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늦은 후회', 그리고 '이른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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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늦은 후회', 그리고 '이른 해방'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1.20 16: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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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의 고된 여정…"너무나 인간적인 회한, 너무나 인간적인 절박함"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여러분들 말대로 4·29 재보궐선거 직후에 당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을 그랬습니다. 지금의 당 사정을 생각하면 그때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이 참으로 후회됩니다."

(2015년 어느 늦은 가을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 뉴시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어느 늦은 가을날 자신의 측근들과 친노(친노무현)계로 분류되는 핵심 중앙당직자들을 국회 당대표실로 불러 모아 위와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당시 문 대표와 동석한 더민주당의 한 중앙당직자는 최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표가 뒤늦게 후회하고 있을 때는 이미 사퇴 타이밍을 놓친 시점이었다. 당을 살리면서 야권의 총선 승리까지 견인하는 큰 사퇴 명분이 필요했다"며 "조기 선대위원회 구성과 김종인 영입, 그리고 문 대표의 사퇴는 그때부터 조금씩 논의된 방침이었다"고 밝혔다.

4·29 재보선 패배 직후 당내 비주류는 문 대표가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용퇴해야 한다며 일제히 '문재인 흔들기'에 나섰다. 당은 걷잡을 수 없는 내홍에 휩싸였다.

정청래-주승용 최고위원 간 막말과 유승희 최고위원의 '봄날은 간다' 노래 소리가 울려 퍼졌던 2015년 5월 8일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회의실 풍경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같은 달 18일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일이자 문 대표 취임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문 대표는 내홍 수습 차원에서 '혁신위원회'를 구성키로 결정한 후, 성난 호남 민심을 달래기 위해 광주를 방문했다.

하지만 광주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못해 참담했다. 그들은 "여기에 올 자격이 없는 사람이 왜 왔느냐, 문제 있는 문재인이 왜 왔느냐"며 문 대표에게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같은 날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호남지역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공개했는데, 문 대표는 손학규 전 대표(22.4%), 박원순 서울시장(20.5%)에 밀려난 3위(19.4%)에 위치했다. '전국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문 대표를 추월한 것도 이때쯤이다.

이날 동교동계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호남권 국회의원들은 따로 광주에서 회동을 갖고 문재인 체제 하의 혁신위 구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그리고 이틀 뒤, 안철수 의원은 혁신위원장을 맡아달라는 문 대표의 제안을 매몰차게 거절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문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그에게 잠시 물러나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고 한다. 문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히면 비주류의 공세가 급격히 위축되고 동정 여론이 생길 것이라는 계산, 나아가 '대안이 없다'는 야권 지지층들의 판단으로 '문재인 재추대' 바람이 일 것이라는 관측이 깔린 제안이었다.

하나 문 대표는 이들의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고 '마이 웨이'를 선언했다. 그해 8월 문 대표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발표했다. 차기 대권을 겨냥한 '집권 비전'이었다. '내가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라는 존재감을 드러내 비주류의 사퇴 요구를 일축시킨 것이었다. 그리고 9월 그는 '재신임 카드'를 뽑아들어 반등을 모색했다.

문 대표가 던진 주사위는 분명 먹혀들었다.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은 중앙위원회에서 박수로 만장일치 통과됐고,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은 급상승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비주류 인사들이 '조기 전당대회', '문재인 2선 후퇴' 등을 거론했지만 여론은 문 대표의 편이었다.

하지만 10·28 재보궐선거가 다시 발목을 잡았다. 규모가 작은 선거였고 예측된 패배였지만 당원·당직자들의 실망이 무척 컸다는 후문이다. 항상 여당을 이겨왔던 사전투표에서조차 득표율이 뒤쳐졌기 때문이었다. 문 대표는 선거 완패의 후폭풍에 직면했다.

이때쯤이 바로 문 대표가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참으로 후회됩니다"라는 말을 한 시점이라고 한다.

서두에 언급한 더민주당의 한 중앙당직자는 "인간적인 회한이었다. 문 대표의 인품은 그와 반목하는 사람들마저 인정하지 않느냐. 당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뛰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당대표직에서 물러날 걸 그랬다는 말까지 한 것 같다"며 "문 대표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때였다. 그러나 '늦은 후회'였다"고 부연했다.

이후, 외곽의 신당 창당 추진세력과 당내 비주류는 책임론을 들먹이면서 본격적으로 '문재인 흔들기'에 나선다. 일부 비주류 인사들은 문 대표의 면전에서 퇴진을 요구했고, 안철수 의원은 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 연대(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거부하고 '혁신 전당대회'를 역제안했다.

문 대표가 "당내 분란의 원인은 '의원 개개인의 공천권 보장'"이라 규정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안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 인사들은 더민주당을 연쇄 탈당해 '국민의당' 창당 준비 작업에 착수하기 이른다.

국민의당 돌풍은 매서웠다. 호남 지지층을 중심으로 세력 확장을 꾀한 국민의당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전국 정당'의 야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한길 의원의 합류로 '새정치'의 빛을 다소 잃었고, 문 대표가 지난 19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김종인 선대위로의 전권 이양'과 더불어 '당대표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의당의 기세는 한풀 꺾인 눈치다.

文의 아직 끝나지 않은 노곤한 여정

문재인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표정이 밝다. 자신감 때문이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해방됐으니까요. 정치를 바꾸기 위해선 당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마음 같지 않습니다. 그래도 조금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절박함 때문입니다. 절박함, 간절함이 모이면 뭔가 잘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 문 대표와 가까운 더민주당의 한 인사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는 '해방'조차 절박하다. 인간적인 절박함이다.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던 사람이 대선 후보, 당대표를 거치면서 얼마나 노곤했겠느냐. 정치적인 수사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절박함을 느꼈을 것"이라며 "하지만 원했던, 원치 않았던 문 대표는 야권 분열의 장본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그가 이제는 통합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렇기에 아직은 '이른 해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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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만 2016-01-29 22:13:25
2012년 대선때부터 안철수 는 줄동 말동 한사람이다 잘 떠낫다고 본다
대선커니 국회의원도 않된다고,밋치강이 처럼 대통령이 다 된것갇이
날뛰는걸 보면서 안철수는 틀렸다는 말이 파다이 퍼저 나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