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빚' 권하는 사회…서민은 괴롭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정부가 '빚' 권하는 사회…서민은 괴롭다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5.04.07 0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 전문가들, ˝대출 늘리기 보다 저축률 높여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지난달 12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대 금리 시대를 열었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자연스럽게 2%대로 내려앉았다.

당시 한국은행은 생산·소비·투자할 것 없이 경제 전반에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서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금융권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서 빚을 권하기 시작한 것.

실질적인 물가가 마이너스를 보이는 디플레이션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급한 불을 먼저 끄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앞서 정부는 부동산 거래시 발생하는 거액의 자금 유통을 활성화시켜 경기를 부양해보겠다는 취지로 대표적 부동산 규제인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를 완화했다.

이에 가계부채는 2014년 말 기준 1년 새 67조 원(1021조 원→1089조 원)이나 늘었고,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42조 원(418조 원→460조 원)이 증가했다. 대출이 늘어난만큼 경기도 활발해져야 하는데 이렇다할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가계 빚만 더 늘었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안심전환대출 잔액 20조 원이 소진되자 20조 원을 추가로 공급했다. ⓒ뉴시스

정부는 반쪽짜리 정책 성공과 가계부채 부작용 우려에 한 번 더 저금리로 빚을 권했다. 안심전환대출은 상품 판매 2주 만에 34만5000명, 33조9000억 원 어치가 팔려나갔다.

2.6% 대에서 고정금리로 출시된 이 상품은 당초 LTV나 DTI를 새로 산정한다는 방침을 걸었다가 일부 지역에서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대출 거절 사유가 발생하자 기존 책정 비율을 승계한다고 규칙을 수정하기까지 했다.

금융당국과 청와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안심전환대출 혜택을 받지 못한 제2금융권 대출자들에게도 햇살론, 미소금융, 새희망홀씨대출 등과 같은 정책성 금융상품의 금리를 낮추는 식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최근 국내 상황은 빚을 내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이 돼버렸다. 심지어 빚 내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까지 나돈다.

한푼 두푼 30년은 돈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게 일상적인 일이 됐고, 정부가 직접 나서서 제2금융권까지 금리를 낮추라고 압박하는 모습에도 거부감을 느낄 수 없다.

카드사들은 금융시장 분위기를 봐 가며 상반기 중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신용대출 금리를 일제히 낮출 예정이다.

대부업체들은 전화 한통만으로 300만 원까지 이자 없이 쉽게 대출 받을 수 있다고 유혹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가계부채 문제는 총량을 갖고 평가할 것이 아니다"라며 "자산시장이 뒷받침되고 가계부채 총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관리된다면 가계부채 리스크는 사그라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빚을 권하는 대신 저축률을 점진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학계 전문가는 "가계대출이 부동산 등 자산 구매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단순한 생활자금을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면 단기적으로는 소비지출을 늘리는 데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거시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저축률은 6.1%로 10년 내 최고 수준이지만 평균 16.1%였던 90년대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9~13%에달하는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주요 국가에 비해서도 낮다.

저축 안하기로 유명한 미국도 지난 2월 5.8%를 기록해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다.

한국은행의 '개인저축률과 거시경제변수간 관계 분석'보고서는 "개인순저축이 증대될수록 장기적으로 소비도 늘어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장기적으로 소비여력 증대를 위해 가계저축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 연구원 김천구 선임연구원은 '가계저출률 급락과 파급 영향'보고서에서 "가계저축률 하락 추세가 지속되면 투자와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노후 소득보장 문제도 심각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시중은행 및 금융지주, 카드사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필요하면 바로 움직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