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C&E-성신양회, 허리띠부터 확인하시죠 [시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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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C&E-성신양회, 허리띠부터 확인하시죠 [시사텔링]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6.21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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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최근 시멘트업체들이 시멘트 가격 인상을 예고하면서 우리나라 산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게 될 레미콘·건설회사들은 물론이고, 식품업체와 IT사(社), 일반 제조기업들까지 표정이 어두운 눈치인데요. 사업을 추진하고, 설비 투자를 단행하기 위해선 업종불문 반드시 구매해야 할 필수재 중 하나가 시멘트이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직접 나섰지만 시멘트 가격을 둘러싼 견해차가 워낙 극심해 중재에 성공하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현재 시멘트가격 인상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은 쌍용C&E(쌍용씨앤이, 구 쌍용양회공업)와 성신양회, 양사는 오는 7월부터 톤당 시멘트 값을 약 14% 인상한다는 공문을 레미콘업체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앞서 2022년 4월과 9월 시멘트업계에서 시멘트 값을 각각 15% 안팎 올린 바 있으니, 예정대로 다음달부터 양사가 주도하는 가격 인상이 이뤄진다면 국내 시멘트 가격이 16개월간 50% 가량 상승하는 건데요. 

지난해 이들이 내세운 명분은 원자재 가격 급등이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광해광업공단의 KOMIS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러시아 등 동북아시아 유연탄(CFR 동북아) 가격은 2022년 1월 톤당 138.12달러에서 그해 3월 343.73달러로, 같은 기간 호주산 유연탄(FOB 뉴캐슬) 가격은 139.28달러에서 288.15달러로 각각 뛰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유연탄 값은 뚝 떨어졌습니다. 지난 16일 기준 동북아시아 유연탄은 110.27달러, 호주산 유연탄은 88.87달러로 고점 대비 각각 67.92%, 69.16% 하락했습니다.

그러자 쌍용씨앤이와 성신양회는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명분을 새롭게 꺼내들었습니다. 쌍용씨앤이 측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시멘트 원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유연탄 값은 안정화됐으나 올해 초 전기료가 오르고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하면서 원가 하락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해 적자를 면치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쌍용씨앤이는 2023년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17억3128만 원, 순손실 258억5373만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영업손익)했고요. 같은 기간 성신양회도 영업손실 49억3168만 원, 순손실 49억2609만 원으로 적자의 늪에 빠졌습니다.

시멘트 값 인상을 주도하고 있는 쌍용씨앤이(위), 성신양회 CI ⓒ 각 사(社) 제공
시멘트 값 인상을 주도하고 있는 쌍용씨앤이(위), 성신양회 CI ⓒ 각 사(社) 제공

원재료 가격과 전기요금 때문에 적자를 봤다는 양사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요. 사실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올해 1분기 쌍용씨앤이의 원가율(매출원가/매출)은 88.82%, 전년 동기(88.12%)보다 0.7%p 악화됐습니다. 같은 기간 성신양회의 그것도 83.58%에서 87.47%로 3.89%p 늘었네요. 쌍용씨앤이의 분기보고서상 석회석 가격(톤당)은 2022년 말 8168원에서 2023년 3월 말 9497원, 슬래그는 2만2160원에서 2만3501원, 규석은 1만3866원에서 1만4083원으로 각각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석고 가격은 4만5001원에서 3만9846원으로 떨어지긴 했으나 2021년 말(3만7375원)과 비교했을 땐 여전히 비쌉니다. 성신양회의 분기보고서에서도 비슷한 흐름(석고, 수재슬래그 등)이 감지됩니다. 유연탄 가격 하락은 일단 별론으로 하고, 원자재 값 상승 등에 따라 적자를 봤다는 이들의 주장은 수긍할 만합니다.

