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집권 後] “Pray for Afghanistan”
[탈레반 집권 後] “Pray for Afghanistan”
  • 곽수연 기자
  • 승인 2021.09.11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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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 떠는 도시, 박탈당한 ‘자유’
탈레반은 어떻게 재집권에 성공했나
바이든, 미군 철수의 노림수는 ‘무엇’
아프간을 통해 본 한국 안보위 위기
탈레반,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을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곽수연 기자)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수니파 20년 만에 재집권했다. 인권탄압으로 악명 높은 탈레반 재등장에 여성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시사 오늘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수니파 20년 만에 재집권했다. 인권탄압으로 악명 높은 탈레반 재등장에 여성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시사 오늘

미국은 철수했고,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은 탈레반의 손에 넘겨졌다. 이들은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지만, 심각한 폭정 소식이 연일 들려오고 있다. 좋든 싫든 세계의 지각변동 가능성은 커졌다. 중동 글로벌 패권 경쟁 판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미국 철군의 노림수는 무엇이며 더 나아가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또한 아프간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까. 탈레반 재집권 배경에서 국제정세 변화까지에 추적해봤다. <편집자 주>

"카불거리에 웃는 사람들이 없다. 우울함이 도시 전체를 뒤덮었다.”
 -아프간 여성 아리파 아흐마디-

"거리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 사람들이 모든 감각을 잃어버렸다.”
 -카불 엔지니어 네사르 카리미-

지난달 31일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통치를 시작한 첫날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상황이다. 하루 전 30일 미국은 자국 역사상 가장 오래된 아프간 전쟁을 끝내며 미군을 완전히 철수시켰다.  

미국이 철군하자 탈레반은 카불을 바로 통제했다. 친미정권이 자리 잡아 지난 20년간 민주주의와 자유를 누렸던 카불은 순식간에 활기를 잃어버렸다. 화려한 조명, 팝송이 울려 퍼졌던 카불은 조용하고 삭막한 도시로 급변했다. 재집권한 탈레반은 TV, 팝송, 영화 같은 엔터테인먼트를 금지했다. 

카불은 지난 20년간 미국의 지원과 보호 아래 있다가 탈레반에 의해 마지막으로 함락됐다. 탈레반을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세대나 탈레반을 잘 아는 세대 모두 그들의 재집권으로 공포에 떨고 있다. 

 

공포에 떠는 도시, 박탈당한 ‘자유’ 


탈레반은 선택의 자유를 박탈했다. 때문에, 대다수 아프간 국민들은 미래에 희망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듯 절망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인터뷰에 응한 아프간 여성 아흐마디 씨는 탈레반 때문에 삶의 희망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력 끝에 세관직 취업에 성공했는데 탈레반이 사무실에서 나가라고 명령해서 한순간에 직업을 잃었다. 

전 아프간 정부는 자유로운 교육과 취업을 허용했다. 그와 달리 여성의 취업과 고등교육을 금지하는 탈레반 때문에 아흐마디 씨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며 "더 이상의 삶을 살고 싶지 않다”고 절망했다. 탈레반 집권으로 감정이 죽었다고 고백한 그는 "청바지를 태우면서 희망도 같이 태웠다”고 토로했다.

 

미국제 험비를 타고 퍼레이드 하는 탈레반 ⓒAFP=연합뉴스
미국제 험비를 타고 퍼레이드 하는 탈레반 ⓒAFP=연합뉴스

탈레반은 청바지 착용을 허용하지 않는다. 아프간 여성들은 머리부터 발목까지 덮는 전통 복장인 부르카를 입어야 한다. 부르카 착용을 거부하게 되면 탈레반 총에 맞아 죽을 수 있다. 실제로 부르카를 거부한 여성이 사살되는 동영상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남성도 예외는 없다. 탈레반은 산에서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달리기하던 남성에게 총을 겨누며 무슬림 신자답게 옷을 다시 입고 오라고 주문했다. 옷뿐만 아니라 아프간 남성들은 앞으로 의무적으로 긴 수염을 길러야 한다.

