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대출 목표치 달성율 뒷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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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대출 목표치 달성율 뒷걸음?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3.11.09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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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토스뱅크, 8월말 기준 목표치 6~8%p 미달
고금리 기조 ‘연체율 상승’ 여파…달성실패 가능성↑
일각선 ‘탄력적 중저신용대출비율 관리’ 필요성 제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 CI. ⓒ각사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올해 저신용자대출비중 목표치 달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해 말 기준 토스뱅크를 제외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목표치를 달성한 바 있지만, 올해는 녹록지않은 영업환경 등을 이유로 중저신용자대출비중 확대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중 가장 목표치에 근접한 카카오뱅크는 올 9월 말 기준 중저신용자대출비중이 28.7%로, 올해 말 목표(30.0%)까지 1.3%포인트만 남겨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인뱅3사중 유일하게 지난해 3분기부터 중저신용자대출 비중이 매분기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이는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와 금리인하를 통한 취약차주 고통분담 등 확장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기준 카카오뱅크 중신용대출 최저 금리는 연 4.07%(2023년 11월9일 기준)다.

반면, 아직 3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케이뱅크와 토스뱅크의 경우 8월 말 기준 중저신용대출비중 현황을 고려했을 때 목표달성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안데이터 활용 등 CSS 고도화가 수반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환경 변동성 확대와 한국은행 고금리 기조 장기화 등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윤창현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비중은 △케이뱅크 25.4% △토스뱅크 35.6%로 나타났다. 연말 목표치와 비교했을 때 케이뱅크(32.0%)는 6.6%포인트, 토스뱅크는 8.4%포인트 각각 미달한 상황이다.

이는 비단 올해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성과는 늘 금융당국이 기대했던 성과보다 저조했다.

2020년 말 기준 인터넷은행 신용공급성과를 보면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고작 10.2%에 불과했다. 케이뱅크는 21.4%였지만 역시 기대치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했다.

당시 취약계층에 대한 신용대출이 미흡했던 건 고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만으로도 충분한 성장이 가능했고, 중금리 대출 확대를 해야할 요인이 부족했던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금융위원회가 2021년 5월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실상 인터넷전문은행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를 압박한 것이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당국의 기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글로벌 금융환경 변동성 확대, 그리고 시중은행 독과점 해소를 위해 인터넷은행 성장이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인터넷은행 전문팀을 신설했다. 기존에는 시중은행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인터넷은행 감독관리를 같이 진행했지만, 별도팀 신설과 인력 배치를 통해 보다 전문성을 확보한 것이다.

올해 3월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인터넷뱅크 5주년: 뉴 뱅킹, 메이크 머니(New Banking, Make Money)’ 토론회에 참석한 금감원 김영주 부원장보도 “인터넷은행팀을 통해 전문적으로 그동안의 사업경험이나 노하우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자본관리 방법, 그 다음에 수신구조 안정성 문제, IT 보안 문제 등 이런 것들에 대해 같이 공유하고 애로사항을 충분히 수렴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리·감독보다는 지원·육성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도 “금융산업 혁신 촉진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금융분야의 비금융으로의 진출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인터넷은행이 비금융데이터를 보다 더 편하게 확보해서 본업인 금융업을 잘 할 수 있는 방법, 해외진출 규제 점검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 제동의 직접적인 배경은 고금리에 따른 건전성 리스크지만, 금융당국 기조 변화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셈이다.

실제로 학계와 인터넷은행 일각에서는 중저신용대출비중에 대한 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중앙대 여은정 경영학부 교수는 중저신용대출 비율과 관련해 탄력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올해 안에 새로운 중저신용대출비중 목표를 수립해야하는 인터넷은행업계 역시 금융당국이 목표치를 낮추기를 내심 기대하는 모양새다.

다만, ‘중저신용자대출 비중 확대’라는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를 고려했을 때 올해 말보다 목표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중저신용자신용대출 비중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출자산 부실화 리스크는 인터넷은행업에 진출한 금융사가 공통적으로 부담해야할 몫인 셈이다.

연내 목표치 달성이 어려운 케이뱅크와 토스뱅크가 대내외적 리스크를 방패로 내세울지, 아니면 중저신용자 대출비중 확대를 위해 어떤식으로든 고육지책을 내놓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에 비해 인터넷은행은 연체율 등 리스크 관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큰 상황”이라면서도 “중저신용자 대출비중 목표치가 설정된 이상 달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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