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보다 어려운 개혁’…尹, 저항 뚫고 성공할까? [김자영의 정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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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보다 어려운 개혁’…尹, 저항 뚫고 성공할까? [김자영의 정치여행]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6.30 19: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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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으로 하는 혁명보다 ‘살아있는 여론’ 가운데 추진하는 개혁이 더 어렵다
YS “개혁에 따른 기득권 불이익 직접적…장기간 걸쳐 국민에 이익 돌아가”
“이해당사자간 사회적 타협 너무 어려워…대한민국 미래 멀리 내다봐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윤석열 정부는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 시사오늘 (그래픽 = 김유종 기자)
윤석열 정부는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 시사오늘 (그래픽 = 김유종 기자)

 

“정말 개혁이라는 것은 혁명보다도 어렵다고 말을 했습니다. 개혁이라는 것은 모든 국민이 동의해야 성공하는데, 자기가 피해 보는 개혁은 싫어하는 거예요. 혁명은 총칼에 눌리니까 꼼짝을 못 하지만, 개혁은 살아 있는 여론 가운데 추진을 해야 하니까 얼마나 어렵습니까?”

문민정부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증언입니다. 혁명은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 국가 기초, 사회·경제 제도, 조직을 근본적으로 뒤엎는 급진적 행위지만, 개혁은 기존 체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야만 이뤄집니다.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기득권의 반대, 기존 관행을 익숙하게 느끼는 이들의 저항을 무릅쓴 개혁은 한 사람의 이상, 능력만으로 이루기 어렵습니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을 처음 언급했습니다. 이후 3대 개혁에 대해 “인기가 없더라도 국가 미래, 미래세대를 위해서 반드시 해내야 한다”며 올해를 개혁 추진의 원년으로 삼았죠. 

우리나라는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정부 1~2년 차가 개혁 적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임기 말인 4, 5년 차엔 사람들의 관심이 점차 다음 대선으로 쏠리고, 레임덕에 빠져 개혁다운 개혁을 추진하기 어렵습니다.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지금 ‘노동개혁’은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점검, 시민단체 보조금 관리 등을 통해 일부 진전을 이뤘다고 하지만, 교육개혁 관련해선 ‘킬러 문항’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고 연금개혁은 본격적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남은 4년 안에 개혁을 온전히 시행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임기 초 3대 개혁 목표를 설정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말만 무성할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하겠다는 건지 그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교육개혁만 보더라도 공교육, 수능, 교사, 공무원, 학제 등 여러 측면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교육의 어떤 부분을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킬러문항 지적은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가야 하는 어부가 강가에서 조개 하나 주워 오는 것과 같다. 극히 일부 문제에 불과한 것이다. 연금개혁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3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우리나라의 문제는 개혁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이해당사자 간 사회적 타협이 너무 어려워서 진척이 안 된다는 점’이라고 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 구호로 그칠 가능성이 있지 않나 염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말처럼 개혁은 혜택을 볼 수요자가 아니라 공급자 중심으로 논의돼 진전 속도가 더뎌지기 쉽습니다. 진영 대립, 여론 양극화가 극심해진 요즘, 임기 초 진영에 얽매이지 않고 괄목할 만한 개혁을 추진했던 문민정부 사례를 다시 되짚어 볼 수 있겠습니다.  

 

‘쓰레기 종량제’ 초기 혼선…쓰레기 절감·환경인식 강화돼
공직자 재산공개·금융실명제 등 사회 근본적 변화 일으켜 


우리나라는 1960~1980년대 산업화·도시화를 거치며 대량생산이 이뤄졌고, 늘어난 생산만큼 물건의 소비·폐기 사이클이 빨라졌습니다. 1980년대부터 ‘쓰레기 처리’ 문제가 크게 대두됐습니다. ‘우리 동네에 쓰레기장은 못 들어온다’는 이른바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 현상과 토지 가격 상승으로 쓰레기 매립장, 소각시설 건설에도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환경오염 문제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정부는 대책 방안 마련에 나섭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쓰레기 종량제’는 문민정부 3년 차인 1995년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제도입니다. 