 

 탈레반은 어떻게 재집권에 성공했나


현재 아프간이 왜 이런 혼란의 지경까지 왔을까. 또한 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까.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로 1994년에 결성됐다. 그들은 1980년대 아프간에 주둔해있던 소련군에 맞서 싸운 저항군으로 이슬람 율법을 강요하고 외국 세력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후 1989년 소련군은 아프간에서 철수를 했다. 소련의 지원을 받고 있던 아프간 정부도 덩달아 붕괴했다. 

정부 공백에 따른 아프간 내전이 발생했다. 탈레반은 혼란을 수습하고 질서와 정의를 회복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지방지역에서 민심을 얻었다. 1994년 탈레반은 칸다하르 지역을 정복하면서 지방에서 세력을 확장해오다가 1996년에는 수도 카불까지 함락시켰다. 그때부터 2001년까지 탈레반의 통치가 시작됐다. 그들은 엄격한 이슬람 율법(샤리아)으로 아프간을 다스렸다. 

탈레반은 공개처형과 태형(채찍질)을 일삼았고 여성들이 고등교육을 받거나 취업하는 것을 금지했다. 예술 활동이 이슬람 교리에 어긋난다고 판단해 문화유산을 마구 훼손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1년 세계문화유산인 바미안 계곡에 있는 마애석불입상을 파괴했다. 

국제사회는 탈레반의 이러한 행동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탈레반이 국제적으로 더 큰 야유를 받은 이유는 아프간이 테러 조직에게 활동기지를 제공해서다. 특히 탈레반은 9·11테러를 일으킨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그를 보호해줬다.

오사마 빈 라덴은 9·11테러 설계자로 악명 높다. 9·11테러사건은 2001년 알카에다가 4대의 민간 항공기를 납치해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미국 국방부 건물을 폭파한 사건이다. 이로 인해 2800~3500명에 달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미국·영국 연합군은 빈라덴을 보호해주는 아프간을 침공했고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다. 이후 친미 아프간 정권이 들어섰다. 탈레반은 외세를 제거하고 재집권을 노리며 미국·영국 연합군과 아프간 정부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꾸준히 펼쳐왔다.

그렇다면 탈레반은 게릴라전만으로 이번에 정권을 탈환할 수 있었던 걸까? 탈레반이 재집권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능력한 아프간 정부군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있다. UN안보리 보고서에 따르면 30만 명으로 추정되는 아프간 정부군은 5만~10만 명으로 추산되는 탈레반 공세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탈레반에게 아프간 정부는 미군에 비교해 상대하기 쉬운 상대였다.

미국 뉴스채널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 미국 합참의장 고문이자 <미국의 아프간 전쟁: 역사> 저자인 카터 멀케시안(Carter Malkasian)은 "아프간 정부군은 화합이 부족하고 오랜 기간 동안 사기력이 낮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탈레반 대변인 샤힌(Shaheen)은 "탈레반 공세에 아프간이 쉽게 무너지는 것은 놀랍지 않다”며 "탈레반 공세는 대중 봉기”라고 말했다. 민심이 뒷받침해주니 탈레반이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탈레반이 아프간 대통령궁을 차지한 모습ⓒAP=연합뉴스
탈레반이 아프간 대통령궁을 차지한 모습ⓒAP=연합뉴스

지역 민심을 기반으로 성장한 탈레반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십분 활용했다. CNN에 따르면 탈레반은 2017년 새롭게 당선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편지내용은 미군을 아프간에서 철수시키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탈레반이 미군을 철수시키기 위해 트럼프를 끌어들인 것은 ‘신의 한 수'였다.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 유세장에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며 잘 사는 동맹국들이 공짜로 미국의 보호를 받는다며 ‘무임승차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한국을 여러 번 지목하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고 공언했다. 

