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21년 12월 23일 금융감독원 앞 지팡이 짚은 한 노인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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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021년 12월 23일 금융감독원 앞 지팡이 짚은 한 노인의 외침
  • 곽수연 기자
  • 승인 2021.12.24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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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동 주민대책위, 신한은행 지점 폐점 진정서 제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곽수연 기자)

지난 23일 금융감독원 앞 기자회견에서 만난 82세 김태하 할아버지와 나눈 대화 중 나온 얘기다. 추운 날씨에 한 노인이 지팡이를 지고 여의도까지 나온 이유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은행 폐쇄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에 진정서를 넣기 위해서다.ⓒ곽수연 기자
지난 23일 금융감독원 앞 기자회견에서 만난 82세 김태하 할아버지와 나눈 대화 중 나온 얘기다. 추운 날씨에 한 노인이 지팡이를 지고 여의도까지 나온 이유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은행 폐쇄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에 진정서를 넣기 위해서다.ⓒ곽수연 기자

"내가 월계동에 산 지는 25년 됐어.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은 35년이고. 그런데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 폐점한다는 소식은 청천벽력 같았지. 당장 내년부터 폐점해 봐. 옆 동네 성북구 장위동까지 걸어서 30분 거리야. 버스 타고 가라고? 돈도 없는 노인네는 왕복 버스비 3000원도 아까워. 버스비 아끼려고 겨울에 걷는 것 생각해봐. 빙판길에 다치는 거 아닌지 걱정스러워."

지난 23일 금융감독원 앞 기자회견에서 만난 82세 김태하 할아버지와 나눈 대화 중 나온 얘기다. 추운 날씨에 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여의도까지 나온 이유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은행 폐쇄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에 진정서를 넣기 위해서다. 1만여 세대가 이용하는 신한은행 월계점은 내년에 디지털 라운지로 전환돼 운영될 예정이다. 할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디지털 라운지 1대가 이미 시범 운영 중에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기점으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은행 폐쇄가 확대되는 추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이러한 흐름은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월계동 주민에게 은행 폐점은 심각한 사안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지난 11월 30일 삼호 체육관에서 주민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대책위는 주민 탄원 서명 2000명이란 목표 수립과 지역구 국회의원·신한은행 경영진 면담을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 12월 15일 주민 2231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그 사이 고용진 국회의원과 신한은행 관계자를 수차례 만나 협의도 진행했다.

지난 17일 신한은행 관계자가 참석한 주민간담회에서 고용진 의원실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디지털 라운지에 상주인력이 3명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노인·장애인 같은 금융소외계층이 디지털 금융을 익히는 데 최소 3명의 상주 인력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신한은행은 처음에는 1명의 상주 인력만 가능하다고 했다가 협의 끝에 최대 2명 가능하다는 대안을 제시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기계가 사람을 100% 온전히 대체할 수 없다며, 주민들은 최소 3명의 상주인력이 있는 일반 창구와 디지털 라운지가 공존하는 출장소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월계동 주민 말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은행 직원을 디지털 라운지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용역업체 직원을 파견할 계획이다.

과연 노인·장애인 같은 금융소외계층을 포함한 모든 금융소비자를 위해 은행 직원 3명을 상주 인력으로 보내달라는 요구가 과도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은행권은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사상 최대 수익을 달성했다. 은행은 금융소비자의 자금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근데 방문객이 줄고 수익성이 악화된다고 월계동 금융소비자를 외면하는 것은 합당한 처사인지 반문하고 싶다. 은행이 실적, 성과로 평가받는 사기업이지만 그 어느 사기업보다 공공성이 큰 기관이다. 지금은 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황금기에 있지만 금융위기나 부실화 위기에 빠지면 국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제해준다. 그 공적자금의 원천도 결국 국민의 세금이자 금융소비자의 돈이다. 따라서 은행은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하는 도의적 책임이 있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은행 직원도 아닌 용역업체 직원 1명을 디지털 라운지에 파견하겠다는 의견을 처음에 전달했다고 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허울뿐인가 허탈감이 느껴진다.

동법 제7조를 보면 △금융상품을 선택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금융소비자에게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제공할 책무 등이 있다. 말하는 ATM, 용역 시설업체 직원, 또는 화상 속 은행원의 뚜렷하지 않은 음성으로 어떻게 금융소비자에게 정보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여기에 금융소비자가 어떻게 상주직원과 ATM 기계에게 상품을 선택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자문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월계동 주민들의 금융감독원 진정서 제출에 동행한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신한은행 점포 폐쇄가 서울 강북지역을 우선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국정감사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폐쇄된 신한은행 지점은 총 67개로,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의 전체 폐쇄 수 대비 지점 폐쇄율은 10.4%이다. 반면 강북과 비강남 지역의 전체 폐쇄수 대비 지점 폐쇄율은 37.3%로 강남 3구의 3배가 넘었다. 구체적으로 인구 51만 명의 노원구는 지점이 8개, 53만 명의 강남구는 39개로 약 5배의 차이가 넘다. 

김 대표는 "부자동네는 수익성이 좋아 점포도 가장 많이 분포돼있고, 증권사와 결합된 PWM(복합점포) 형태로 운영된다"며 "강남지역과 비강남지역 주민에 대한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7조에는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경우 공정한 금융소비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책무, 제15조(차별금지)에는 '금융상품판매업자등은 금융상품 계약 체결 시 정당한 사유 없이 성별·학력·장애·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금융소비자를 부당하게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됐다. 강남구와 비강남구 주민수와 지점 수의 현황을 보면 과연 은행이 공정한 금융소비생활환경을 조성하는 책무를 지키고 금융소비자를 차별하지 않았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코로나19로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라는 흐름을 역행할 수 없고, 월계동 폐쇄는 경영진의 최종 판단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신한은행을 비롯해 모든 시중은행은 공공성, 사회적 역할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돈이란 돌고 돌아서 돈이라는 말도 있다. 김태하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노력, 땀, 눈물이 녹아있는 돈이 돌고 돌아 금융권 임직원 월급에 포함될 수도 있다. 금융소비자와 금융기관은 상생관계고, 금융기관을 국책기관처럼 신뢰해서 금융상품에 가입한 금융소비자도 많다. 따라서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디지털 라운지가 기존 은행 창구 역할을 할 수 있게 은행 직원 3명을 보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다. 김태하 할아버지가 디지털금융 학습에 좌절해 자택에서 장위동까지 왕복 1시간을 걷는 것이 은행들이 홍보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실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정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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