또 다른 원인도 있습니다. 바로 판관비(판매비와관리비)입니다. 2023년 1분기 쌍용씨앤이의 매출총이익(매출-매출원가)은 549억3155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94%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성신양회의 매출총이익은 324억8052만 원에서 295억1727만 원으로 9.12% 감소하긴 했습니다. 동기간 쌍용씨엔이의 판관비는 442억3486만 원에서 566억6283만 원으로 28.09%, 성신양회의 그것은 297억4923만 원에서 344억4895만 원으로 15.80% 각각 늘어났고, 이를 매출총이익에서 제하면서 양사의 영업손익이 마이너스(-)가 된 거죠. 통상적으로 판관비는 매출이 증가할수록 자연스레 늘기 마련입니다. 말 그대로 판매와 관리를 위해 투입되는 비용이니까요. 쌍용씨앤이, 성신양회는 올해 1분기 비록 적자를 보긴 했지만 매출은 각각 30.61, 19.12% 성장했습니다. 

판관비 내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쌍용씨앤이의 경우 복리후생비가 22억 원에서 59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운반비가 159억 원에서 221억 원으로 38.54% 늘었습니다. 이밖에 접대비(21.63%↑), 광고선전비(30.51%), 수선비(95.69%), 임차료(16.16%) 등이 수억 원씩 확대됐습니다. 성신양회도 쌍용씨앤이와 마찬가지로 운임 비용이 153억 원에서 178억 원으로 16.84% 올랐습니다. 대손상각비(회수 불가능 채권 상각)를 6억 원에서 18억 원으로 3배 늘려 반영한 것도 눈에 띕니다. 또한 임차료(117.43%↑), 여비교통비(96.64%), 접대비(24.93%) 등이 증가했고, 잡비 계정으로 230.14% 늘어난 9억4670만 원을 잡았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참으로 의아하게도, 양사와 동일한 경영환경에서 경쟁업체들은 실적 개선을 이뤘습니다. 한일시멘트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73억2440만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을 달성했습니다. 쌍용씨앤이, 성신양회와는 달리 원가율을 87.54%에서 81.03%로 개선시켰고요. 판관비 증가율은 쌍용씨앤이보다 10%p 낮은 18.09%로 집계됩니다. 같은 기간 아세아시멘트와 삼표시멘트의 영업이익도 각각  327.46%, 185.53% 증가했는데요. 아세아시멘트는 원가율을 2022년 1분기 84.89%에서 2023년 1분기 82.97%로 낮췄고, 삼표시멘트의 그것도 89.39%에서 88.33%로 줄었습니다. 양사 모두 판관비는 확대(아세아 12.75%, 삼표 12.38%)됐는데, 쌍용씨앤이와 성신양회보다 그 증가폭이 적습니다.

이 같은 수치들만 놓고 보면, 원재료 가격과 전기요금 등으로 인해 적자를 면치 못했다는 쌍용씨앤이와 성신양회의 주장은 사실과 조금 달라보입니다. 객관적 숫자는 '양사가 다른 업체들에 비해 원가 방어와 판관비 관리를 게을리했다', '불투명한 경영환경에서 허리띠를 제대로 졸라매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물론, 고려해봄직한 양사만의 또 다른 객관적 사정이 있습니다. 쌍용씨앤이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은 친환경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수년간 강원 영월군 산업폐기물매립장 조성사업 추진, 폐기물처리업체(삼호환경기술·성광이엔텍·태봉산업·케이씨에코물류 등) 인수, 기존 설비 개선 등에 수천억 원을 투입 중입니다. 성신양회는 1500억 원을 들여 오는 2025년까지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유연탄을 폐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친환경 시설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또한 쌍용씨앤이는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 측(한앤코시멘트홀딩스, 지분율 77.68%)에 최근 5년간 매 분기 430억 원 가량의 배당금을 지급했고, 적자전환한 올해 1분기에도 약 275억 원을 대주주 측에 현금배당했습니다. 성신양회는 지난해 업계 탑 수준 연봉인 22억500만 원(급여 16억5000만 원+상여 5억5500만 원)을 오너일가인 김태현 회장에게 입금했고요. 이게 회계적으로 원가 방어 실패, 판관비 관리 실패와 직접적으로 어떤 연관이 있겠느냐마는 말이죠.

고물가로 국민 모두가 힘든 시기입니다. 시멘트는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원자재이고요. 무턱대고 가격 인상에 나서기에 앞서 자신들의 허리띠 상태부터 먼저 확인하는 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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