트럼프는 동맹과 연합을 중시하던 미국의 전통적 외교 역사와 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이런 그를 상대로 탈레반은 여러 차례 협상을 펼쳐 미군 철군이라는 성과를 얻어낸 것이다. 2020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과 미국은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은 아프간에서 올해 5월까지 철군을 단행하고 5000명 아프간 포로도 풀어주기로 약속했다. 그 대가로 탈레반은 알카에다 같은 테러조직이 아프간을 활동기지로 삼아 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하는 것을 막는데 협조하기로 했다. 

미군 철군 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탈레반이 기세등등해졌고 파죽지세로 공세를 퍼부었다. 반면 싸울 의지가 없었던 아프간 정부군은 쉽게 탈레반에 백기를 들었다. 그 결과 지난 8월 15일 탈레반은 카불을 함락시키면서 20년 만에 정권을 재탈환했다. 

아프간 정부는 어쩌다 이렇게 속절없이 무너졌을까. 암울한 인권 전망 속 알카에다 같은 조직이 부활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다음은 관련 최근 <시사오늘>과 인터뷰한 성공회대 이슬람연구소 조정현 박사와의 일문일답.

-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쉽게 항복했다.

"아프간 정부는 국민들의 지지 기반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미국의 돈과 지원으로  군무관(군무원) 정도에 불과했다. 탈레반은 지역 주민들에게 의식주를 제공해주며 민심을 얻었다. 또한 오인사격, 폭격으로 미국이 아프간 민간인 희생자를 발생시켜서 반미 정서가 커졌다. 탈레반이 이를 잘 활용했다.”

-아프간 정부군도 탈레반에 대항해 싸울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닌가.

"아프간 군경은 특권 계층이다. 정규군은 미국으로부터 월급을 받아서 자신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 기득권으로서 군림하고 있다. 또한, 정규군은 미국에 협조한 변절자로 처단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위기 상황 시 미국으로 도망갈 수 있는 자격도 있다. 그러니 지금 같은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그래도 정부군 30만 명이라고 들었다.

"아프간 정부군 규모는 30만 명으로 탈레반 숫자를 앞선다, 하지만 임금을 받기 위한 허위 등록 등이 많아서 실제 규모는 6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탈레반에 대적할 수 없다.”

-탈레반이 과거 영국, 소련군과도 싸워 철군시키고, 미국도 군대를 철수시키는데 성공했다.

"탈레반은 소총, 기관총, 대전차포 로켓 등으로 무장하는 수준이다. 그들은 풀뿌리 민중 조직이다. 따라서 궤멸시킨다는 것은 다른 말로 아프간 국민 대다수를 없애겠다는 논리와 같다. 그것이 미국이 아프간 전쟁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었던 이유다.”

-현 아프간 상황이 1975년 사이공 함락보다 더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년 전 탈레반 공포정치 시기로 회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런 평가가 나온다. 탈레반이 재집권하게 되면 여성과 어린이 인권 시계는 20년 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1999년 탈레반 집권 당시 여성의 인권 상황은 어땠는가.

"아프간 전체에 여중생이 한 명도 없었다. 초등학교 이상의 교육은 여성에게 필요하지 않다고 탈레반은 주장한다. 최근에도 새로운 지역을 점령하면 가장 먼저 학교를 장악하고, 여학교는 문을 닫거나 아예 불태운다. 또한, 탈레반이 여성과 아이들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남성보다 못한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에 인명 피해도 심각하다. 유엔 아프간 지원단(UNAMA)에 따르면 올 1~6월 아프간 사상자 수는 5183명(사망 1659명)이었는데 사상자의 약 32%가 어린이였고, 여성은 14%였다.”

- 향후 여성 인권 개선 가능성은 없나.

"변화가 올 것이라고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다.”

-탈레반이 재집권했으니 알카에다 같은 조직이 부활할 가능성은.

"탈레반 조직 내 알카에다 잔당들이 잠복하고 있는데, 그들의 사상과 이념에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결국, 자신들의 신념을 탈레반을 통해 구현하려고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튈지 모른다.”

