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박근혜·이명박, 대통령 취임사로 보는 국정 철학 [옛날신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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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박근혜·이명박, 대통령 취임사로 보는 국정 철학 [옛날신문 보기]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2.05.14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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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기반한 다른 방향성…李 기업·朴 창조 경제·尹 자유 강조
尹 특정 국가와 관계 아닌 ‘국제 사회 연대’ 강조…‘비핵화’ 바람은 공통
尹 취임사에 민주주의 위기 원인 ‘반지성주의’ 지목…민주당 반발
0.73% 득표 차·여소야대로 내각 구성 난항…국정 동력 확보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 김유종 기자
<시사오늘>은 보수진영 출신 대통령,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를 통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짚어봤다. ⓒ시사오늘(그래픽 : 김유종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식을 갖고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시대정신과 국정철학을 제시한다. 취임사에서 말한 내용이 국정 운영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여부는 임기를 마친 뒤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출범할 정부의 경제·외교·복지 정책 등 큰 줄기는 이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시사오늘>은 이른바 보수 진영이라고 일컫는 대통령,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를 통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짚어봤다. 

 

‘시장경제’ 기반한 다른 방향성…李 기업·朴 창조 경제·尹 자유 강조
尹 글로벌 외교서 ‘국제 사회와 연대’ 강조…특정 국가 거론 없어
세 정권 모두 북한에 ‘비핵화시 협력’ 의사 표해


윤석열 대통령은 보수 진영 대통령인 만큼 ’시장경제’ 기반 성장을 말했지만 가장 많이 거론한 단어는 ‘자유’다. 취임사 초반부터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했으며 ‘민주주의’와 ‘자유’각 각각 8회·35회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다.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며 “어떤 사람의 자유가 유린되거나 자유 시민이 되는데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모든 자유 시민은 연대해서 도와야 한다”고 자유를 거듭 강조했다. 

과거 정권도 ‘시장 경제’ 기반 성장을 강조했지만 방향성은 달랐다.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사에는 ‘이념의 시대를 넘은 실용의 시대’, ‘작은 정부, 큰 시장’, ‘기업은 국부의 원천, 일자리 창출의 주역’, ‘경제 살리기’ 등 문구가 포함됐다. 무엇보다 ‘실용’을 중시했으며 기업가 출신인 만큼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에 선을 긋고 기업 규제 완화, 감세 정책을 통한 기업활동 활성화 등에 초점을 맞췄다. 

이 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말은 ‘선진’으로, ‘선진화’와 ‘선진국’을 포함해 15회 언급됐다. 이어 ‘기업’ 14회, ‘경제’ 11회, ‘경쟁’ 9회 등 거론됐다. 자유는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국부를 늘려가야 한다’는 대목에 한 번 등장했을 뿐이다. ‘민주주의’도 1회 등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선진화’라는 말에는 다분히 경제적인 의미, 특히 ‘성장’의 인상이 강하게 풍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선진화’를 “산업화와 민주화의 결실을 소중하게 가꾸고, 각자가 스스로 자기의 몫을 다하며, 공공의 복리를 위해 협력하는 사회, 풍요와 배려와 품격이 넘치는 나라”라고 규정했다. ‘성장과 분배’나 ‘경쟁과 통합’이라는 대칭적인 개념을 ‘선진화’라는 한 낱말에 모두 담은 것이다. 
-2008년 2월 25일 <한겨레> “고통스러워도 더 빨리 변해야” 실용·경쟁 강조

이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1번씩밖에 말하지 않았던 '기업' '선진'을 각각 14번씩 이야기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이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경쟁'은 9번, '일자리'는 6번씩 말했다. 경제관련 용어인 기업, 경제, 경쟁, 일자리 등이 40회가 넘게 반복적으로 되풀이돼, 이 대통령이 어느 부분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드러냈다.
-2008년 2월 26일 <조선일보> 경제용어 40회 넘게 언급

박근혜 전 대통령도 ‘경제부흥’을 핵심과제로 제시했지만 이를 위해 강조한 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였다. 이 전 대통령과 달리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췄으며 창조경제의 중심에 과학기술과 IT산업을 뒀다.

