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사기극 나당동맹과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의 신뢰 [역사로 보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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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사기극 나당동맹과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의 신뢰 [역사로 보는 경제]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2.04.24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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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량 폭주 이면에 터져나온 대량해고 논란과 하청노동자 사망 사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사진(좌) 태종무열왕릉 사진출처: 문화재청, (사진 우) 대우해양조선소 사진출처: 대우해양조선 홈페이지
사진(좌) 태종무열왕릉 사진출처: 문화재청, (사진 우)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 사진출처: 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썩고 부패한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거짓말이다. 부패 사범은 진실을 두려워한다.”

윤석열 당선인의 말이다. 거짓말은 선의의 피해자를 두 번 죽인다. 거짓말을 하는 부패사범을 믿어서 한 번 죽고, 그 거짓말에 속아 피해를 입어 두 번째로 죽는 것이다.

신라는 삼한통일을 위해 외세 당나라를 끌어들였다. 당은 신라의 동맹 요청을 마지못해 수용하는 척하면서 한반도 지배를 꿈꿨다. 당은 삼한통일 후 고구려의 영토를 분할 통치하기로 약속했다. 결론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당은 고구려가 망하자 곧바로 본색을 드러냈다. 고구려 지역에 안동도호부를, 백제 공주에 웅진도독부를 설치하더니 동맹국 신라 수도 경주를 계림도독부로 삼아버렸다. 문무왕은 졸지에 계림대도독으로 강등됐다. 일국의 왕이 당의 지방장관으로 봉해지는 치욕을 당한 셈이다.

당이 신라를 얕잡아 봤는지는 안동도호부 설치에서 알 수 있다. 도호부는 도독부의 상위기관이다. 당은 자국의 장군에 불과한 설인귀를 안동도호부의 수장으로 임명해 신라를 관할케 했다.

신라는 뒤늦게 후회했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 당의 배신으로 일개 지방장관이 된 문무왕은 고구려와 백제의 유민을 모아 나당전쟁을 일으켰다. 다행히 당이 토번과의 전쟁으로 주력군을 철수시키는 천운을 얻어 매소성 전투 승리를 끝으로 독립을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고구려의 광활한 영토를 거의 상실하고 대동강과 원산만에 이르는 불완전한 통일에 만족해야 했다. 

나당동맹은 실패작이다. 신라는 나라의 존립마저도 위협받는 희대의 사기극의 피해자가 됐다. 최고 통치자 태종무열왕의 무능과 무지 덕분에 만주는 한민족의 역사에서 사라졌다. 물론 발해의 건국으로 일시적 회복에 성공했지만 현재는 중국의 지배를 받는 뺴앗긴 땅이 됐다.

대우조선해양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사실상 마감세로 돌아서자 전 세계 조선업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올해 1분기 글로벌 선박 수주량의 절반 가까이 싹쓸이하는 ‘잭팟’을 터뜨렸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케이프투자증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1분기에만 41.8억불에 달하는 수주 대박을 올렸다. 올 목표액 89억불의 47%를 달성한 셈이다. 오랜 침체기를 딛고 재기에 성공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선전은 박수 받을 만한 쾌거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는 ‘신뢰’를 핵심가치로 삼았다. 박 대표는 ‘신뢰’는 인간을 존중하고 서로를 따뜻하게 배려해 동료와 조직 간의 신뢰를 높이고, 정직한 행동과 약속 실천을 통해 고객과 지속적으로 신뢰를 쌓아가며, 투명경영과 정보공유로 회사에 대한 신뢰를 다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뢰를 바탕으로 모든 분야에서 원활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노사 화합과 고객감동을 이뤄 나가고 있다며 구성원들의 자부심과 구성원들간 관계의 질을 높여 일할 맛 나는 회사를 구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충격적인 주장이 나왔다.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지난 21일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여기저기 늘어난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우조선해양에서는 하청노동자를 대량해고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가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이주노동자 고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혀 가뜩이나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량해고 논란이 터져 나온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도장업체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는 이전까지는 한두 달짜리 단기계약을 해왔다, 지난 2021년 4월 파업투쟁의 성과로 1년 계약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최근 노조가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며 임금인상투쟁을 하자 대우조선해양과 도장업체들은 1년 계약 기간이 끝나는 4월 30일 재계약을 하지 않고 하청노동자를 해고하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오해가 있다면 회사가 성의있게 풀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지난 22일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3월에 발생한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대우조선해양 본사와 하청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3월 25일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소속 50대 노동자가 타워크레인에서 떨어진 와이어와 소켓에 맞아 아까운 생명을 잃었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과 하청업체 모두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노동부는 사고 발생 이후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있는지 조사해왔다.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의 안전의식과 관리에 허점이 있었는지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신뢰는 노사화합과 고객감동의 핵심고리다. 신뢰가 무너지면 근로자와 고객은 떠나기 마련이다.

신뢰는 말이 아닌 실천에서 증명된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의 ‘신뢰’가 당나라가 신라를 농락했던 거짓말이 아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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