-재집권했으니 탈레반 자체 내부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탈레반 지도부가 전체를 위계적으로 통치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아프간이 7개 부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부족 간의 불일치, 조직 이화 문제는 오래됐다. 이제는 탈레반과 반탈레반 전선으로 내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성에게 권리를 달라고 거리에 나온 아프간 여성들ⓒAP=연합뉴스
여성에게 권리를 달라고 거리에 나온 아프간 여성들ⓒAP=연합뉴스

 

바이든, 미군 철수의 노림수는 '무엇' 


트럼프는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면서 이슬람국가(IS) 퇴치에 공을 세운 쿠드르 동맹을 헌신짝처럼 버린 바 있다. 또한 독일에서도 미군을 감축했다. 때문에 그가 아프간 철군을 추진하기 위해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은 것은 놀랍지 않다. 

하지만‘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라며 취임식에서 동맹외교의 부활을 예고했던 바이든은 왜 아프간에서 미군 철군을 감행했을까. 

지난달 31일 바이든 대통령은 거의 30분가량의 대국민연설에서 아프간에서 미군의 철수 정당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우리가 아프간에 간 목적은 9·11테러로 미국을 공격한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가 아프간에 주둔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10년 전 2011년 5월 2일,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 해군(네이비실)에 의해 사살됐고 알카에다도 대량으로 제거됐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아프간에서 미군 철수 후 대국민연설 장면ⓒEPA=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 아프간에서 미군 철수 후 대국민연설 장면ⓒEPA=연합뉴스

이미 10년 전 소기 목적을 달성했고 그때 철군을 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2011년부터 10년을 더 아프간에서 주둔했으니 이제는 돌아올 때라는 것이다. 그는 테러리스트가 미국을 침략하는 활동기지로 활용되는 것을 막는 것 외에는 아프간이 국익과 무관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대신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에서 철수한 군대를 인도 태평양 지역으로 이동시켜 21세기 미국의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는 중국, 러시아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미국은 중국과 심각한 경쟁관계에 있고, 러시아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며 "사이버공격과 핵 확산이라는 문제도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탈레반보다 미국의 새로운 적, 러시아에 집중하겠다고 예고했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또 다른 10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는 것을 중국과 러시아가 바라고 있을 것”이라며 미군 철수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바이든은 아프간에서 20년간 2조 달러 이상을 쏟아 붓고 2461명의 군인들이 목숨을 잃고 2만 명이상 부상을 당한 것도 거론했다. "이제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가야한다”며 "아프간 철군은 올바르고, 현명하고, 미국을 위한 최고의 결정”이라고 피력했다.  "아프간 사람들, 특히 여성의 인권을 위해 계속 힘쓰겠다”라면서도 "다만 군사배치가 아닌 외교, 경제적 원조, 전세계 지원을 통해서다”고 천명했다. 아프간 인권향상에 힘쓰겠지만 더 이상 어떠한 군사적 개입은 없음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미국의 아프간에 대한 관심이 멀어질 수는 없을 듯하다. 조정현 박사는 “아프간은 미국의 세계 전략상 꼭 필요한 나라”라며 손을 완전히 떼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아프간을 ‘손절'한 것에 대해 거센 비판을 국내외로 받고 있다.

"지난 20년간 미국은 아프간에 약 2억3000만 달러(한화 2500조 원)를 썼는데 남는 게 없다. 탈레반 소탕, 민주주의 정권 성립, 인권개선, 러시아나 중국에 전략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거점 확보, 그 어느 것도 이뤄내지 못했다. 결국 미국은 아프간을 탈레반에 넘길 수밖에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향후 미국의 대응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탈레반 정권이 민주주의를 이행하고, 인권상황이 개선되면 그들을 승인하고 관계 개선을 모색할 것이다."

-미국은 철군했으니 이제 아프간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인가.

"아프간은 카스피 해 원유를 연결하는 핵심 루트고, 중국과 이란, 파키스탄과 인도를 사이에 둔 전략 요충지로서 미국의 세계 전략상 꼭 필요한 나라다.”

