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4세, 주총서 '체제 굳히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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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4세, 주총서 '체제 굳히기' 성공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3.25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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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 구본준 물러난 자리에 권영수 앉히며 체제 안정 도모
정의선 - 현대차·모비스 대표이사 취임...'ES시대' 개막 과시
최태원 - 이사회 의장직 사임...재벌에 대한 부정적 인식 완화
이재용 - 자사주 소각·배당 확대...'주주가치 제고' 행보 가속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경영권을 승계 받았겄나, 승계 작업에 들어간 재벌 3·4세들이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서 방긋 웃었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등 여러 변수에도 자신만의 체제를 구축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지난 14~15일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상사, LG하우시스 등 주요 계열사들의 주총을 진행하고, 오너가 4세 구광모 회장 체제 안정화를 위한 안건을 대거 처리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구본준 부회장의 퇴장과 동시에 권영수 부회장의 약진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번 주총에서 구 부회장은 LG전자, LG화학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반면, 권 부회장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을 두루 거친 권 부회장을 곁에 두고, 그의 권한을 확대시킴으로써 그룹과 계열사, 그리고 각 계열사 간 폭넓은 소통을 모색하겠다는 구 회장의 의중이 엿보인다.

오너가 3세 경영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도 이번 주총을 통해 영향력을 대폭 강화했다.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 현대모비스는 지난 22일 주총에서 정 수석부회장에 대한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했다.

이로써 정 수석부회장은 그간 실질적으로 그룹 총괄을 맡은 데 이어, 표면적으로도 부친인 정몽구 회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내외에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 '정의선 시대'가 공식 개막했음을 알리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0 대 1 액면분할 뒤 처음으로 열린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보수 한도 승인 등 안건을 통과시키며 '국민주' 등극을 자축했다. 이 과정에서 '박수 가결' 논란과 같은 잡음이 일긴 했지만, 대세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재용 부회장의 주주가치 제고 행보가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기남 부회장은 지난 20일 열린 주총에서 "지난해 12월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을 모두 소각했으며, 분기 배당을 포함해 연간 9조6000억 원을 배당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공언했다.

재벌 2세로 분류되지만 젊은 나이로 3·4세들과 어울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주총 시즌을 맞아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할 전망이다.

최 회장은 오는 27일 열리는 SK㈜ 주총을 통해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눈치 보기라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하나, 이사회 독립성 보장으로 자신이 내세우는 사회적 가치를 스스로 실천함으로써 재벌에 대한 이미지 쇄신을 선도한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총에서 체제 강화 외에 재벌 3·4세들이 거둔 또 하나의 수확은 국민연금의 지원이다. 

국민연금은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LG그룹 핵심 계열사의 주총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는 엘리엇에 맞서는 백기사 역할을 자임하며 표 대결 압승을 이끌었다.

또한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국내 주요 의결권 자문사 3곳과 해외연기금 4곳이 일부 사외이사 후보에 반대 입장을 보였으나, 국민연금은 모든 안건에 나홀로 찬성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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