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상이한 조사결과, 왜?
[주간필담]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상이한 조사결과, 왜?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10.20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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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방법 등에선 미세한 차이 뿐…핵심은 '문항과 선택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한국갤럽
〈리얼미터〉는 17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반등했다는 여론 조사결과를 발표했고, 다음날인 18일 〈한국갤럽〉은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이 취임 후 처음 40% 아래로 떨어지면서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둘 중 누가 맞는 걸까. ⓒ한국갤럽

반등일까, 하락세일까.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에 대해 상반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논란의 중심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자진사퇴한 뒤 민심에 이목이 집중됐다.

<리얼미터>는 17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반등했다는 여론 조사결과를 발표했고, 다음날인 18일 <한국갤럽>은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이 취임 후 처음 40% 아래로 떨어지면서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둘 중 누가 맞는 걸까.

여론조사는 기본적으로 오차를 감안하기 때문에 적은 단위의 숫자에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문제는 추세다. 예컨대 누군가의 지지율이 상승세인가, 하락세인가는 여론조사를 통해서 그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창원성산 재보선의 경우, 앞서가고 있던 정의당 여영국 의원과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의 격차가 좁혀지는 흐름이 포착됐다. 블랙아웃기간 전까지도 여 의원이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으나, 실제 개표 결과 0.34% 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두 여론조사 결과가 왜 다른 추세를 보였을까.

두 여론조사는 우선 시기와 조사방법, 조사인원, 응답률 등에서 차이가 있다. <리얼미터>가 14일부터 16일까지 조사한 반면 <한국갤럽>은 15일 부터 17일 사이에 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인원은 리얼미터가 1503명, 한국갤럽이 1004명이며 응답률은 각각 5.5%, 16%였다. 그외 두 여론조사는 무선전화와 유선전화의 비율, 응답방식에서도 약간씩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는 이 같은 방식의 차이보다 중요한 것은 질문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여론조사전문가인 김지응 선임연구원은 2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표본오차나 조사방식, 대상 등은 여론조사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리얼미터의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고, 한국갤럽의 ±3.1%포인트라고 해서 리얼미터가 더 신뢰할만한 것이 아니다. 500명 정도 조사를 더 하면 똑같이 그렇게 나온다. 중요한건 문항이다. 문항이 예와 아니오로만 이뤄졌는가, 아니면 중간에 다른 선택지가 있는가 등이 결과를 가른다."

그렇다면 두 여론조사의 문항과 선택지는 어떻게 달랐을까.

<리얼미터>는 긍정평가는 '매우 잘함', '잘하는 편'으로 부정평가는 '매우 잘못함', '잘 못하는 편', '모름·응답거절' 선택지가 사실상 5가지였다.

반면 <한국갤럽>은 긍정평가는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와 '직무를 잘못 수행하고 있다', '어느 쪽도 아님', '모름·응답거절'로 선택지가 4가지다.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의 차이는 선택지에서 완전한 중도를 표기했느냐, 아니면 그 안에서도 다시 세분화했느냐로 나눌 수 있다. <리얼미터>는 완전한 중도 대신 '온건형 선택지' 두 개를 넣어서 중도층의 응답자를 포괄하려 했다.

그런데 <리얼미터>의 응답 중 소위 '온건형 선택지'인 잘하는 편(16.7%)와 잘못하는 편(9.1%)의 응답자를 합치면 25.1%에 달하지만, <한국갤럽>의 '어느 쪽도 아님'에 대한 응답은 3%에 불과했다. 두 여론조사의 가장 큰 차이는 사실상 여기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20일 '극단 회피 현상' 때문에 <리얼미터>의 온건형 선택지를 택한 사람들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극단회피현상에 대해 행동경제학자 하워드 댄포드가 자신의 저서 <불합리한 지구인>에서 "진·선·미 3가지 등급이 있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을 선택하는데 이는 극단 회피 현상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리얼미터>의 선택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조금 더 부담없이 선택지를 고를 수 있게 했다. '온건형' 선택지를 고른 이들은 자신들이 사실상 중도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라며 "이들에게 다시 극단적인 선택지를 주면 지금의 구도인 긍정 45.5% 대 부정 51.6%로 똑같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얼미터>의 선택지가 응답자에겐 선택의 폭을 넓혀줬지만, 동시에 보다 확실하게 선호를 구분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중 어느 쪽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문항과 선택지에 따라,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치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론조사기관마다 전혀 다른 추세의 결과가 나오니 신뢰도가 떨어진다"면서 "일관성 있게 진짜 여론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조사가 여전히 정치와 사회에 끼치고 있는 강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여론조사의 주체들이 한 번 쯤 고민해볼 만한 과제 아닐까싶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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