 

아프간 통해 본 한국 안보의 위기 


국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아프간을 손절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에 한국은 새로운 충격을 받았다. 미국이 70년 한미동맹도 저버리고 미군을 철수시킬 가능성과 그에 따른 한국 안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과 유럽에 주둔한 미군을 철수시킬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과 유럽은 내전이 아닌 시기에도 외부의 적에 대항해 우리의 동맹을 보호하기 위해 오랫동안 미군의 주둔을 유지해 왔던 곳”이라며 “이들 지역은 미국이 아프간에서 주둔한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종류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군이 떠나지 않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아프간 사태가 한국 안보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VOA에 따르면 한국 내에서 미군 철수 가능성을 두고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화여자대학교 박원곤 교수는 "한국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를 4년 겪은 바 있다”라며 "미국이 트럼프식‘자국 우선주의'로 회귀하지 않을거라 100% 장담 못한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최근 미국 상하원에서 미군의 해외 주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VOA는 보도했다. 공화당은 해외에서 미군이 ‘영원한 전쟁’을 펼치는 것을 더 이상은 원치 않는다. 민주당 버니 샌더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의원도 미국 국방부 예산을 극적으로 감소하고 글로벌 의제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 연방하원 군사위원회에서도 주한미군을 감축하지 못하도록 하는 하한선 조항을 삭제한 2022년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통과된 개정안에는‘미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현재 2만8500명 미만으로 줄이는데 예산을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조항이 사라졌다.

한미동맹이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전문가들은 "미군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트럼프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 의회가 당시 이 문구를 삽입했다”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이 조항이 필요 없어서 삭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신 국방수권법 개정안에 "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이고 주한미군 주둔은 북한 공격에 대한 강력한 억지이자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관여의 중요한 지원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외교지 <포린 폴리시>는 지난달 18일 보도에서 오는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또는 트럼프 성향의 후보가 미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한국 내 미군 철수는 현실화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내 정치적 장애물(Political Obstacle)때문에 주둔해 있는 미군들이 주요 군 시설에 접근하지 못하는 실정이고, 군사훈련은 물론 무기 사용도 못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로 한미연합훈련은 미뤄지거나 축소로 진행된 경우도 수차례 있었다. 신종 코로나도 주원인이지만 북한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한미연합훈련이 축소, 취소, 연기된 게 아니냐는 의심도 존재한다. 

이 매체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미국은 군대와 무기를 인도 태평양의 다른 곳으로 재배치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미국과 한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미군 주둔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한국도 핵무기로 자기방어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지난달 18일 페이스북에서 "아프간 사태는 우리를 지키는 핵무장의 로드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라며 “NATO식 핵 공유, 전술핵 재배치 적극 추진하고 다음 정권에서 북핵 폐기를 이뤄내지 못하면 자체 핵무장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주변 강대국에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보다 핵 물질의 추가 생산과 무기의 첨단화를 방지하는 수준에서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하고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군축회담을 참모들과 논의했다는 보도도 있다”라며 "만일 미국이 북한과 핵 동결 수준에서 타협하면 우리가 첨단 재래식 군사력을 갖춘다고 해도 북한을 억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핵무기는 핵무기로만 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 국제정치학의 정설로 굳어졌다”며 "NATO식 핵 공유, 전술핵 재배치를 통해 북한 김정은이 더 이상 무모한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아프간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이 세상에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맹도 없다는 사실이다, 오직 국익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프간 사태를 통해 한국도 자주국방을 해야 한다면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미국으로부터 회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미동맹도 중요하지만 자주국방을 하는 자세도 중요하다”며 "전작권 회수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 5월에 전작권을 전환받기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3단계 과정을 통해 전작권 전환 심사를 할 것이고 조건을 충족할 경우에 전환될 것”이라며 전작권 시한을 두지 말라고 경고했다. 전임범 전 특수사령관도 "전작권 전환은 우호관계에 있는 한미 동맹을 와해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프간 사태를 통해 자주국방의 필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지만 미국과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핵무장과 전작권의 문제 해결 시기는 미지수다. 불확실성이 가득하고 장기간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아프간 사태를 지켜본 북한이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려고 한미동맹에 균열을 일으키는 활동을 늘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19일 VOA 보도에 따르면 해리 카지아니스 미(美) 국가이익센터 국장은 아프간 사태를 보면서 북한이 대담해져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려고 반미 선전을 강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북한과의 협상을 수차례 한 전 국무부 관계자인 에반스 리비어(Evans Revere)도 "북한이 그 어느 때보다 한미동맹을 와해시키려는 노력에 활동적”이라며 "북한의 목표는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고 끝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프간 탈출민 태운 카타르행 미 수송기ⓒ로이터=연합뉴스
아프간 탈출민 태운 카타르행 미 수송기ⓒ로이터=연합뉴스

