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빼고 다있는 ‘한국금융지주’…카카오發 불확실성 확대에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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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빼고 다있는 ‘한국금융지주’…카카오發 불확실성 확대에 ‘고심’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3.11.1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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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 대주주 적격성 문제 현실화땐 ‘최대주주’ 등극
非은행 금융지주 경영노선 고수…지분매각도 고려?
“카카오뱅크 외통수될까”…대응 시나리오 준비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한국투자금융지주 CI. ⓒ한국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금융지주)가 올 3분기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갑자기 불거진 카카오뱅크 지배구조 문제를 두고 장고(長考)에 들어갈 전망이다.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사업전략 노선 변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이 2대주주로 있는 카카오뱅크 주가의 변동성 확대가 안정권에 들어갔지만 SM주가조작 사태로 촉발된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한국금융지주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은 27.20%, 장부금액은 1조6289억원에 달한다. 취급가액이 7796억원이라는 걸 감안하면 당시 기준으로 2배이상 지분가치가 상승했다는 의미다. 최근 카카오뱅크 주가가 잇따라 하락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치가 있다면 한국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보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카카오뱅크 설립 당시 한국금융지주 자회사였다는 점에서도 인연이 깊다. 당시 한국금융지주는 절반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카카오뱅크(舊 한국카카오은행) 최대주주였다. 이는 인터넷은행법 제정으로 최대주주가 카카오가 되기 전인 2019년까지 이어졌다.

카카오뱅크와 한국금융지주 공시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카카오뱅크와 2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의 지분차이는 카카오뱅크가 1억2953만3725주, 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이 1억2953만3724주로 고작 1주다.

대주주 적격성 논란에 따른 지배구조 변화가 현실화될 경우 현재로선 한국금융지주가 최대주주 위치를 되찾는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다.

문제는 한국금융지주의 기존 경영전략 방침과 어긋난다는 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그동안 ‘비(非)은행 금융지주’라는 위치를 고수하면서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에서 한발 벗어나 있었다. 현행법상 은행을 보유한 금융지주는 비은행 금융지주에 비해 건전성 관리, 손자회사 설립 제약 등 다양한 규제를 받고 있다. 한국금융지주가 은행을 소유하지 않은 건 상대적으로 완화된 규제를 받기 위한 전략적 선택인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한국금융지주가 앞서 카카오뱅크 최대주주를 포기한 이유도 이같은 전략적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SM주가 조작사태 혐의로 카카오 법인이 재판에 넘겨질 위기에 처해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금융사 대주주는 엄격한 적격성 요건이 존재하는데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으면 해당 요건을 충족할 수 없게 되서다. 이 경우 금융당국은 최대주주에게 금융사 지분 10% 초과분을 매각하라고 명령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상상인그룹이 계열저축은행 지분매각에 나선 것도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겨 지분매각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가 어떤 방식으로든 지분매각에 나설 경우 한국금융지주가 받을 영향 역시 상당할 전망이다. 분할 지분매각을 할 경우 한국금융지주는 의사와 상관없이 최대주주가 된다. 이 경우 은행 보유 금융지주가 돼 관련 요건을 구비해야 한다.

결국 우려가 현실화되면 한국금융지주가 비은행 금융지주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서는 장부가액이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뿐이다. 이 역시 그동안 한국금융지주가 추진해온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한축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앞서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에 집중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한국투자저축은행, 한국투자캐피탈, 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다양한 자회사를 거느리며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왔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 지분 투자 역시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전략적 투자였다.

물론 아직 금융당국이 기소의견으로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송치한 단계라 카카오뱅크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금융지주는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해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응을 준비해야하는 상황이다. 한국금융지주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 여부가 갖고올 파장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시일의 문제일뿐 선택을 강요받는 셈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문제는 결론이 날때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카카오뱅크 지배구조 논란과 별개로 한국금융지주는 실적 개선을 이뤘다.

한국금융지주 3분기 IR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 7917억원, 당기순이익 7333억원을 시현하며 전년동기대비 각각 15.1%, 27.8% 늘어난 실적을 보였다.

한국금융지주는 본업인 IB부문 실적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이와관련해 NH투자증권 윤유동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지주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IB 수수료손익 1061억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전 대비 확연히 개선된 모습인데 PF 영업 조금씩 재개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KB증권 강승건 연구원도 “2분기부터 회복됐던 IB 부문의 실적이 3분기에도 회복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보유중인 카카오뱅크 주가가 최근 변동성이 확대되며 손상차손 인식 우려가 존재했지만, 양호한 3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회복돼 관련 우려는 해소됐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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