과학기술과 산업의 융합, 문화와 산업의 융합, 융합 인재 등 융합을 중시하기도 했다. 전 정부와 달리 국민 개개인의 행복에 집중했다. ’국민’이 총 57번으로 가장 많이 등장했으며 ‘행복’은 20번, 창조경제(8번), 경제부흥(4번) 등을 포함해 ‘경제’는 19번 언급됐다.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부친인 故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도 언급했다. 정부 주도 압축성장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처럼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기반으로 ‘제 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겠다고 했다.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은 일자리 창출로 대변된다. 역대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높여 일자리 창출을 도모했다면, 새 정부는 일자리에서 모든 정책을 출발한다는 점이 다르다. 성장률 목표를 제시하지 않는 대신 고용률 70% 달성을 우선순위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창조경제는 성장동력의 핵심으로 작용한다. (중략) 
창조경제의 새로운 성장모델로 주목받는 분야는 중소기업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후 여러 차례 중소기업을 앞으로 국정의 중심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에서도 ‘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가 추진전략의 하나로 들어갔다.
-2013년 2월 26일 <세계일보> [박근혜 정부의 과제] ③ '근혜노믹스' 본격화

외교 측면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나라 다음으로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를 말했다. ‘국제사회와의 연대’도 중시했다.

이 전 대통령이 “미국과는 전통적 우호관계를 미래지향적 동맹관계로 발전, 강화시키겠다”며 특정 국가와의 협력관계를 거론한 것이 눈에 띈다. 박 전 대통령이 외교문제에 대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특정 국가와의 신뢰를 이야기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비핵화 시 협력하겠다는 메시지는 세 정권 모두에게 공통됐다. 
박 전 대통령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아까운 자원을 소모하면서 전 세계에 등을 돌리며 고립을 자초하지 말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함께 발전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취임사에 민주주의 위기 원인 ‘반지성주의’ 지목…민주당 반발
尹, MB·朴·조국 수사 담당 장본인…정치 입문 경로 이례적
0.73% 득표 차·여소야대로 갈등 산적…국정 동력 확보 필요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 기존 보수 진영 대통령과 달리 기업, 시장 등 경제 관련 용어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대신 ‘지성주의’, ‘합리주의’, ‘자유 시민’ 등 기존에 찾아보기 어려웠던 단어가 나왔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국내적으로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의 심화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공동체의 결속력이 흔들리고 와해되고 있습니다. (중략)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입니다.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우리가 처해있는 문제의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2022년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사 中

여기에는 그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특이한 배경이 작용한다.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은 李·朴 정권이 들어설 당시와 차이가 있다.

우선 윤 대통령은 정치 경력이 전무한 검찰 출신 대통령이다. 기존 보수 진영 출신 대통령은 한 정당에서 활동을 계속해오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일가 수사 지휘 등으로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 이후 국민의힘에 입당해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또한 윤 대통령은 0.73%라는 근소한 표 차이로 당선됐다. 이는 50% 이상 득표율로 당선된 박 전 대통령과 득표율 2위를 기록한 후보와 20% 이상 차이가 벌어졌던 MB 정권 때와도 확연히 다르다.

현재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이른바 '검수완박' 법으로 민주당과 갈등을 빚고 있으며 총리 인준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윤 대통령은 직접 수정한 취임사에 “정치는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반지성주의”라는 문장을 넣어 전임 정권을 겨냥한 듯한 추측을 불러 일으켰다. 

언론도 ‘자유’는 35번 등장했지만 ‘통합’이나 ‘협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했다. 취임사를 둘러싸고 윤석열 정부가 협치와 통합보다 야당과 각을 세워 지지세력 결집에 힘쓰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11일 용산 대통령실로 향하는 출근길에서 “어제 취임사에 통합 이야기가 빠졌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는데 (통합은) 너무 당연한 것”이라며 “정치 과정 자체가 국민 통합의 과정”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안혜진 전 대변인은 취임사 배경을 묻는 본지 질문에 “자유민주주의 안에서 살고 있다고 하지만 여러 공권력에 의해 자유가 침해되고, 국가발전이 저해되고 번영이나 국민 행복이 뒤쳐졌는데 이를 해소시키는 취임사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난 정권에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등 취임사가 희화화된 바 있다. 이번 대통령 취임사는 함축적이지만 실천으로 옮겨져 정치인이 국민을 섬기는 나라, 바로서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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