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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의 뷰파인더] 영화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추리와 판타지의 퓨전이 남긴 아쉬움
코미디와 드라마의 경계서 엇갈리는 정체성
2018년 01월 30일 06:13:18 김기범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 영화〈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포스터 ⓒ 쇼박스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없는 18~9세기, 기계와 화약이 문명의 총아로 떠오른 혼탁의 시기에 미지의 살인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 영화가 있다.

탐정인 주인공은 나라를 대신해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파트너와 의문투성이의 사건을 해결한다. 셜록 홈즈를 연상시키는 이 영화에서 미인과 반전은 필수 요소이며, 정교한 내부 세트장에서 만들어진 특유의 색감은 컴퓨터 그래픽과 아우러진다.

프랑스의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의 2001년 작 <비독>(Vidocq)의 내용이다.

<비독>은 프랑스 영화 특유의 화려한 영상과 현란한 카메라워킹을 특징으로 하는 판타지 영화다. 동시에 제작 당사자들은 부인할지 몰라도, 어느새 한국영화계에 자리 잡은 퓨전 사극의 모범적 실례가 된 작품이다.

어느 정도 역사적 사실과 인물에 바탕을 둔 채, 액션과 추리까지 가미된 한국의 퓨전 사극들은 그동안 영화뿐만 아니라 TV 드라마의 한 축을 이뤄왔다.

비록 역사물로 규정되기도 하지만, 과거의 시간을 소재로 했을 뿐 스토리는 대체로 사건 해결과 흥미 위주로 펼쳐진다. 시대와 맞지 않는 국적 불명의 의상이나 소품들도 나오지만 애당초 세세한 고증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과 화려한 CG, 배우들 간의 화려한 액션은 요즘 중국영화의 구성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 중국영화의 기저에는 자신들의 우월한(?) 중화사상을 전 세계에 피력하려는 중국공산당의 소프트 파워에 대한 의지가 있다.

거기에 비한다면 한국의 퓨전 사극은 오로지 액션과 멜로, 그리고 코미디에 영점이 잡힌다. 현재의 시대 상황에 비춰진 역사적 교훈이나 감동적 서사는 관객들에게 부가적 내용으로 기능한지 오래다.

퓨전 사극 중에서도 코미디 활극은 2011년 작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서 그 연원을 찾는 게 맞다. 이후 이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조선마술사>, <봉이 김선달>, <임금님의 사건 수첩> 등 서스펜스와 액션을 장착한 코믹 퓨전 사극의 본류가 됐다. 

대중성에 철저히 의존하는 이들 장르는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처럼 ‘공전의 히트’까진 아니어도, 대개 ‘중박’ 이상의 흥행 성적은 기록했다.

물론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세 명의 여주인공이 조선시대 협객으로 나왔던 어느 코미디 영화는 제작 관계자들이 실패를 예견하고도 애써 개봉시켜야만 했다.

요사이 범람하는 한국형 퓨전 사극의 명과 암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한 가운데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업계의 맏형’답게 동일한 제작사와 감독에 의해 8년 동안 3편까지 제작된 이력을 보유하게 됐다. 한국영화로선 흔치 않은 프랜차이즈다.

물론, <투캅스>나 <가문의 영광>같은 영화들도 있었지만, 속편으로 갈수록 출연진은 교체되고 영화명에만 기댄 실패 사례들이 대부분이다. <조선명탐정>이 약간은 다르게 조명 받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리즈의 1편부터 오롯이 연출을 맡아온 김석윤 감독은 그러한 위치를 감안한 듯, 3편에선 전작과 차별화된 기획을 시도한다. <흡혈괴마의 비밀>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단순한 추리와 액션을 넘어 판타지 요소까지 착안했다.

괴상한 마귀라는 뜻을 가진 ‘괴마(怪魔)’는 현재의 우리에겐 낯설지만, 분명 한 시대를 관통하는 용어다. 그만큼 이번 3편은 조선시대의 정서와는 유리된 서양식 흡혈귀의 개념을 차용했지만, 그 가운데엔 시간을 초월하는 한국식 한(恨)의 애환도 서려 있다.

이번에도 영화의 코미디를 추동하는 것은 김명민·오달수 콤비의 케미스트리다. 명석한 두뇌와 함께 ‘허당끼’를 발산하는 김명민의 매력은 여전하고, 그의 짝패인 오달수는 코믹 캐릭터의 정점을 향해 치닫는다. 시리즈가 거듭되면서도 유지되는 이 영화의 정체성이다.

그러나 그 정체성은 이 영화에겐 양날의 검이 될 전망이다.

과도한 소도구나 미장센처럼, 한국영화의 한 장르로 자리 잡은 퓨전 사극 특유의 지나친 설정은 개그 코드의 남발과 함께 다소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 고전와 현대를 넘나드는 대화체도 영화의 무기가 그만큼 빈약함을 방증하는 것 같다.

여기에 패러디를 통한 코미디 요소의 지나친 의존은 오락영화 시리즈의 정체성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며 그만큼의 과제를 남긴다.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플롯 대신, 전반부에 치중한 코미디가 후반부로 갈수록 드라마로 변질되는 듯한 엇갈림은 관객들의 몫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시리즈를 이끌어 온 두 남자 배우의 조합에 힘을 부여하는 것은 히로인인 김지원의 미모와 최루성 멜로다. 이 영화는 '김지원의 재발견'이라는 유일한 성과를 남길 것이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기대하기 힘든 것이 영화계의 속성이다. 그러나 이번 <조선명탐정 : 흡혈괴마의 비밀>은 전작이 평범했기에 상대적으로 빛을 발하는 경우일 뿐, 시리즈가 진화해야 할 책무로부터 자유롭진 않다.

한국영화의 특성상 프랜차이즈가 3편이나 지속되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만큼 정체(停滯)되지 않는 정체성(正體性)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조선명탐정>이 오는 명절 연휴에 경쟁작들과의 흥행 쟁탈전에서 승리한다면, 그것은 코미디와 고전이라는 전형적 설날 흥행 코드에서 기인할 것이다.

내달 8일 개봉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뱀의 발 : 여전히 후속작을 예고한다.

 

★★☆

담당업무 : 에너지,물류,공기업,문화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파천황 (破天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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