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잘 팔리니, 상반기 재고자산 6조 늘었다…“하반기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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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잘 팔리니, 상반기 재고자산 6조 늘었다…“하반기 불안하다”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3.08.23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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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3사 반기보고서 살펴보니…상반기 재고자산 합산액만 28조 원 넘어
판매 확대세 맞춰 생산 및 재고 확보 노력 이어져…회전율·회수기간 증가도
문제는 하반기…경기 침체에 차값 상승, 개소세 종료 등 비우호적 환경 조성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올 상반기 판매 확대 호재에도 안심하긴 이르단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 침체 속 재고 자산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서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급증한 대기 수요에 맞춰 적정 재고 수준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불황 우려가 워낙 큰 탓에 불안감이 엄습한다. 기민한 재고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23일 국내 완성차 3사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올 상반기 재고자산 합산액은 전년 동기 대비 28.3% 늘어난 28조3524억 원을 기록했다. 해당 3사는 금융감독원 반기보고서 제출 기준으로 △현대차 △기아 △KG모빌리티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22조 원을 넘겼던 재고자산 규모는 같은 해 말 23조6483억 원으로 늘더니, 올 상반기엔 28조 원을 넘어섰다. 재고자산 증가폭이 올 들어 유독 커졌다.

일반적으로 재고자산 증가는 제품 판매 확대를 위해 원재료 매입과 생산량을 늘렸을 때 발생한다. 이 같은 경우라면 고객 수요 증가에 대비한 경영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제품을 만들어놨는데 인기가 없어 재고가 쌓이는 경우라면, 생산 및 재고 관리에 실패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완성차 업체들의 재고 증가는 전자의 경우에 가깝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는 판매량으로 입증된다. 완성차 3사 모두 두자릿 수 판매 증가율을 보인 것. 당장 현대차는 올 상반기 국내외 시장에서 208만1462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기아는 11.0% 오른 157만5920대를 판매했다. 판매 증가폭은 KG모빌리티가 가장 컸다. 올 상반기 동안 36.5% 뛴 6만5145대를 팔았다. 판매 확대세에 발맞춘 재고 확보 노력이 수반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재고자산액 증가와 함께 재고자산 회전율 및 회수기간 등 관련 지표도 뒷걸음치는 상황이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다만 시장 우려는 여전하다. 재고자산 회전율과 회수기간 등 관련 지표가 뒷걸음치는 상황이 업체들에게 부담을 안긴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높을수록, 회수기간은 짧을수록 재고관리 효율성 및 건전성이 확보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모두 회전율이 낮아지고, 재고자산 회수기간이 증가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단적으로 현대차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지난해 상반기 4.2회에서 올해 상반기 4.0회로 낮아졌고, 재고자산 회수기간은 43.5일에서 45.6일로 소폭 느는 데 그쳤다. 이 기간 기아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4.2회에서 3.9회로 떨어졌고, 회수기간은 43.7일에서 46.5일로 길어졌다. 차량이 판매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2~3일 정도 더 소요됐다는 의미다.

KG모빌리티의 경우엔 회전율과 회수기간 지표가 가장 많이 악화됐다. 회전율은 지난해 상반기 8.1회에서 올해 상반기 5.5회로 줄었고, 회수기간은 22.5일에서 33.2일을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크게 늘었다. 차량 생산 후 3주면 판매가 완료됐던 것이 이젠 한 달 넘게 걸리게 된 셈이다.

이들 업체들은 현 상황에 대해 생산 정상화 수순 및 재고 비축 차원이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대차 측은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생산을 늘리고 있다. 견조한 대기 수요를 바탕으로 판매 확대세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연말 전기차 생산 설비 도입을 위한 평택공장 라인 개보수를 앞두고 있다. 2개월 가량 생산이 원활치 못 할 수 있어, 미리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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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산공장 내부 전경. 사진은 본문과 무관. ⓒ 현대자동차

업계는 올해 자동차 시장 전망이 상고하저(상반기 높은 성장율, 하반기 낮은 성장율)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 침체와 더불어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 종료, 차값 상승 등의 비우호적 요인들이 소비심리 둔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상반기엔 반도체 수급 및 원자재 가격 안정화 등 우호적 요인이 존재했지만, 하반기 들어선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고 구매 부담 증가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부담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과 지난해까지는 인기 차종에 수요가 크게 몰리면서 출고 대기기간만 수개월에서 1년을 넘기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반도체 수급 회복과 함께 생산량이 늘면서 출고 기간이 빠르게 줄고 있다. 하반기엔 점차 어려워질 거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경기 침체 가능성에 따른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 반응도 비슷하다. 하반기 보수적인 전망에 따라 생산 및 재고 조절 등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재고가 늘었다고 해서 당장 위기로 볼 수 없다. 다만 자동차 시장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고, 하반기 전망마저 녹록지 않다"며 "한국 자동차시장 생산 규모가 상반기 200만 대를 넘었다고 해서 코로나 이전처럼 연간 400만 대를 돌파할 거라 막연하게 보면 안 된다. 완성차업체들이 경영 불확실성을 고려해 기민한 경영 전략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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