지 무기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자원 무기화 바람은 우리에게 악몽이다. 원자재 값 급등은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뿌리부터 흔드는 것은 물론 무역수지와 국내 물가에도 치명적 타격을 줄 게 뻔하다. 지난 10일까지 52억 9016만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지만 에너지값이 더 오르면 사태 악화를 피할 수 없다. 정권 교체기라고 해도 자원 외교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물론 새 정부도 난국 돌파에 모든 역량과 지혜, 정보를 합쳐야 한다.

미국 금리인상과 러시아 부도사태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러시아 부도 사태 가능성이라는 두 개의 폭풍우가 동시에 몰려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교체되는 사이에 초유의 ‘더블스톰’이 닥친 것이다.

정권 교체기에 두 폭풍우가 몰려오지만 우리는 대응 방안이 거의 마련돼 있지 않다. 미래 먹거리 준비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맡겠지만 눈앞의 쇼크를 극복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몫이다. 당장 ‘3고(고유가·고환율·고금리)’로 인한 채산성 악화로 우량 기업들이 흑자 부도에 내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욱 심해지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현 정부의 과제다. 

국내 주요기업 두 곳 중 한 곳은 아직도 올해 투자계획이 없거나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기업도 사정은 비슷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기업 10곳 중 9곳은 올해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대내외 위험요인들이 산재해 있어 신규투자 계획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원자재발(發) 인플레이션, 주요국의 통화긴축과 이로 인한 경기위축, 코로나19 변이 출현 가능성, 외부 자금조달 환경 악화 등이 투자 활동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목됐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서방과 러시아 간 보복의 악순환으로 장기화할 경우엔 더욱 그럴 것이다. 새 정부가 규제혁신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뚜렷해진다. 규제는 기업 의욕을 떨어뜨리고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규제를 혁파한다면 신규투자는 늘어나고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를 그대로 두면 투자는 살아나지 않는다. 새 정부는 눈치보지 말고 과감하게 규제혁신에 나서야 한다.

FTA 10년 성과 경이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 10주년을 맞았다. 그간 성과는 문자 그대로 ‘경이적’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반(反)세계화 흐름 속에 세계 교역량이 줄곧 감소하거나 정체됐지만 한·미 양국 간 교역은 이 기간에 70% 늘었다. 투자도 양쪽에서 최대 3배 가까이 확대됐다. FTA 효과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성과다.

전 세계가 단순한 경제동맹을 넘어 인권 보호와 민주주의 확대 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경제블록화하고 있다.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훼손된 동맹 관계를 복원하고 그 이상의 포괄적 가치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데 한시도 지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리쇼어링' 희망 기업이 2년 새 9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외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긴 기업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려는 것을 말한다. 

전경련은 해외 생산의 4%만 유턴해도 국내 일자리가 8만6000개 더 생길 거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리쇼어링으로 10년동안 일자리 130만 개를 창출했다. 경기 침체로 일자리 하나가 소중한 때다.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돌아온다.

기업 복귀하면 일자리 부가가치 창출 막대 

미국은 작년 한 해에만 1334개사가 돌아왔으나 한국은 2021년까지 5년간 78개사만 돌아왔다.

문재인정부는 기업을 옥죄는 정책을 폈다. 법인세율과 최저임금을 올리고 주52시간제를 획일적으로 도입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리쇼어링 촉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해외 환경이 나빠졌다고 해서 기업들이 무턱대고 국내로 돌아올 리는 없다.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세금감면은 확대하고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고 노조의 불법행동은 엄정하게 대처해야 기업이 되돌아올 것이다.

전경련이 수출입은행의 ‘해외직접투자 경영분석 보고서’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해외에 진출했다가 철수를 검토 중인 기업이 복귀하면 11조4000억 원의 부가가치와 일자리 8만6000개가 창출될 수 있다.  