 

탈레반은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을까? 


이렇듯 국제사회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탈레반은 조만간 새 정부 출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외신은 탈레반 정부는‘이란식 신정 체제'가 유력하고 최고지도자로는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BC, <스푸트니크> 등을 포함한 외신들은 탈레반이 새 정부에 대한 협의를 거의 마무리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전 세계가 탈레반의 새 정부를 합법적 정부로 인정해줄지 여부다. 1999년 국제기구 유엔(UN)이 테러리스트 그룹으로 지정한 이후 탈레반은 국제사회에서 20년간 고립된 왕따였다. 탈레반이 1996년 집권했을 때 오직 세 나라만 탈레반 정부를 인정해줬다. 그 세 나라는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다.

2001년 미군에 의해 축출됐다가 20년 만에 다시 정권을 잡은 탈레반 정권을 누가 공식적으로 인정해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VOA에 따르면 미국이 떠난 아프간에 현재 러시아와 중국이 세력 확대를 위해서 탈레반 국가를 인정해줄 공산이 크다. 러시아는 특히 아프간의 마약 거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은 전 세계 아편 공급의 84%를 담당한다. 

 

양귀비 재배하는 농부들ⓒEPA=연합뉴스
양귀비 재배하는 농부들ⓒEPA=연합뉴스

아프간은 3조 달러가치로 추정되는 광물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리튬'이 아프간에 매장돼 있다. 리튬은 전기차와 재생에너지에서 널리 쓰이는 리튬 이온의 필수 재료다. 때문에 전 세계 리튬 배터리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중국은 아프간에 관심이 많을 거로 보인다. 

파키스탄은 1996년부터 탈레반 정권을 인정한 세 나라 중 하나이고 아프간을 인도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보루라고 여겨왔다. 현재로선 러시아, 파키스탄, 중국이 탈레반 새 정부를 승인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유럽과 미국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은 탈레반이 포괄적인 정부를 구성하고 추후 어떤 행동을 할지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피터 스타노 유럽연합 대변인은 "아프간 새 정부는 탈레반 행동에 달려있다"라며 “탈레반이 국제규약, 민주주의, 법규를 이행할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눈여겨 볼 점은 여성권리를 존중하는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탈레반이 △아프간인과 합법적 서류를 구비한 외국인의 자유로운 출국 △ 여성과 소수민족의 권리존중 △아프간이 테러리스트 활동기지로 활용되는 것은 막는 것 등을 중심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탈레반이 약속을 이행하는지 주목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탈레반이 민주주의 정부를 구성하고 아프간의 인권 , 특히 여성과 아이들의 인권에 향상에 힘쓰고 아프간이 테러리스트 온상지로 발전하지 않게 막아주면 국가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리되면 아프간은 국제사회로부터 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고 원조를 받을 수 있다. 세계은행(WB)이나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차관을 받는 게 수월해진다.

현재 아프간은 국제사회로부터의 재정적 도움이 절실하다. 지금까지 경제는 외국의 원조로 유지됐다. 하지만 탈레반 장악 이후 미국, 유럽연합, 영국은 원조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중단했다. 해외에 있는 아프간 중앙은행 계좌도 거의 동결됐고 IMF는 이번달 아프간 정부에 줄 예정이었던 4억 달러도 주지 않았다. 

