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청년, 해결책은?…정부 해법, '의문'
스크롤 이동 상태바
위기의 청년, 해결책은?…정부 해법, '의문'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5.26 1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시장 유연화, OECD 회원국과 비교해보니 이미 상당 부분 진행돼
의료민영화·학교 근처 숙박업소 허용·카지노 확대가 일자리 창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청년 세대가 위태롭다. 일자리는 없고, 주머니는 텅텅 비었다. 여유를 즐길 틈은 없고, 사랑(연애, 결혼, 출산)도 포기하길 강요당했다.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어야 할 청년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IMF 위기를 겪었던 지난 1998년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청년 계층의 실질 실업률은 31.8%를 기록했다. 청년 셋 중 하나가 '백수'인 셈이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카드로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법'을 내밀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우리 미래의 소중한 청년들에게 계속 이렇게 해도 되겠느냐"며 "청년고용 창출을 위한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고, 노동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 청년들의 미래는 막막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야권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카드가 청년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노동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개악'이고, '경제활성화법'은 무늬만 일자리 창출이고 사실상 이익 단체들을 위한 법안이라는 것.

<시사오늘>은 정부가 제시한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법'의 실상을 알아보고, 과연 위기에 빠진 청년 세대를 살릴 수 있는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26일 국무회의 주재하는 박근혜 대통령 ⓒ 뉴시스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다른 이름, '노동시장 유연화'
"청년실업은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 상향평준화해야"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핵심 내용은 '노동시장 유연화'에 있다. 정규직 중 저성과자의 해고 요건을 완화해 기업이 청년 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하고, 성과급 중심 임금체계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일자리의 양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노동시장 유연화'의 논리에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경직돼 있다', '우리나라는 정규직 해고 요건이 까다롭다', '정규직이 노동생산성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세 가지 전제가 깔려있다. 과연 그럴까.

<시사오늘>이 우리나라와 OECD 회원국의 노동시장 주요 지표를 분석해 본 결과, 이 같은 전제는 사실과 괴리가 있었다.

우리나라 전체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4%, 학계 일각에서는 40%에 달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반면, OECD 평균은 11.8%에 불과했다. 우리 노동시장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넘쳐날 정도로 이미 상당 부분 유연화돼 있는 상태였다.

정규직 해고 요건도 까다로운 편이 아니었다. 지난 2013년 기준 OECD 회원국들의 해고 규제지수를 살펴보니, 우리나라의 정규직 정리해고 규제 수준은 1.88로 집계돼 OECD 평균인 2.91을 크게 밑돌았다. 이 통계는 해고에 대한 법적 규제 수준을 0부터 6까지 수치로 표시한 것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정리해고에 대한 규제가 강함을 뜻한다. 즉, 우리나라는 정규직 해고가 쉬운 편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 노동자의 평균 근속년수는 5.3년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은 10년이다. 그만큼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 우리나라와 주요 선진국 노동생산성 변화 추이 ⓒ 노동생산성본부

정부와 재계는 우리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국제 비교했을 때 낮은 편임을 '노동시장 유연화'의 주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기준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은 6만5820 달러로 OECD 회원국 가운데 하위권(24위)에 속한다.

그러나 '한국생산성본부 생산성연구소'가 지난해 내놓은 <한국의 생산성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최근 12년 간 평균 2.85%를 기록해, 주요 선진국에 비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안 미국은 1.42%, 일본은 0.9%의 증가율을 보였다.

한국은행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들의 평균 실질임금상승률은 0.5%에 불과했다. 정부와 재계의 주장과 달리, 되레 우리 노동자들은 노동생산성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 20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2009년 322조 원에서 2013년 589조 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르면 결국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전제부터 잘못된 셈이다

시민사회는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강도 높은 드라이브를 걸더라도 이것이 청년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던진다. 양을 늘릴 때가 아니라 질을 높여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장그래살리기 운동본부'는 지난 18일 이슈페이퍼를 내고 "정부가 내놓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청년일자리를 위한 정책이 아니다. 청년들이 낮은 직무에서 저임금으로 일을 시작하는 구조가 고착될 것"이라며 "청년실업은 일자리 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일자리 수준이 너무 낮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들은 "정부가 일자리, 소득 양극화를 점차적으로 해소해 중간 수준 일자리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노동의 질을 상향평준화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남금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고용의 유연화는 몇 년 사이 백배, 천배 진행됐지만, 고용을 안정화해 근로자 복지와 중산층화를 구현한다는 고용 전략은 부재했다"며 "이미 비정규직 규제 완화로 20대 청년 고용자의 30% 이상이 비정규직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경제활성화법 통과되면 생기는 일자리 66만 개"
의료민영화·학교 근처 숙박업소 허용·카지노 확대로 청년일자리 창출?

▲ 학교 근처 호텔 설립 반대하는 시민들 ⓒ 뉴시스

정부는 경제활성화법에 청년일자리 66만 개가 달려있다며 이를 통과해달라고 연일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가 내세운 경제활성화법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등 이다.

시민사회와 야권은 이를 두고 사실상 이익 단체들을 위한 법안을 청년을 볼모삼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사오늘>은 위 법안들을 하나하나 짚어봤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의료, 교육, 가스, 전기, 교통 산업의 규제를 완화해 이를 미래먹거리로 키우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30여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법의 핵심은 '의료민영화'에 있다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동법이 시행되면 병원은 영리자회사를 세울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의료법'이 함께 통과된다면, 의사와 환자 간 원격 의료가 허용돼 대형 병원의 배를 불릴 가능성이 높고, 보험사와 병원이 하나의 '복합기업'으로 뭉칠 수 있게 돼 금융재벌이 득세할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형 병원이 적극적으로 영리 활동에 나선다면 영세 병원들이 타격을 받아 되레 일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진흥법'은 초중고등학교 주변 50~200m 내에 호텔과 모텔 등 숙박업소가 들어설 수 있게끔 하는 법안이다. 정부는 동법이 통과되면 숙박업, 외식업 등에 2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동법이 대한항공에 특혜를 제공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기도 한다. 동법이 시행된다면 대한항공은 경복궁 옆에 호텔을 지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와 유해성 논란에 따른 학부모들의 반발이 극심해 통과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의 핵심은 카지노 산업 확대에 있다. 동법은 최근 강원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선상 카지노'와 더불어 '내국인 출입 카지노' 허용의 전 단계에 해당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동법이 통과되면 외국인 출입 카지노의 허가가 전보다 간소화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경제활성화법은 가짜 민생법"이라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경우, '의료' 부분을 뺄 것을 정부와 여야가 합의했지만, 새누리당이 이에 다시 제동을 걸어 극심한 갈등이 예상된다.

경실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시민단체들은 '관광진흥법'과 관련,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대부분 일자리는 건설·일용직 근로자로 계약직을 포함한 정규직은 4300명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학교 앞 관광호텔 허용이 왜 경제활성화 법안인지, 일자리 창출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에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