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계부채 총량관리와 규제완화…인수위가 해야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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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계부채 총량관리와 규제완화…인수위가 해야할 일
  • 곽수연 기자
  • 승인 2022.03.31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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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새 정부 규제 완화 기조에 맞춰 가계대출 문턱 낮춰
마이너스 통장 한도 상향 조정…멈추었던 가계대출 재개해
지난해말 가계신용 잔액 1862조…한국 가계부채 위험수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곽수연 기자)

시중은행 창구 ⓒ연합뉴스
시중은행 창구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가계대출 총량관리 폐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향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축소 등을 공약했다.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규제완화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권 내에서는 이미 가계부채 총량관리 방안이 사문화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지난 28일 은행에 가계대출 자율관리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가계부채 폭증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총량관리 목표에 맞춰 각 금융사를 주간 단위로 밀착 관리했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새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에 따라 금융당국이 태도를 바꿀 것이란 걸 예견한 듯, 은행들은 그동안 잠궈왔던 가계대출 빗장을 풀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마이너스 통장(마통)의 한도를 현행 5000만 원에서 2억 5000만 원으로 조정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1월 말 이미 한도를 최대 1억 5000만 원으로 올렸고, 국민은행은 지난 7일부터 전문직 대상 마통 한도는 1억 5000만 원, 일반 직장인은 1억 원으로 상향했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4일부터 마통 한도를 최대 3억 원으로 늘리고, 신한은행은 이번주 중 마통 한도를 복원한다. 이와 관련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사실상 폐지 수순에 접어들어 은행들이 대출을 정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가계대출 총량규제 관리를 중단하는 게 적절한 조치인지 의문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정부는 시중에 돈을 풀었고, 자산가격이 급등했다.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빨리 내 집 장만하자' 혹은 '이번 기회에 재산을 형성하자'라는 목표로 2030 세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구입자금과 전세자금대출을 받았고, 가계대출은 역대 최대로 불었다. 은행이 가계대출을 그만큼 해줬으니 가능했던 일이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 1000억 원에 도달했다고 한국은행은 지난 9일 발표했다. 그나마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라고 주문한 것이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당시 부동산 구매 수요를 고려하면 가계부채가 더 폭증했으리라 짐작된다.

지난해부터 한국 가계부채 규모와 속도에 대한 경고음은 전방위에서 울렸다. 특히 지난해 11월 국제금융협회(IIF) 세계부채모니터 보고서는 한국의 가계부채가 지난 2분기 기준 GDP 대비 104.2%로 조사대상 37개 국가 가운데 최고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부채비율이 GDP의 100%를 넘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올해에도 한국 가계부채 수준이 위험하다는 경고가 연일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간한 '2022년 3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20.8%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단기적인 금융시스템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인 금융불안지수(FSI)는 주의단계 임계치(8)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은 '2022년 연례합의 결과보고서'에서 "낮은 대출금리, 높은 신용대출, 부동산 투자수요 등에 의해 가계부채는 증가하고, 부동산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며 "LTV와 DSR 규제를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윤석열 당선인의 인수위원회는 현재 LTV와 DSR 모두 손을 보면서 규제완화를 추진할까 고심 중이라고 전해진다.

코로나19 때문에 아직도 힘들어하는 취약계층이나 젊은 세대들이 집을 마련 할 수 있게 대출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은 좋은 취지다. 하지만 인수위는 가계대출 잔액이 1862조 원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는 △코로나19 △우크라이나전 △미중경쟁 등 불확실한 요소가 누적돼 험로가 예상된다. 여기에 가계부채·국가부채 리스크까지 더해지면 경제가 장기 침체화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갈 수 있을 정도로만 대출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지금 이 상황에서 무분별한 가계대출을 시행해 대출총량이 늘어나면 경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후과(後果)로 현재·미래세대가 모두 힘들어지기 전, 인수위는 신중하면서도 단호한 선택을 내려야 한다.

선택의 순간, 지혜가 필요할 경우 과거를 되돌아보면 도움이 된다. '국가 속의 국가'로 불릴 정도로 막강했던 노조의 파업과 엄청난 복지비용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영국경제에 활력을 다시 불어넣은 영국 마가렛 대처 총리는 "진짜 중요한 일은 타협하지 않는다. 총리는 외로운 직업이며 어떤 점에서 그래야만 한다. 군중 속에서 나라를 이끌 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격언을 새겨들을 시점이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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