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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시대]'소득' 없는 취임사, '안타깝다'
<기자수첩>자신의 대표 철학 '소득주도성장론' 언급하지 않은 文
2017년 05월 10일 (수)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선서 행사에 참석해 취임사를 낭독하고, 본격적으로 대통령직 업무 수행에 나섰다.

박근혜 탄핵에 따른 보궐선거로 인수위원회를 거치지 않아 시간에 쫓긴 걸까. 이날 취임사는 진부한 단어의 나열에 불과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견해다. 이 점은 문 대통령 측 역시 일부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아쉬운 대목은 문 대통령의 정치적 소신이자, 그가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항상 강조했던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발언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출마 때 소득주도성장론을 경제성장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증세 없는 복지' 슬로건에 밀려 쓴맛을 봤다. 패배 이후 그는 소득주도성장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국민성장론을 준비했다.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끌어올려 내수 진작을 유도하고 이를 성장으로 연결시키겠다는 게 국민성장론의 골자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20대 국회의원 시절 "소득주도형 성장전략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길이라고 확신한다. 소득이 증가하면 그만큼 소비가 확대되고, 내수가 살면 일자리가 늘어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생활소득 확대·국민 기본소득 보장 △비정규직, 자영업자 등 워킹 푸어(Working poor, 근로빈곤층) 차별 해소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제도화 △부자감세 철회, 복지재원 마련 △일자리를 통한 복지 등을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5가지 우선과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화가 됐지만 돈은 기업이 벌었다. 이제는 국민이 돈을 버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날 선 표현도 아끼지 않았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선서 행사에 참석해 취임사를 낭독했다. 정치권에서는 준비 시간이 짧았던 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취임사였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러나 정작 대통령 취임사에는 "무엇보다 일자리를 챙기겠습니다. 지역과 계층과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의 길을 모색하겠습니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는 공허한 말들만 보일뿐,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문 대통령의 분명한 의지가 엿보이지 않았다.

물론 여소야대 정국이 문 대통령을 망설이게 했을 여지도 있다. 기업을 상대로 임금 인상을 압박하는 방법도, 증세를 통해 소득을 재분배하는 방법도 야권의 강력한 반발과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을 주장해 본인이 청와대에 입성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진짜 적폐는 부익부 빈익빈이다. 돈이 있어야 돈을 버는 불평등한 사회, 경제력으로 과정이 무시되는 사회, 재력이 있으면 결과를 뒤바꿀 수 있는 사회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문 대통령의 상징적인 구호와 대조를 이루는 현실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대표적인 예다.

소득주도성장론이 이 같은 현실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만능 해결책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자유주의, MB(이명박 전 대통령)와 박근혜 씨의 낙수효과가 부정부패와 실패로 막을 내린 상황인 만큼, 이제는 경제성장론의 패러다임을 선명하게 바꿔볼 필요가 있는 시기고, 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론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소득' 없는 취임사가 안타까운 이유다.

더욱이 대통령 취임사는 새로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그가 꿈꾸는 미래 청사진을 담은 산물이다. 국민들은 이를 향후 5년 간 국정운영 계획의 바로미터로 삼기 마련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소득' 없는 취임사가 더 안타깝다. 자신의 가장 대표적인 국정 철학과 비전의 언급을 피한 셈이 됐으니 말이다.

옳다고 생각한 소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견지할 수 있어야, 비록 가시밭이지만 끝내 국민들에게 외면 받지 않고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의 길을 걷을 수 있다는 사실은 문 대통령의 오랜 친구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를 통해 이미 입증됐다.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역사적인 첫걸음을 내딛는 날, 문 대통령에게 마냥 고운 응원만 할 수 없다는 게 괴롭다. 하지만 어찌하랴. 그것이 대통령의 '운명'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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