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 갔다고? 이젠 우습게 못 봐’…화끈한 변신, 혼다 ‘파일럿’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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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 갔다고? 이젠 우습게 못 봐’…화끈한 변신, 혼다 ‘파일럿’ [시승기]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3.09.2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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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풀체인지 새 옷 입은 파일럿…패밀리카 시장 존재감 본격화
세련되고 똑똑해졌다…입 떡 벌어지는 실내 공간, 풀폴딩 시엔 2464L
살짝 굼뜨지만, 우수한 실연비 9.8km/L…7000만 원 가격은 옥에 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지난 15일 시승한 혼다 올 뉴 파일럿의 모습.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혼다코리아가 대형 SUV ‘파일럿’의 풀체인지 모델을 내놨다. 그간 모델 노후화를 겪으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었던 게 사실이지만, 4세대 신차 출시를 기점으로 패밀리카 시장에 최적화된 모델임을 한껏 드러낼 수 있게 됐다. 

기자는 지난 15일 새롭게 거듭난 올 뉴 파일럿을 만나봤다. 8년 만의 풀체인지를 이루면서 더욱 쾌적해진 실내 공간과 편의 장치들은 아이 둘을 둔 아빠의 눈으로 봐도 흡족했다. 이날 시승은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해 김포 월곶 일대를 도는 코스에서 이뤄졌음을 밝힌다.

우선 외관은 이전 세대 대비 세련되고 깔끔해졌다. 전면을 가득 채우는 그릴과 그 가운데 자리한 혼다 엠블럼은 한층 또렷한 인상을 전달한다. 뭉툭했던 범퍼부가 크게 달라진 점도 한 몫한다. 예전의 경우 시선이 아래로 쏠렸다면, 이젠 그릴과 헤드램프가 나있는 전면 상단부로 절로 눈길이 간다. 후면은 테일램프 모양이 ㄱ자형에서 C자형에 가까워졌다. 눈매 하나 바꿨을 뿐인데 새롭게 느껴진다. 여기에 크롬 장식의 스퀘어형 배기구와 무광 'PILOT' 뱃지 등이 더해져 SUV의 강인한 특성까지 강조했다.

파일럿의 가장 큰 무기는 넉넉한 실내공간이다. 3열조차 성인남성이 앉기에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물론 파일럿은 진가는 실내공간에서 펼쳐진다. 5m가 넘는 전장과 1.8m의 높은 전고를 확보함에 따라 1열부터 3열에 이르기까지 탑승객 모두가 쾌적한 승차감을 누릴 수 있다. 최대 승차 정원은 8명이다. 시트 배열은 2-3-3으로 구성됐다.

직접 타보면 2-2-2 순으로 앉기에 가장 적합한 구조임을 알 수 있다. 2열 가운데 시트는 탈거가 가능하다. 트렁크 하부 공간에 따로 집어넣으면 된다. 가운데 통로가 확보되면, 3열 탑승은 한결 수월해진다. 3열엔 양 끝쪽으로 컵홀더가 각 2개씩 나있다. 무릎 공간도 성인 남성이 앉기에 무리가 없다. 180cm 신장의 기자가 앉았을 때도 무릎이 2열 시트 뒷면에 닿지 않았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이전 세대보다 더 커졌다는 게 혼다 측 설명이다. 527L로 동급 최대 사이즈를 확보했으며, 3열 시트 폴딩 시엔 1373L의 공간을 누릴 수 있다. 2열 시트까지 접으면 2464L에 달하는 공간은 말 그대로 '침대'가 된다. 이쯤되면 아빠들의 눈이 돌아갈 수 밖에 없다.

3열 폴딩 및 2열 센터 시트를 탈거해 트렁크 하부 공간에 실어 놓은 후의 모습.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물론 1열도 쾌적한 거주성에 달리는 즐거움을 느끼기에 충분한 공간으로 꾸며져 만족스럽다. 운전석에는 10.2인치 디지털 계기반과 풀 컬러 헤드 업 디스플레이가 새롭게 적용된 점이 눈에 띈다. 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경쟁차 대비 여전히 작은 화면을 탑재해 약점으로 지목된다. 전체 구성은 직관적으로 다룰 수 있는 물리 버튼 등을 적시적소에 배치해 우수한 사용성을 내비친다. 

달리기 성능은 큰 덩치에도 뛰어난 편이다. 최신 4세대 V6 3.5 가솔린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가 짝을 이루는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289마력, 최대토크 36.2kg.m의 나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다만 고RPM 영역까지 올라서야만 빠릿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그전까지는 묵직한 거동을 이어간다. 안정감은 장점이지만, 보다 기민한 반응을 바랐다며 아쉬울 수 있겠다. 4륜구동 시스템이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륜에만 동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듯 보인다. 7가지 드라이브 모드 중 스포츠를 선택하면 한결 나은 반응을 보인다.

운전 중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활성화한 모습. 정확한 움직임과 반응으로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패밀리카 대표 모델답게 편안한 승차감은 매력적이다. 제법 단단한 느낌의 SUV 같지만, 둔턱을 지날 때 만큼은 하부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제법 요령있게 받아낸다. 정숙성도 우수한 편이다.

주행 중엔 혼다 센싱 기술을 통해 구현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정확한 반응도 인상적이다. 차선을 벗어나는 법이 없다. 퇴근 시간대에 김포에서 서울로 들어가는 길에는 가다 서다를 반복해도 차간 간격까지 잘 유지해 낸다. 그 어느 브랜드의 안전사양과 견줘도 부족함이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김포까지의 편도 기준 실 연비는 9.8km/L가 클러스터 상에 표출됐다. 2.1톤의 큰 덩치를 감안하면 분명 준수한 편이다. 공인 연비 8.4km/L마저 상회했다. 가변 실린더 제어 시스템과 아이들 스톱 적용이 빛을 발한 결과로 보인다. 다방면으로 높은 기준을 요하는 패밀리 SUV 시장에서 파일럿의 다재다능함은 충분히 확인됐다. 7000만 원에 가까운 가격 부담을 어떻게 해소할지만이 관건이 될 듯 싶다.

혼다 파일럿의 후면부 모습. 테일램프 형상이 크게 바뀌어 새로움을 안겨준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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