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는 원래 휘발유보다 싼 기름일까? [방글의 Why]
스크롤 이동 상태바
경유는 원래 휘발유보다 싼 기름일까? [방글의 Why]
  • 방글 기자
  • 승인 2022.07.18 15: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경유가 휘발유 가격을 넘어선 지 두 달이 넘었다.ⓒ시사오늘 김유종
경유가 휘발유 가격을 넘어선 지 두 달이 넘었다.ⓒ시사오늘 김유종

경유가 휘발유 가격을 넘어선 지 두 달이 넘었다. 두 달이 넘도록 계속되는 의문이 있다. 

“왜 휘발유가 더 싸?”, “왜 경유가 더 비싸?”

-경유는 원래 휘발유보다 저렴한 기름일까?

정답은 ‘아니오.’ 국제 석유시장에서는 경유가 휘발유 보다 비싸거나 비슷하다. 

국제 시장에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올해 초 비슷한 수준에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경유가 앞서있는 상황이다. 국내 시장에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기 한 달 전인 4월 11일 기준 국제 석유 시장에서 경유 가격은 배럴당 137.64원으로 휘발유 가격 120.72원 보다 16.92원 비쌌다. 7월 15일 기준 국제 석유가격에서 경유 가격은 배럴당 142.46 원으로 휘발유 가격(109.56)과 격차를 벌렸다. 

-국제 시장에서 경유가 더 비싸게 판매되는 이유는 뭘까? 

휘발유는 99%가 승용차용으로 쓰인다. 계절적 편차도 크다. 여름에 더 많이 쓰이고 겨울에는 수요가 줄어든다. 경유는 용도가 훨씬 다양하다. 자동차에 쓰이는 것은 물론이고 산업용 연료로도 사용된다. 예를 들면 건설현장에서 쓰이는 포크레인이나 굴착기, 비상발전기 등이 그것이다. 연근해에서 쓰이는 선박(낚시, 수송선)이나 군수물자(탱크, 장갑차)도 경유를 쓴다. 

용도는 광범위하면서 휘발유보다 효율은 좋다. 국제 시장에서 경유 가격이 휘발유 보다 높은 이유다. 

-그런데 왜 우리는 경유가 싸다고 알고 있을까?

이유는 ‘유류세’에 있다. 

1970~1980년대, 승용차는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반면 경유는 국가 경제에 부흥에 필수적인 산업용 연료로 인식됐다. 정부는 이 같은 인식을 세금에 반영했다. 휘발유에 대한 세금을 경유 보다 높게 책정한 것. 

2000년대 들어 경유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이 때 세율 역시 조정됐지만 여전히 경유에 대한 유류세(58.6%)는 휘발유(66.31%)보다 낮았다. 
 
하지만 국내에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선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8년의 일이다. 

경유값 왜 오르나 했더니…
대지진 복구·올림픽 등 중국 수요 증가가 최대 원인

중국 지진이 국제 경유(디젤유)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경유(뉴욕 하버 디젤 기준)는 갤런당 3.863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12일 이후 일주일 만에 4.8% 오른 것이다.

올 들어선 40.8%나 상승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판매되는 경유 소매가격은 지난 주말 갤런당 평균 4.331달러에 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1년 전에 비해 56%나 뛰었다. 같은 기간 휘발유 가격은 20% 상승했다.

한국에서도 전국 평균 경유값은 최근 ℓ당 1700원을 돌파, 휘발유값의 97.1% 수준까지 올랐다.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추월한 주유소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발 수요가 국제 경유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8월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예비 발전용 연료인 경유 비축량을 늘리는 데다 대지진 복구에 따른 수요도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난달 경유 수입량은 52만t으로 전년 동기보다 16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디젤 승용차 비중이 높은 유럽의 경유 재고가 지난 겨울 한파와 정유 공장 수리 등의 여파로 줄어든 것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편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지난 주말에 비해 76센트 오른 배럴당 127.05달러로 마,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어 20일 개장 전 거래에선 배럴당 129.31달러까지 치솟아 또 다시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2008년 5월 20일자 <한국경제>

이 때 경유 가격을 올린 주범은 중국이었다. 

당시 국내 정유업계에서 일했던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했어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가 유류세 인하였고, 실제로 10% 인하를 단행했죠. 하지만 기름값이 상승하면서 유류세 인하가 유명무실해졌어요. 이유는 중국에 있었죠. 같은 해 5월 중국 대지진이 있었어요. 8월 베이징 올림픽이라는 국제 행사를 앞두고였죠. 당시 중국의 발전 사정이나 전력 공급이 좋지 않았어요. 중국은 비상발전용 경유를 엄청나게 사들이기 시작했죠. 올림픽 행사 중에 정전 등의 일이 발생하면 국제적 망신이잖아요. 미리 대비를 한 거죠. 지진 복구를 위해 경유가 필요하기도 했고요. 이 때 경유가격이 배럴당 180달러까지 치솟았어요.”

실제로 2008년 7월 4일 국제 석유 시장에서 경유 가격은 배럴당 182.46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중국이 수입한 경유 또한 4월에만 52만t으로 2007년 4월 3만413t보다 17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 때는 이벤트가 끝난 후 곧바로 제자리를 찾았다. 

올해도 경유의 휘발유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2008년 이후 14년만의 일이었고, 경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선 것은 2008년 통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 5월 처음 발생한 역전 현상은 두 달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다. 7월 18일 오후 1시 기준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당 2083.59원으로, 리터당 2028.25인 휘발유 보다 55.34원 높다. 

올해 경유 가격 상승의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그리고 △유류세 인하에 따른 가격차 축소 등이다. 

러시아는 세계 3대 산유국이고, 유럽은 경유의 60%를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일으켰고,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를 수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재에 동참했다. 

유럽은 휘발유차 보다 경유차가 많다.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던 유럽이 중동으로 수입처를 돌렸고, 국제시장에서 경유 확보 경쟁이 벌어지게 된 것. 

그 결과 싱가포르 시장에서 경유 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해 두 배 가량 올랐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5일 배럴당 79.06원이던 국제 경유 가격은 올해 7월 15일 배럴당 142.46원으로 치솟았다. 지난달 20일에는 배럴당 186.08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결정했다. 유류세 인하율은 계속해서 늘어 법적 최대 수준인 37%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가격이 다른 휘발유와 경유에 똑같은 유류세 인하율이 반영되면서 휘발유에 부과된 세금이 경유보다 많이 줄었다. 가격이 비싼 휘발유에 상대적으로 큰 인하 효과가 발생하면서 가격 역전 현상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휘발유가 1000원, 경유가 800원이었다고 가정하고, 유류세를 37%로 똑같이 반영해보자. 휘발유에는 370원, 경유에는 296원의 할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 와중에 국제 시장에서 휘발유 가격과 경유 가격은 차이가 커졌다. 지난 5월 17일 기준 국제 경유 가격은 배럴당 149.73원으로 휘발유(150.40원) 가격과 엇비슷했다. 하지만 이달 15일에는 142.46원으로 휘발유 109.56원과 가격 차이를 벌렸다. 휘발유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업계는 경유 가격의 휘발유 가격 역전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다음달이면 드라이빙 시즌이 끝난다”면서 “불붙었던 휘발유 가수요 비축 움직임도 끝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8월을 넘어가면 난방유 시장에 돌입한다”면서 “휘발유 수요가 둔화되면서 가격이 급격하게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 경유 가격이 덜 빠지면서 역전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