하지만 리쇼어링을 검토하는 우리 기업들도 선뜻 국내 복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과잉 규제와 노조 편향 정책 탓이 크다. 현 정부는 기업 규제 3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반(反)시장 규제 법안을 쏟아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발의된 규제 입법은 4100건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의 3배가 넘는다. 친(親)노조 정책과 강성 노조의 불법행위, 최저임금 과속 인상, 주 52시간제 강행 등은 기업의 해외 탈출과 일자리 증발의 주범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경영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혁파하고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신명 나게 투자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연금개혁, 국민설득 나서야

정부 출범 전부터 연금개혁을 주요 국정과제에 포함시킨 건 바람직한 일이다.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이면 고갈돼 1990년생, 현재 32세 청년들 이후는 연금을 받을 수 없어 ‘세대 착취’란 말까지 나온다. 

대선 과정에서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커진 만큼 새 정부는 이전 정부들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출산율, 기대수명, 성장률의 변동에 따라 지급액, 보험료율이 자동 조정되는 선진국형 연금제도 도입도 검토해 볼 만하다. 다른 연금과의 통합도 복지제도의 큰 틀 안에서 함께 다뤄져야 한다.

집권 초부터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도 성공하기 힘든 것이 연금개혁이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에 보험료율 인상을 검토하다가 저항이 예상되자 발을 빼 소중한 골든타임 5년을 허비했다. 윤 당선인은 인수위를 통해 최대한 구체적인 개혁 청사진과 시간표를 만들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 곧바로 국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인수위의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고 이와 관련한 신·구 정권 간 갈등이 첨예화하면서 연금 개혁은 후순위로 밀려나 거론조차 안 되고 있다. 윤 당선인 말대로 연금 개혁은 정권 초기에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반발이 거세지고 민심을 의식하다 보면 정치적 추진동력이 약해져 흐지부지될 수 있다. 

인수위 단계부터 서둘러야 한다. 적자를 국고로 보전하는 것도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적어도 공적연금 통합,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 등에 관한 기본 원칙은 인수위가 제시해야 한다. 더 나아가 추진 일정을 정해 공표하고 담당 조직 구성에도 착수해야 한다.

정교하고 현실적인 물가대책을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 지수 자체만 놓고 보면 9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대(對)러시아 경제제재로 국제유가와 니켈 구리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광산품, 석유제품 등이 많이 오른 탓이다.

4%대 물가상승이 현실화하면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이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뜩이나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가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고통은 더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말로는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고 하지만 기껏해야 유류세 인하에 그치고 있다.

서민과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 물가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주먹구구식 대책이 오히려 화(禍)를 키우고 있다. 정교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서둘러 내놓아 민생을 챙겨야 할 것이다.

시장현실 반영 부동산 정책 긴요

또다른 중대 민생 현안은 역시 부동산이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 정책 실패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결과 국민 모두가 고통을 당했다. 집을 갖지 않은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벼락 거지'가 됐고, 집을 소유한 사람들은 세금 폭탄을 맞았다. 문 정부 출범 전 해인 2016년 3조9천392억 원이던 보유세가 2021년엔 10조8천756억 원으로 7조 원 가까이 폭증했다. 우리나라 보유세는 총조세 대비는 물론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보다 높은 실정이다.

꼼꼼히 따져 보면 정부 대책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유세가 올해 늘어나지 않을 뿐이지 여전히 폭탄 수준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이미 공시가격이 20% 가까이 오른 까닭에 작년 기준으로 하더라도 올해 보유세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정부의 조치는 1년짜리 한시적 조치여서 내년에 2년치 공시가격 상승분이 한꺼번에 반영될 경우 더 큰 세금 폭탄이 터질 우려도 나온다.

집값 폭등과 보유세 폭탄을 초래한 문 정부는 임기 말에 선심 쓰듯 보유세 동결로 생색을 냈다. 지방선거를 겨냥한 꼼수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한다"고 공약한 바 있다. 윤 정부는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시장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 정책을 내놓기 바란다.

지금 경제 비상과 코로나 폭증은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급한 민생을 챙기고 국민 생명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나. 그런데도 신·구 정권은 대통령 집무실 자리와 인사 등을 놓고 정쟁만 벌이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원만한 인수인계에 협조할 뜻이 없음이 분명하다. 어차피 이제 곧 모든 국정 책임은 윤석열 정부 몫이다. 윤 당선인에겐 문 대통령과 다툴 시간도 이유도 없다. 당선인과 인수위의 초점이 민생과 위기 대응으로 옮겨져야 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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