 

전쟁과 극심한 가뭄에 따른 아프간 이재민ⓒEPA=연합뉴스
전쟁과 극심한 가뭄에 따른 아프간 이재민ⓒEPA=연합뉴스

문제는 아프간에 이같은 재앙이 예고된 상태에서 국제적 도움이 끊겼다는 점이다.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사무총장은 아프간 인구의 절반이 1800만 명이 생존을 위해서 긴급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프간 인구 3명 중 1명은 다음 식사가 언제 일지 모른다”며 "5세 이하 아프간 어린이들의 절반 이상이 내년에는 급성 영양실조에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거기에 최근 아프간은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곧 있으면 겨울까지 다가오는 상황이라 유엔 사무총장은 "식품, 의료 구호물품, 주거공간이 신속히 마련돼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재앙이 아프간에 임박하고 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탈레반 정부는 유엔 사무총장의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탈레반은 국제사회로부터 합법적 국가로 승인받아야 한다. 탈레반은 어떤 정부를 구성하고 어떤 정책을 펼쳐야 국제사회로부터 국가 인정을 받는지 익히 알고 있다. 이미 그들은 지난달 17일 아프간을 점령한 이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이슬람 틀 안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고, 민간 언론도 존중하고, 전 정권에서 일한 사람에게 복수하지 않겠다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가로 인정받겠다는 의지가 큼을 엿볼 수 있다. 

과연 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다음은 조정현 박사와의 대화. 

-아프간의 추후 미래를 예측한다면.

"지난 40년 동안 아프간은 파괴와 살육, 그리고 절망이었다. 1980년대 10년 동안은 소련과의 전쟁, 1990년대 전반기에는 지방 군벌들끼리 내전을 벌였고, 2001년 이후 최근 20년간은 미국과의 전쟁이었다.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협상으로 실마리를 얻었지만 40년 폐허와 피폐를 메꿔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4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아프간 미래는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게 없다.”

 

부르카 입은 여성ⓒAFP=연합뉴스
부르카 입은 여성ⓒAFP=연합뉴스

-탈레반과 중국이 동맹을 맺을 가능성은.

"동맹을 맺을 가능성은 없다. 물론 중국이 전후 복구에 개입하겠지만 과거 소련이나 미국처럼 탈레반 정권을 향해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없고, 경제적 지원에 따른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탈레반이 공포정치를 할 가능성은.

"탈레반은 나라 재건을 위한 국제 사회, 서방의 지원이 절실하다. 초반에는 유화적 정책을 쓸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탈레반의 사상적 기반은 종교적 신념이 교조주의 교리로 체계화된 이들이다. 탈레반이 집권을 완료하고 권력을 공고히 하면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숙청에 나설 수 있다.”

실제 외신에 보도된 아프간은 탈레반의 참혹한 인권탄압으로 1996년 공포정치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국제사회가 원조해주면 아프간 상황은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의 목소리도 전해지고 있다. 탈레반의 변화를 바라는 서울의 한 시민(여·30대)은 “탈레반은 자살테러를 할 때마다 ‘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치고 죽는 걸로 안다”며 “탈레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들이 숭배하는 ‘알라'가 진짜로 존재한다면  그 알라는 5살도 안된 어린아이들을 급성 영양실조로 죽는 걸 분명히 원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극심한 가뭄에 이제 겨울까지 다가오고 있다”며 “탈레반이 진심으로 변해서 국제사회 일원이 되고 구호물자를 포함한 재정적 도움을 받았음 좋겠다”고 희망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발생으로 지친 전 세계가 이제는 테러와의 전쟁까지 걱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민의 바람처럼‘알라'가 존재한다면 이 번만큼은 탈레반을 선(善)한 방향으로 인도해 아프간에 천지개벽이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배고픔과 병으로 죽는 아프간인이 없도록 전 세계가 관심 갖고 도와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혹자는 “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지만 진심을 담아 아프간 미래와 테러 종식을 위해 기도한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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