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베끼기’ 망신살, '유구무언' 뚜레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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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베끼기’ 망신살, '유구무언' 뚜레쥬르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6.01.02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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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모방이 곧 창조’로 착각한 베끼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 뚜레쥬르가 자사 홈페이지에 지난 12월31일 올린 사과문. ⓒ뚜레쥬르 홈페이지

CJ푸드빌이 운영하는 제과프렌차이즈 ‘뚜레쥬르’가 또 ‘베끼기’ 오명을 쓰며 국제적 망신살을 샀다.

지난 2009년에 국내 한 작가의 이미지 무단 도용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뚜레쥬르가 이번에는 영국의 작가 작품을 무단으로 도용하다 들통이 난 것이다. CJ푸드빌은 우리나라 최대의 식품기업이다.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부끄럽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2월28일 영국의 삽화 작가 짐 필드가 트위터 개인계정에 뚜레쥬르의 비양심적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짐 필드는 “이 골칫거리 인간들(뚜레쥬르)이 내 작품의 잘못된 버전을 자기네 케이크 위에 얹어 팔고 있는 걸 어떻게 막을까”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글과 함께 뚜레쥬르의 연말 제품 사진을 올려놓았다.

짐 필드는 ‘these swines’(역겨운 것들)라는 표현까지 썼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랬을까.

실제로 짐필드의 디자인과 뚜레쥬르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포장지 디자인을 살펴본 결과 산타클로스, 다람쥐 등의 이미지가 거의 똑같았다.

이틀 뒤에는 알렉스 스미스라는 다른 그림 작가가 “뚜레쥬르가 크리스틴 핌과 내 작품도 훔쳤다”는 글도 올라왔다.

인터넷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었으나 뚜레쥬르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뒤늦게 12월31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띄웠다.

사과문에서 뚜레쥬르는 “디자인 팀에서 해당 작가에게 문의를 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 것 같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현재 작가와 연락해 보상 등을 협의 중이다. 해당 홍보물과 게시물은 철수했다”고 밝혔다.

대기업으로서 디자인 무단도용을 사용한 것도 비난받아 마땅한데, 여기에 더해 뒤늦은 사과에 네티즌들로부터 “안 걸릴 줄 알았냐”, “자존심도 없냐” 등 십자포화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표절문화에 대해서도 꼬집고 있다.

한 네티즌은 “영국이라서 가능한 일이다. 한국이었으면 자금력으로 뚜레쥬르가 소송하고 승소해 결국 뺏어버렸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뚜레쥬르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 有口無言일 것이다.

대기업에 디자이너가 없을리 없다. 사과문에도 분명 나온다. ‘홍보물 제작과정에서 뚜레쥬르의 일러스트가 해외작가의 작품과 유사함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뚜레쥬르에는 분명 디자이너가 있다.

게다가 ‘유사함을 미처파악하지 못하고…’라는 내용은 자체 감시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기업에서 이렇게 허술하게 내부시스템이 운영된다는 것도 놀랄 일이다.

우리는 지난 2015년 한 해 대기업들의 베끼기를 숱하게 봐왔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2월과 5월 그리고 11월 등 3번에 걸친 중소기업의 제품 디자인을 도용하다 딱 걸렸다. ‘밀어내기 갑질’ 횡포 논란을 일으켰던 남양유업도 중소기업의 유사 상표를 사용하다 창피를 당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제품 베끼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에 비해 엄청난 자금력과 인력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이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으며, 영국의 유명한 시인 t.s.엘리엇은 ‘어설픈 시인은 흉내 내고 노련한 시인은 훔친다’고 말했다.

원조를 무조건 흉내 내라는 것이 아니라 원조를 새롭게 분석해 재창조의 과정을 거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베끼기는 마치 ‘모방이 곧 창조’로 느껴진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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