(사진 왼쪽부터) 1994년 4월 11일 자 <한겨레>, 1995년 1월 4일 자 <조선일보> 기사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본

초기엔 주민들의 반발이 일었습니다. ‘내가 버린 쓰레기양만큼 돈이 든다’는 인식이 전에 없었기 때문이죠. 당시 신문을 보면 ‘양심도 없고 준비도 없고, 종량제 첫날 쓰레기 범벅’(1995년 1월 4일 자 <조선일보>), ‘취지엔 공감…실천은 난감’(같은 날 <매일경제>), ‘쓰레기 종량제 열흘 부작용 돈 내고 사는 규격봉투 주민들 외면’(1994년 4월 11일 자 <한겨레>)등 제목의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저소득층에게 수거료 부담만 늘린다’ ‘무단 투기 문제 등에 대책이 없다’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시행했다’ 등 비판도 나왔습니다. 

- 1995년 1월 4일 자 매일경제 ‘취지엔 공감…실천은 난감’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본
- 1995년 1월 4일 자 매일경제 ‘취지엔 공감…실천은 난감’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본

신정 연휴에 전국적으로 실시된 쓰레기 종량제는 여기저기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제도의 취지에 동감하면서도 지금까지 행해져 오던 관습에 젖어 예전대로 행동하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연말에 미리 버려진 쓰레기가 미처 다 수거되지 못하면서 연초 연휴 기간동안 버려진 쓰레기와 합쳐져 전국 곳곳은 규격봉투에 담긴 쓰레기보다 그렇지 못한 쓰레기가 더 많은 실정이다. 규격봉투 파는 곳을 몰라 허둥대는 주민들도 꽤 많았다. (중략)

백화점·편의점·재래시장 등 유통업계도 쓰레기 종량제 실시로 점포당 평균 월 30만~50만 원의 추가부담이 예상되는 데다 아직 일선 점포에서는 이 제도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파악하지 못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우선적으로 점포 종업원에 대해 쓰레기 종량제에 대한 교육에 들어가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고, 일부 유통업체에서는 제조업체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 1995년 1월 4일 자 <매일경제> ‘취지엔 공감…실천은 난감’ 

‘쓰레기 종량제’를 낯설고 불편해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 제도를 통해 장기적으로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이 늘었고 기업도 환경친화적 움직임을 보이며 국민적으로 ‘환경 의식’이 확대됐습니다. 

지표누리에 공개된 통계에 따르면 ‘1인당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1985년 514kg에서 1990년 778kg으로 늘었다가, 1993년 520kg, 1995년 387kg, 1998년 352kg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가 주도로 쓰레기 종량제를 전국에 실시하고,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무척 드문 경우라고 합니다. 

‘쓰레기 종량제’ 외에도 하나회 척결, 공직자 재산공개, 금융실명제 등 문민정부에서 실시한 개혁은 기존 기득권은 물론 보수 정부의 지지층까지 불편하게 하는 정책이었습니다. 공직자 재산공개 여파로 국회의장이었던 박준규를 비롯해 몇몇 여당 의원까지 직을 내려놓거나 징계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금융실명제 실시로 음성적 정치자금, 비자금 조성, 범죄수익 은닉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불거졌습니다. 

“모든 종류의 개혁에는 반드시 저항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특히, 금융실명제와 같은 개혁은 성격상 그 성과가 점진적으로, 그리고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반면, 개혁에 따른 불이익은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즉, 기득권 세력에게 주는 피해는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나타나지만, 국민 대다수에게는 장기간에 걸쳐 간접적으로 잠재적인 이익을 가져오는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회고록 <민주주의를 위한 나의 투쟁>에서 남긴 말인데요.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30일 통화에서 “혁명은 한 순간 이뤄지지만, 개혁은 기득권, 이미 어딘가에 소속된 이들의 저항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3대 개혁을 말했는데, 저항이 많고 개혁 속도도 더딜 수밖에 없다. 현 정부는 전광석화처럼 개혁을 추진했던 YS에게 의지를 배워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동수 대표도 개혁과 관련해 “결국은 대통령 의지가 중요할 것”이라며 “연금개혁의 경우 저항에 부딪힐 확률이 높은 사안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평가받을 거다.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 연금개혁도 후엔 평가가 이뤄졌다. 작년 7월 언론 보도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 0%, 1%가 나와도 바로잡을 것을 바로잡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지지율 걱정보다 한국의 미래를 멀리 내다보고 하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정치여행’은 현 정치 상황을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 봤습니다. 다음주 금요일에 찾아 뵙겠습니다. <편집자주>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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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야 2023-06-30 21:33:39
대가리 크기는 네가 단언컨데 윤가 네넘이 갑이다.
부럽고 재수없다. 대가리 반으로 줄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